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검찰총장, 가만히 있지 마시길

검찰총장, 가만히 있지 마시길 

 

오 동 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54c902074ee516a6b36a9fef87aa1e72.jpg공직자는 공언(公言)에 대해 그 직을 걸고서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 권한과 책임은 비례한다. 검찰은 민주적 및 법적 통제를 꼼꼼하게 받아야 할 권력기관이다. 김진태 검찰총장의 6개월 전 취임사와 그 후 검찰의 행태에 주목하는 까닭이다.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범죄 수사 및 공소에 관한 사항을 처리한다. 검사는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 조직의 구성원리가 민주적이고 분권적이어야 함은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검찰청법상의 조직 구조는 예상과 다르다.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라야 한다. 그 정점에 있는 검찰총장은 검사로 하여금 직무의 일부를 처리하게 할 수 있다. 더욱이 검찰총장은 소속 검사의 직무를 자신이 처리하거나 다른 검사로 하여금 처리하게 할 수 있다.

검찰총장의 중앙집권적인 권한을 좋게만 해석하면, 어떠한 권력이든 눈치를 보거나 물러서지 말고 엄정하게 수사권을 행사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국가정보원이나 경찰은 물론 국회의원과 대통령에 대해서까지도 권력을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게 하기 위한 장치라고 양해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김 총장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말하면서 검찰은 “오직 국민의 편”이라고 한 말은 그저 입에 발린 소리여서는 안 되며, ‘헌법적 선서’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김 총장의 검찰도 역시나 권력자의 편이라는 평가를 벗어나기 어렵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사건을 보면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사건은 권력적 인사들이 국가기밀의 비밀성을 선거 전략에 악용하여 헌정질서를 문란하게 한 사건이다. 이들의 말은 사실관계와 달랐으며 무책임한 언사였다. 검찰은 대화록을 유출한 정문헌 의원을 약식기소했을 뿐 김무성·서상기 의원, 권영세 주중대사, 남재준 전 국정원장 등 8명에게는 면죄부를 주었다.

김 총장은 “선거 사건은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처리하되, 특히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상대적으로 법을 더 잘 지킬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잘못을 저지른 때에는 더 준엄하게 법을 집행”하겠다고 다짐했다. 선거 법제와 판례는 공정성을 강조한다. 유권자의 정치적 자유를 너무 제한하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선거의 민주성보다 형식적 공정성을 앞세운다. 그런데도 문제는 공정성이다. 법의 칼끝이 권력자를 향하는 일은 드물기 때문이다. 반면 국민에게는 냉혹할 정도로 엄했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김 총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맹세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검찰총장의 의지만으로는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공식 선언해야 한다. 현행 검찰 제도가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것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 것인지는 충분히 논의했다. 기소 여부의 독점과 재량 권한을 내려놓고 기소법정주의를 도입함으로써 법치주의를 준수해야 한다. 정치적 중립의 제도적 장치로서 상설의 기구특검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권력분립 원칙에 복무해야 한다. 중앙집권적 검찰 관료제의 실패를 인정하고 검찰사무의 지방분권화와 지방검찰청장의 주민직선제를 도입함으로써 민주주의에 충실하여야 한다.

검찰의 우두머리가 국민에게 한 약속을 어기면 법의 기강은 물론 민주공화국이 흔들린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말에 책임을 지고 행동할 때다. 정치검찰의 적폐를 청산하고 검찰을 혁신하는 길에 앞장을 서시든지, 아니면 검찰의 조종간을 책임 있는 이에게 넘기시든가.

 

* 이 칼럼은 2014년 6월 19일 ‘한겨레신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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