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칼럼(lb) 2014-05-21   2545

[공동기획 2014 지방선거, 왜 생활임금인가①] ‘사회책임조달’ 관점에서의 생활임금

2014 지방선거, 왜 생활임금인가

세월호 침몰 사고로 선거 이슈가 모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습니다. 이 와중에 노동친화정책 공약으로 떠오른 생활임금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노동자가 4인 가족과 최소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생활임금’의 필요성과 의미를 오마이뉴스와 참여연대가 함께 짚어 봅니다.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노동당 등 야당들이 이름도 생소한 ‘생활임금’을 주요 선거공약으로 채택하거나 고민하고 있다. 생활임금이란 단어는 그동안 ‘노동자의 생활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임금’이란 의미로, 주로 법정 최저임금을 현실화하자는 의미의 구호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최근 선거공약으로 언급되는 생활임금은 그 뜻이 약간 다르다.

지방자치단체나 교육청 등의 국가기관은 자신의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민간업체와 위탁·용역, 공공조달 계약을 맺게 된다. 이때 계약을 맺는 민간업체 소속 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계약 조건에 포함시켜, 해당 민간업체 소속 노동자의 임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장하는 정책이 바로 공약으로 제시된 생활임금이다.

‘사회책임조달’ 관점에서의 생활임금

지방자치단체와 어떤 계약을 맺는 민간업체는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제시한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소속 노동자들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논리다. 일단, 우리 사회의 저임금노동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에 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현실화해야 할 필요성은 명확하다.

OECD는 전체 노동자 임금의 중간값(통계 집단의 관측값을 크기순으로 배열 했을 때 전체의 중앙에 위치하는 수치)의 2/3 정도를 받는 노동자를 ‘저임금노동자’로 분류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우리 사회 전체 노동자 중 대략 25%가 저임금노동자다. 여기서 문제는 저임금노동이 야기하는 문제는 심각하고, 해결이 시급해 보이는 데 반해 생활임금이란 제도는 이름도 생소하고, 내용도 단순하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생활임금은 ‘사회책임조달’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조달은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과 같은 공공부문이 정부, 혹은 행정기관에서 필요한 재화와 용역을 민간에서 세금으로 구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노동, 환경, 평등 등 사회적 가치를 조달 체계에 반영하는 것을 사회책임조달이라고 한다. 예컨대 중소기업의 상품을 전체 구매 중 일정한 비율로 구매한다던가, 여성, 장애인 등을 많이 고용한 기업을 우대해주는 방식의 조달 정책은 이미 현재 시행 중이다.

서울특별시는 올해부터 사회적 책임을 이행한 민간업체에 대해 ‘공공조달 시 가산점을 준다’는 계획을 밝혔다. 서울특별시 성북구는 ‘사회적경제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조례’를 통해 관 내 구 본청, 동주민센터, 보건소가 필요한 제품을 구매할 때 지역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이 생산한 물건을 우선적으로 구매하도록 하고 있다. 정치·경제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의 성장과 안정을 지원해주는 지방행정이다.

생활임금은 2000년대 중반부터 여러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들이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요구해 추진되어 왔다. 저마다 이름은 다르지만, 지향은 모두 공공부문의 사업을 수행하는 민간업체 소속 노동자의 노동 조건을 확보·개선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정부가 하는 일은 일의 목표와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에서도 공공성이 기준이어야 한다.

EU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공공조달(SRPP: Socially Responsible Public Procurement)’을 추구하고 있다. ILO는 ‘공공계약에 있어서 노동조항에 관한 협약(제94호)’에서 정부가 공공조달을 통해 노동조건을 개선하도록 유도하고, 민간영역에서 일정한 수준의 노동조건을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생활임금 잘 되고 있는데… 미국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에 나서는 이유

새로운 것은 없지만, 실제 도입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2013년 초 서울특별시 성북구와 노원구에서 생활임금 제도를 도입하고, 2013년 말 경기도 부천시에서 생활임금 조례를 전국 최초로 통과시켰다. 서울 성북구와 노원구는 행정명령을 통해, 143만 원을 구청에서 계약하는 민간업체 노동자 임금의 최저선으로 설정하고 있다.

경기도 부천시는 조례를 통해 제도화했다. 조례는 부천 지역의 노·사·민·정이 모여 고민한 결과이다. 경기도 부천시는 올해 1월부터 조례를 통해 노사민정협의회에서 부천시의 생활임금을 결정하고 이행을 점검하도록 하고 있다. 이로써 제도의 도입뿐만 아니라 시행 과정에서도 지역 노사민정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특별시 강남구, 경기도 등에서도 조례안이 제출되었다. 노동조합, 시민단체 등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후보들에게 공약으로 생활임금 조례 제정을 채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많은 정당은 생활임금 조례 제정을 이번 선거에서 각 당의 중요한 노동공약으로 선정했다.

생활임금은 최저임금과 비교되기도 한다. 생활임금은 조금 더 많은 최저임금으로 논의되기도 하지만, 생활임금은 최저임금의 대체제가 아니다. 다만 생활임금은 최저임금의 보완재로서 최저임금 현실화를 견인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생활임금을 통해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고용한 노동자의 임금을 일정한 수준으로 인상시키고, 지역의 민간업체에게 영향을 끼치면, 최저임금 현실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커질 것이다.

작년 고용노동부가 ‘적정한 최저임금 인상기준’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해 그 보고서가 최근 공개되었는데, 거기에서도 생활임금이 언급되고 있다. 사용자 단체도 생활임금에 대한 입장을 낸 바 있다. 물론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도, 사용자 단체들도 생활임금을 반대하거나 혹은 무시하기 어려운 국면까지 왔다. 이 논의는 적정한 임금에 대한 사회적 요구로 이어지고, 법정 기준인 최저임금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실제 미국이 그렇다. 생활임금을 제도로서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한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현재까지 미국의 수많은 도시에서 생활임금을 도입하고, 시행하고 있다. 생활임금을 실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나서 연방 최저임금을 올리겠다고 하고 있다. 생활임금은 지방행정에서 그 나름대로의 역할을 하고, 최저임금은 더 높은 보편기준으로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의 현실화, 생활임금으로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기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방자치단체가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는 없지만, 법에 의해 주어진 최소한의 임금보다 더 좋은 임금을 소속 노동자에게 보장해 줄 수는 있다.

생활임금이 활성화된다고 최저임금이 외면 받을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도 안 될 것이다. 생활임금과 최저임금의 연계 방안, 최저임금 현실화를 위한 생활임금은 생활임금의 주요한 과제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최저임금 제도를 운영하는 최종 책임자가 자신의 책임을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이번 6·4지방선거에서 많은 노동공약이 제안되었다.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 일자리 창출, 사회보험 지원 등의 공약은 익숙한 편이다. 그런데, ‘내가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임금을 보장하겠다’, ‘노동자의 임금을 보장할 조례를 만들겠다’는 공약은 다소 신선하다.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에서 저임금노동 문제가 정치권에서 더 이상 외면하지 못 할 정도로 심각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정부의 노동친화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여기서 노동친화정책이란 임금, 고용 등 노동정책 그 자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과 직접 관련한 정책뿐만 아니라 한 발 나아가 노동정책적 목표와 방향이 반영된 정부정책 일반, 혹은 노동권을 보장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지방행정 전반을 의미한다.

노동조건과 지방자치행정의 연계는 저임금노동, 근로빈곤, 임금과 소득의 양극화를 해소할 사회적 가치를 담보하는 정책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지방자치단체에게 노동친화적인 자치행정을, 생활임금을 요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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