월간복지동향 2014 2014-04-10   1120

[칼럼] 보호가 필요한 아동의 국적부터 따지는 나라

보호가 필요한 아동의 국적부터 따지는 나라

 

박영아|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아동복지법」이라는 법이 있다. 1961년 아동복리법으로 제정된 이후 수차례의 개정을 거쳐 「아동복지법」이라는 명칭으로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아동복지법」은 아동이 건강하게 출생하여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아동의 복지를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아동복지법」제1조). 「아동복지법」은 차별금지, 아동이익의 최우선적 고려 등을 기본 이념으로 하고 있고(「아동복지법」제2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에서 규정한 아동의 권리 및 복지 증진 등을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수립ㆍ시행하고, 이에 필요한 교육과 홍보를 하여야 한다(「아동복지법」제4조제5항).

 

「아동복지법」은 크게 아동정책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의 수립에 관한 사항(제2장), 보호자가 아동을 양육하기에 적당하지 않거나 양육할 능력이 없는 아동에 대한 보호서비스 및 아동학대의 예방 및 방지에 관한 사항(제3장), 취약계층 아동 등에 대한 지원서비스(제4장), 그리고 아동복지전담기관 및 아동복지시설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아동복지법」어디에도 정책대상이 한국국적 아동에 한정되어 있음을 밝히는 문구가 없고, 오히려 국제협약인「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을 원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외국국적 아동은 체류자격 유무와 상관없이「아동복지법」에 따른 복지체계에 편입되어 있지 않다. 한국 정부가 외국국적 또는 무국적 아동에 대해 국가예산을 쓰겠다는 결단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가정위탁되거나 공동생활가정(그룹홈)에서 생활하거나 아동복지시설에 입소한 아동은「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른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지정되어 생계비와 의료급여 등을 지원받을 수 있지만(「국민기초생활 보장법」제19조제2항, 제32조, 동법 시행령 제38조, 동법 시행규칙 제41조의2, 「2014년 국민기초생활 보장사업 안내」, 「2014 아동분야 사업안내」),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될 수 있는 외국인은 일정한 조건을 갖춘 결혼이주민에 한정되어 있어(「국민기초생활 보장법」제5조의2 및 동법 시행령 제5조의2. 다만 보건복지부 지침인 「2014년 국민기초생활 보장사업 안내」에서 난민으로 인정된 경우에도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외국국적 또는 무국적 아동은 원칙적으로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될 수 없고, 보장시설 등에서 보호되어야 하는 경우에도 정부지원을 받을 수 없는 처지에 있다.「2014년 아동분야 사업 안내 지침」은 “외국국적 아동의 경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수급자로 지정되지 않으므로 해당 아동 생계비는 보장시설수급자의 지원금액을 고려하여 지방비로 지원 노력”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는 아동의 보호를 전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능력과 의지에 맡기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어떤 사정에 의해서건, 부모의 양육과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동에 대해서까지 한국국적 존부를 따지는 것은「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등 관련법에 위배됨은 물론, 상식적으로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인 듯하다.

 

2014. 4. 3.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국회인권포럼, 국회다정다감포럼,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 제정 추진 네트워크 주최로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 제정 공청회가 열렸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같은 날 아침 인터넷기사로 결혼이주여성과 한국인 남성 사이에서 태어난 후, 부모 이혼과 모친과의 결별, 부친의 사망, 고모의 입양과 파양,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판결, 가족관계등록부 폐쇄를 거쳐 무국적자로 전락한 6세 아동의 기구한 사연에 대한 보도가 있었다(http://www.yonhapnews.co.kr/society/2014/04/03/0701000000AKR20140403046700051.HTML_).

 이 아동은 한돌 무렵 고모로부터 파양당한 후 계속해서 아동복지시설(보육원)에서 자랐는데, 가족관계등록부가 폐쇄되고 주민등록이 말소된 후 정부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해서 보육원은 자체 후원금으로 아동의 의식주와 의료비를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아동이 학령기가 되면서 보육원에서 아동의 ‘적’을 찾아주기 위해 법률구조공단, 법원에 문의하는 등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출입국관리사무소도 찾아가 보았지만, 담당 공무원은 아동도 모친과 마찬가지로 불법체류자라면서 불법체류자를 보호해 주는 것은 범죄라고 안내하였고, 보건복지부 담당 직원도 시설이 보호할 수 없는 아동이라는 취지의 설명을 하였다.

 

사안이 언론에 보도된 후 해당 출입국관리사무소는 학생비자(F1) 신청이 가능하다며 연락을 했고, 구청 또한 체류자격이 부여되면 정식 입소가 가능하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정부정책의 변화를 나타낸다기보다, 언론보도에 대한 즉각적 대응의 결과로 보인다.

 

개별사안에 대한 구제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일관된 정책의 수립과 결단이 필요한 시기다. 방어적 자세를 고수한 주먹구구식 대응으로 연대와 상호이해를 기반으로 한 진정한 사회통합과 미래지향적 발전을 이룰 수 없다. 우리나라가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에 가입한지 20년이 넘었을 뿐만 아니라,「아동복지법」에서 사회적 신분, “인종 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고「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을 명시적으로 원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적 합의가 없다고 하는 근거가 무엇인지가 참으로 의아스럽다. 그러나 정부의 바로 그러한 태도 때문에,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의 제정이 필요하고,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