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표현의자유 2014-05-16   2054

[공동논평] KBS,MBC의 김홍경씨 ‘해경구조소홀’ 인터뷰 비보도 관련

KBS·MBC가 구조 활동에 대한 정부 입장만 보도하고
해경의 구조소홀 증언을 보도하지 않은 것은
공정성과 객관성위반이다

 

세월호 참사 발생 후 초기인 4월 17일과 18일에 세월호 승객인 김홍경 씨의 인터뷰가 KBS와 MBC에 보도된 바 있다. 김홍경 씨는 사고 당시 수십 명의 아이를 구한 인물이기 때문에, 많은 아이를 구출한 김 씨의 생생한 인터뷰는 뉴스가치가 큰 것이었다. 따라서 4월 17일 KBS <뉴스9>와 MBC <뉴스데스크>, 4월 18일 MBC <뉴스투데이>, <정오뉴스>, KBS <뉴스광장>에서 김홍경 씨 인터뷰가 보도된 바 있다. 

 

그런데 5월 3일 한겨레신문 토요판 <“아이들 끌어올릴 때 해경 구조대는 뒤에서 지켜만 봤다”>(5월 3일, 허재현 기자)에서 김홍경 씨의 인터뷰가 실렸다. 한겨레 기사를 보면 김홍경 씨는 당시 해양경찰청 구조대가 구조에 매우 소극적이었다고 비판했으며 당시 이러한 점을 언론에 인터뷰했으나 보도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겨레 기사에는 “진도 앞바다로 출동한 해양경찰청 해양구조대가 너무나 어설프게 대응해 더 많은 아이들을 구할 수 있었음에도 기회를 놓쳤다”, “자신이 커튼과 소방호스를 밧줄로 삼아 아이들을 끌어 올리는 동안 구조대원들은 이 모습을 곁에서 지켜만 보았다”, “선실 안에 남아 있던 승객들에게 바깥으로 나오라고 해경이 방송하는 모습도 보지 못했다”, “배에 올라탄 일부 해경 구조대원들조차도 선내에 있는 승객들을 구출하러 들어가지 않고 배 바깥으로 나온 승객들만 구조선으로 옮겼다”는 김홍경 씨의 주장이 보도되었다. 특히 김홍경 씨는 “사고 직후 저를 인터뷰하러 온 방송사 기자들에게 이런 말들을 했어요.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이 말만 편집해버리더군요. 제가 휴대전화로 찍은 사고 당시의 영상만 가져갔다”고 증언했다.

 

확인 결과, 김홍경 씨가 구조활동을 한 당일 16일 오후 4시경에 당시 인터뷰한 방송사는 KBS와 MBC이다. 특히 김홍경 씨는 KBS에 구체적으로 해경이 구조 활동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했다고 한다. 그러나 KBS와 MBC 모두 방송에 나간 내용은 김 씨가 어떻게 활동했는지 이야기하는 정도였다. KBS 뉴스9 <“더 구할 수 있었는데…” 학생 20여 명 살린 ‘용감한 승객들’>(4월 17일, 고아름 기자)에서는 “마지막 학생 너도 올라와, 빨리 올라와 하고 저도 올라갔는데 물이 올라오는 소리가 쏴 소리가 나지”라는 멘트가 보도되었다. MBC 역시 뉴스데스크 <침몰 순간에도 학생 먼저 구조> (4월 17일, 박진준 기자)에서 “소방 호스 가져다가 아이들 빨리 끌어올리기 위해 가운데 원을 만들어서 허리에 끼게 해서 아저씨들이 당겨주겠다고 말했어요.”, “잠을 못자고 꼬박 샜습니다. 학생들이 계속 눈에 아른거려서…” 등의 이야기만 담겼다.

정작 그가 주요하게 이야기한 구조대원에 대한 문제점 부분은 KBS와 MBC에서 보도되지 않았다. 당시는 온 국민이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한 기원을 하던 시기였고, 특히 생존 가능성이 높은 시기였기에 사력을 다해 구조에 대해 보도를 했어야 마땅한 시기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경의 구조과정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김홍경 씨의 발언은 매우 큰 의미를 가지는 뉴스이다. 게다가 김홍경 씨가 증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해경을 헐뜯는 주장을 한 것도 아니었다. 김 씨는 구조 중 자신의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찍었고, 그 동영상에도 김 씨의 구조 활동을 멀뚱히 바라보는 구조대원들의 모습이 확인된다고 한다. 이를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은 중대한 증인의 인터뷰와 그 발언을 뒷받침해줄 증거 영상까지 확보한 방송사가 이 문제를 무시하고 보도하지 않은 것이다.

 

반면 실종자들이 차가운 바다 속에서 잠겨있을 때, KBS와 MBC는 대대적인 구조작업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KBS 뉴스9 <육‧해‧공 총동원 입체적 구조>(4월 16일)에서는 “투입된 경비함정만 81척, 헬기 15대가 동원됐고, 2백 명에 가까운 구조인력이 배 안팎에서 구조작업을 벌였습니다. 군 당국도 육해공군 가릴 것 없이 전력을 총동원해 현장에 투입했습니다. 사고 직후 해군은 유도탄 고속함을 시작으로 20여 척의 함정을 현장구조 작업에 즉각 투입했고, 해상 수색이 가능한 링스 헬기 등 항공기도 공중에서 수색과 구조를 도왔습니다. 수중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해군 해난구조대 SSU와 해군 특수전여단 UDT/SEAL 소속 정예병력 백70여 명도 구조에 들어갔습니다. 공군 역시 구명보트를 탑재한 수송기와 구조헬기를 사고 해역에 급파해 구조 지원에 나섰고, 육군도 특전사 신속대응부대 150명을 현장으로 보냈습니다. 구조작업에는 민간 어선과 행정선 등도 힘을 보탰습니다.”라고 보도했다. MBC 뉴스데스크도 <서해해경 긴장 속 수색지휘>(4월 15일, 김윤 기자)에서 “촌각을 다투는 만큼 구조작업도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해경은 해군과 민간선박 등 함정 164척과 항공기 24대, 특공대 226명을 동원해 사고현장을 집중 수색하고 있습니다. …선체 수색에는 특공대가 2인 1개조로 구성돼 20여 분마다 한 번씩 선체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라고 보도했다. MBC 뉴스데스크 <육해공 구조작업 ‘총출동’>(4월 16일, 구경근 기자)에서는 “배가 뒤집히기 시작한 오전 11시쯤. 공군과 육군 전력까지 도착하면서 입체 작전이 벌어졌습니다. 구명보트 40여 대를 탑재한 C-130 수송기와 구조헬기 등이 김해공항에서 발진했고, 육군은 4척의 경비정과 특전사 신속대응 대원 150여 명, 군 의료 인력들을 보내 수색과 구호활동을 지원했습니다. 서해상에서 작전 중이던 미 해군 상륙강습함정 ‘본험 리처드함’도 잠시 뒤 9시를 전후해 사고 해역에 도착할 예정입니다.”라고 보도했다. 

 

해경 구조대원들의 활동도 보도했지만, 주로 구해진 영상을 보며 설명하는 정도였다. KBS 뉴스9 <하늘서 본 긴박한 현장>(4월 16일, 김재노 기자)에서는 앵커는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사고 현장은 하루 종일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한 긴박한 사투가 벌어졌습니다”라고 말했다. MBC <“배가 기운다…한명이라도 더”>(4월 26일, 이승준 기자)에서도 “배가 거의 직각으로 기울자 구조요원이 황급히 구조선에 피하라는 손짓을 보냅니다. 구조요원은 아직도 침몰하는 배에 올라 타 있습니다. …구조요원들이 승객을 당겨보지만, 급한 승객들은 물어 뛰어들어 보트 가장자리를 붙잡습니다. 배가 완전히 뒤집힌 뒤에도, 해경 요원들은 배 밑면을 두드리며 갇힌 승객들이 있는지 살핍니다…침몰의 과정에서 쉴 새 없이 계속된 구조작업 자체가 일촉즉발, 위기의 연속이었습니다“라고 보도했다.

 

재난방송은 그 자체가 재난기관이다. 해경과 같이 방송사 스스로 적극적으로 구조상황을 파악하고, 그 과정에서 문제가 있거나 불합리한 것이 있다면 이를 알리며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이번 세월호 사건의 경우 참사 초기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물론 모든 해경 구조요원들이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지라도, 해경의 구조과정에서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발견되었거나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그것은 보도되었어야 한다. 사경 속에서도 많은 아이를 살린 생존자가 해경의 구조태도를 지적했다면 이는 응당 방송되었어야 한다. 당장 방송하지 못했더라도 방송사 스스로 재빠르게 후속취재를 해서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이를 국민에게 알렸어야 한다. 이러한 언론의 임무를 방기한 것은 어떤 사안을 왜곡 보도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또 하나의 객관성 위반이다. 단순히 보도를 엉터리로 하고 오보를 하는 것만 객관성 위반이 아니라 보도했어야 할 내용을 보도하지 않는 것도 객관성 위반이다. 또 당시 실종자 가족들은 해경의 구조과정에 대해서 매우 비판적이었으며 이들의 입장은 사건 초기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장취재를 하는 기자들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국민 모두의 초미의 관심사였던 구조상황에 대해 엇갈린 의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측의 입장만을 보도한 것은 국가기관에 대한 감시를 해야 할 방송의 공적 책무를 저버린 것이다.

 

더욱이 KBS와 MBC가 정부의 초기 구조 활동에 대한 진실을 보도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KBS기자 40여명은 반성문에서 “유가족들이 구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울부짖을 때 우리는 냉철한 저널리스트 흉내만 내며 외면했습니다. 정부와 해경의 숫자만 받아 적었고”라고 했디. MBC 보도국 기자 121명 성명서에서는 결과적으로 “긴급한 구조상황에서 혼선을 일으키는데도 일조하고 말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유가족 고 이승현군 아버지는 “배가 침몰되는 그 당일 날부터 해서 조금만 더 사실적이고 조금만 비판적인 보도를 언론들이 내보내 줬다면 생존해서 만날 수 있었던 아이들이 있었을 거란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라고 증언했다. 특히 KBS와 MBC가 김홍경 씨의 사고당일 오후4시의 증언을 묵살한 것은 구조 활동의 부실함을 은폐한 것이고 수백 명의 생명이 달려있던 구조 활동의 개선 여부에 영향을 주었을 것임이 분명하다.

 

우리는 김홍경 씨 증언을 방송하지 않은 KBS와 MBC의 행태에 대해서 “방송은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방송심의규정 제 14조 객관성 조항을 위반한 것이며, “방송은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룰 때에는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여야 하고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하여야 한다”라는 제9조 공정성 조항을 위반한 것이며, “재난 등의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라는 제 24조 2 재난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본다. 이런 심의규정이 아니더라도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서 급박했던 사건 초기 시점에 구조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백화점 식으로 온갖 할 만한 이야기들은 다 동원해서 보도하고, 심지어 보상금 문제까지 운운했던 방송사들이 정작 국민이 구조의 문제점에 대해서 지적하며 해경의 적극적 구조태도를 독려하지 못한 것은 언론으로서의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세월호 관련 언론보도에 대해서 우리는 글과 말로 많은 비판을 가해왔다. 그러나 어떤 비판을 하고 어떤 대책을 세워도 우리 아이들이 살아 돌아올 수 없다는 현실이 비통하고 참담하다. 세월호 관련 언론의 보도를 복기하는 것 자체가 사후약방문이 된다는 점에서 언론단체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기에 우리는 세월호 관련한 KBS와 MBC의 문제보도들을 하나하나 찾아내어 기록으로 남기고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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