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선택진료, 상급병실 개편에 따른 수가인상 결정

행위 수가가 비급여 개편에 따른 거래 대상인가,
의료계 손실을 빌미로 한 무분별한 수가인상 반대한다!

수가조정은 가격인상이 능사가 아니며 ‘분배’의 원칙을 정하는 문제

재정중립 원칙 없는 진료비 순증, 국민들은 동의한 바 없다 

1,600여 개 행위를 초과하는 대대적인 수가 인상, 관련 행위의 자원 소모량과 원가 자료를 포함한 수가 인상 근거, 모두 공개하라

 

보건복지부가 선택진료, 상급병실 개편에 따른 의료계 손실을 보전하겠다며 7,940억 원 규모의 수가인상안을 결정했다. 어제 개최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수가체계 개편을 복지부 원안대로 의결하였다. 수가인상의 대상이 되는 행위는 입원료 외에 1,602개에 이르는 행위(수술, 처치 행위 중심)와 7개 DRG 질병군까지 포함하는 등 그 범위가 광범위하며 수가 신설 항목도 있다. 2001년 개별 행위 수가의 근거가 되는 상대가치점수 도입 이래 이와 같은 규모의 일률적인 수가 상승(점수 상향 조정)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의료계 손실을 빌미로 한 무분별한 수가 인상에 반대하며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첫째, 복지부는 수가 보상의 전제가 된 의료계 ‘손실’의 근거부터 밝혀야 한다.

 

복지부가 단행한 이번 수가인상의 배경은 비급여(선택진료, 상급병실)개편에 따른 의료계 ‘손실’을 보전하겠다는 데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문제가 있다. 일단, 비급여는 가격 근거가 불명확하거나 의료기관이 임의로 설정한 관행수가에 의해 수입이 결정되는 것으로 이것이 적정 가격이라고 판단할 근거는 없다.

 

환자가 전액 부담하는 행위별 선택진료비 부과 비율은 현재 20~100% 이나 선택진료 관련 규정(의료법, 선택진료에 관한 규칙) 어디에도 이러한 가산 비율이 무엇에 근거를 두고 산출되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상급병실료 또한 의료기관별로 천차만별이다. 환자들은 무엇이 합리적인 가격인지 알 수가 없으며 가격설정의 근거나 원가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비급여 가격의 납득할 만한 근거는 확인하지 않고 순전히 공급자에 의해서만 결정된 독점가격과 이윤을 두고 비급여 개편에 따른 손실이라고 액면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이것이 비급여 개편으로 인해 정상적인 이윤획득을 저해하는 손실이라고 볼 수 있는지 정부는 이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과 근거를 밝혀야 한다.

 

 

둘째, 불필요한 진료비 부담으로 귀결된 무분별한 수가 인상 반대 한다. 수가 조정은 현재의 재정범위 내에서도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과제이다.

 

복지부는 의료계가 일방적으로 주장한 손실액을 수가보상과 직접적으로 연계하였다. 선택진료, 상급병실 개편에 따른 수가보상액은 2014년 올해만 총합 7,940억 원에 이른다. 이런 식의 끼어 맞추기식 수가인상이 이행됨으로써 불필요한 진료비 순증을 유발하였으며, 보다 심각한 문제는 재정중립을 근간으로 한 수가조정의 기본원칙이 무시되었다.

 

선택진료비 개편에 따른 수가인상액 5,730억 원은 대부분 “수술, 처치, 기능검사” 수가상승으로 연계되었다. 그런데, 기본진료(진찰료, 입원료)를 제외한 나머지 5개 유형 “수술, 처치, 기능검사, 검체검사, 영상검사”의 원가보전율은 현재 99%로 전체적으로 손실을 유발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건강정책심의위원회 회의자료, 2014. 3. 5).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행위 유형간 원가보전율의 차이를 조정하는 즉, 수가보상의 ‘분배’를 보다 형평하게 갖추는 것에 있다. 행위유형 전체의 평균 원가보전율이 99%라면 손실이라고 볼 수 없고, 그렇다면 수가의 불균형 조정은 현재의 재정범위 안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과제이다. 2012년 기준 전체 행위료 지출 중 45%를 독식하는 “검체, 영상검사”의 원가보전율은 각각 159%, 122%를 육박하는데 이들 행위의 ‘수가인하’가 불균형 해결의 첫 단추가 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확보된 재원을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행위의 수가상승으로 연계하면 된다.

 

즉, 수가조정은 재정중립 전제 하에 ‘분배’의 원칙을 정하는 문제라고 볼 때, 타당한 근거도 없는 의료계 손실이 개입될 여지는 없다. 고평가된 행위의 수가는 그대로 둔 채 수가왜곡을 방관하고 불필요한 재정 낭비를 초래하는 수가인상을 단행하는 것이 이른바 의료계가 주장하는 ‘저수가’ 문제의 해결방식인지 되묻고 싶다. 이런 방식의 수가조정이라면 오히려 의료계의 ‘저수가’ 주장은 수가체계 왜곡을 초래하는 근본 원인이며 불필요한 진료비 증가만 유발할 뿐이다. 환자부담만 가중시키는 이와 같은 수가조정 방식에 대해 국민들은 동의한 바 없다.

 

 

셋째, 1,600여 개를 초과하는 수가인상 행위의 자원소모량과 원가자료를 포함한 수가 인상 근거를 모두 공개하라

 

이번 수가인상은 수술, 처치, 기능검사 행위 등(1,602개)의 일률적인 수가 인상 외에도, 고도 중증환자 의료서비스 향상이라는 이유 하에 16개 항목에 대한 급여기준 완화와 수가신설도 포함하고 있다. 또한 DRG 수가조정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광범위한 수가조정을 단행하면서도 수가인상의 근거가 되는 각 행위의 자원소모량의 평가 등 인상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

 

일단, 수술, 처치, 기능검사 등 1,602개 행위만 보더라도 기존 상대가치점수를 1.13~1.50배 상향조정하였는데, 상대가치점수의 구성요소인 의사업무량, 진료비용(보조인력 인건비, 재료비, 장비비), 위험도가 어떠한 이유로 상향조정 되었는지 그 이유와 근거를 밝혀라. 즉, 복지부가 파악한 개별 행위의 원가자료와 함께 개별 행위의 상대가치구성 요소의 조정근거를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가격상승이 단행되었다면 당연히 개별 행위의 원가수준을 파악했을 것이고, 투입된 의사업무량(수술시간 등)의 변화와 인건비, 재료비, 장비비 등의 평가가 수행되었을 것인데 이러한 근거를 못 밝힐 이유가 없다. 건강정책심의위원회 회의 자료에서도 밝혔듯이 1,602개 행위는 ‘상대가치 조정’이라고 언급하였다. ‘상대가치 조정’의 명백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며, 만약 이러한 절차 없이 수가인상이 결정된 것이라면 수가 결정의 중대한 하자를 범한 것으로 수가인상은 전면 무효화해야 된다.

 

 

넷째, ‘선별급여’는 임상적 유효성과 비용효과성이 담보되지 않은 행위로 건강상의 위해와 비용부담의 위험성을 환자에게 전가하는 제도이다.

 

이번 건정심 회의에서 ‘캠슐내시경 검사’ 등 3건을 대상으로 필수급여와 선별급여 분류를 결정했다. 기본적으로 선별급여는 폐지되어야 할 제도이다. 비급여 중에라도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이 입증되면 급여로 편입시키면 된다. 일종의 ‘회색지대’인 선별급여를 인정하고 환자부담을 차등화 하는 것은 옳지 않다. 특히, 선별급여는 임상적 근거가 불충분 하거나 급여권에 대체 행위가 있음에도 이를 인정하는 행위들로 환자에게 재정적, 건강상의 위험을 전가하는 제도이다.

 

급여체계를 이런 방식으로 복잡하게 구성할 필요가 없다. 비급여 관리 측면에서도 선별급여는 해법이 아니다. 일단,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한 경우에 ‘퇴출’ 경로가 없다. 현존하는 비급여 항목을 모두 인정한 채 ‘환자부담 차등화’라는 방식의 ‘선별급여’ 적용은 의미가 없다. 오히려 건강보험 재정을 가지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제도권에서 인정해 주는 꼴이다. 이 제도는 즉각 폐지되어야 한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고 가계를 파탄내는 과도한 의료비를 막기 위해서는 ‘3대 비급여’를 포함한 비급여를 폐지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조치는 의료 보장성 확대를 주장해 온 시민사회의 요구를 수용하는 듯한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매우 미흡하고 또한 왜곡돼 있다.

 

또, 이번 조치는 영리자회사와 부대사업확대 같은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에 협조하는 병원의 이윤을 명확히 보장하려는 일관된 시도이므로 전면 재논의되어야 한다.

 

 

2014. 7. 9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가난한이들의 건강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기독청년의료인회, 광주전남보건의료단체협의회, 대전시립병원 설립운동본부,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공공운수노조·연맹, 전국사회보험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노련, 전철연), 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련), 노점노동연대, 참여연대, 서울YMCA 시민중계실,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연대다함께,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일산병원노동조합,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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