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칼럼(sw) 2014-08-08   1278

[연속기고 기초생활보장 뒤집어보기①-2] 기초보장법 개정안과 2014년 예산, 살펴봤더니

정부의 야심찬 맞춤형 개별급여, 정말 좀 별로다

[기초생활보장 뒤집어보기①-2] 기초보장법 개정안과 2014년 예산, 살펴봤더니…

 

[편집자말] ‘기초생활보장제도지키기연석회의’에서는 오마이뉴스를 통해서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안정망으로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실태와 정부 개편안의 문제점을 다양한 복지 현장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기획 ‘기초생활보장 뒤집어보기’ 연재를 시작합니다.

 

지금까지 정부가 발표한 계획만 보면 분명 현재의 제도보다 발전된 계획이 포함되어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어느 누군가가 말했듯이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고”, 정부의 준비 상황을 볼 때 현실은 발표한 계획과 많이 다르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여당에서 제출한 기초보장법 개정안과 2014년 예산에서 잘 살펴볼 수 있다. 올해 10월부터 수급자를 대폭 늘린 새로운 제도를 시행한다는 계획 하에 편성한 기초생활보장제도 예산의 인상률은 약 3%. 지난해 인상률 11.9%보다도 많이 적은 수준이다. 기초보장법 시행 이후의 연평균 예산 증가율에도 훨씬 못 미치는 예산을 세워놓고 새로운 제도를 운영하겠다니.

 

그동안 발표한 공약과 정부 계획대로라면 개별급여의 선정기준과 급여 수준을 현행 수준보다 높이고, 부양의무자기준을 대폭 완화하여 현행 140만명 수준이었던 수급자 수를 최대 220만명으로 늘려야 하는데, 약 3%의 예산 인상률로 이를 어떻게 충당하겠다는 것인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수급자 대폭 늘린다면서 예산 3% 인상?

 

그동안 정부는 맞춤형 급여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설명할 때마다, ‘의료급여’를 예로 들었다. ‘의료비 혜택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의료비 혜택만 주면 수급자에서 머무르려 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생계급여’는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편성된 정부 예산을 볼 때, 정부가 마련한 의료급여수급자 선정기준은 기존의 것 그대로 가져갈 뿐, 탈수급을 유도할 만큼 현재보다 더 높은 수준이 아니다.

 

또한 개별급여 도입의 필요성을 설명할 때 정부 관계자는 “일할 능력이 있는 분들은 일을 통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원해 주기 위해 개별급여를 실시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도 자활급여예산은 오히려 7.7% 삭감되었다.

 

시민단체에서 그동안 우려해 왔듯이 정부가 하려는 개별급여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와 다르지 않다는 비판(새롭게 늘어난 수급자에게 급여를 주기 위해 기존의 수급자 급여를 줄일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정부가 어떠한 대답을 할지 매우 궁금하다.

 

이번 개편이 정부에서 주장하듯이 진정으로 ‘욕구맞춤형’, ‘근로유인형’, ‘급여체계 연계형’으로의 개편이 되기 위해서는 필요한 만큼의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그렇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박근혜 정부들어 대폭 줄어든 수급자 수를 원상회복하는 수준에서 새로운 제도를 시행할 것이라는 시민단체의 예상이 현실화되는 듯한 분위기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곤은 마르지 않는 샘과 같다. 아무리 퍼내도 샘에 물이 차오르듯이 경쟁에서 낙오한 사람은 끊임없이 생기게 마련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군가는 빈곤하게, 누군가는 노숙자로 살아야 하는 것이 숙명인 것이다. 따라서 국가는 최후의 사회안전망을 통해 항상 일정한 수의 사람들을 최저 생계를 지원받는 수급자로 유지시켜줘야 한다. 경제가 더 나빠질 때는 수급자 수를 대폭 늘리는 시스템을 가동시켜야 한다.

 

 

기초보장법 개정안과 2014년 예산, 이게 문제다

 

사회안전망이 잘 갖추어진 나라에서는 근로 무능력자는 말할 것도 없고 새롭게 실업과 빈곤에 빠지는 사람을 신속하게 구제해 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장애인·노인과 같은 가난한 근로 무능력자들조차도 ‘부정수급’이라는 낙인을 찍어 대거 탈락시키고 있을 뿐이었다.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가혹한 부양의무자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부양의무자기준의 일부 완화’는 법을 개정해야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언제든 곧바로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오는 10월이 올 때까지 현행의 가혹한 잣대를 가난한 이들에게 계속 들이대고 있다.

 

금년도 예산보다 여당에서 제출한 법안(유재중 의원안)을 통해서 본 정부의 법 개정 방향이 더 우려스럽다. 개정법(안)에서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핵심 개념인 최저생계비를 없애려고 한다. 대신 각 급여별로 ‘최저보장수준’과 같은 애매한 개념으로 대체하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그 수준을 정하는데 있어서 장관의 재량권을 더 부여하려고 한다. 현행 기초생활보장법 상으로는 최저생활 보장은 국민의 권리이자 국가의 의무이고, 최저생활의 수준을 최저생계비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여러 자료를 통해 생계급여를 중위소득의 일정비율(30%)을 고려한 상대적 방식에 의해 급여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해왔다. 하지만 개정되는 기초보장법에는 중위소득의 일정비율을 구체적으로 정해 놓지 않고, 행정부에서 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최근까지의 정부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의 ‘권리성 급여’가 ‘재량형 급여’로의 전락하는 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분명 정부의 계획 중 일부 긍정적인 조치도 포함되어 있다. 급여별로 수급자 선정기준을 정하는데 있어 최저생계비 수준 이상에서 다층의 기준을 설정한다든가, 상대적 빈곤 방식의 도입은 그동안 시민단체와 학계에서 줄곧 요청해 오던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조치를 법에 분명하게 규정해 놓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 문제이다. 

 

더 큰 문제는 기존의 시스템(최저생계비를 핵심 개념으로 하고, 권리성 급여를 유지하는)을 유지하면서도 잘 할 수 있는 개편을 이번에 ‘정부 재량형’·’예산 맞춤형’·’욕구 배제형’이 우려되는 방식으로 뜯어 고치려 하고 있다는 점이고, 가혹한 부양의무자기준을 일부 완화하는데서 그치려 한다는 점이다.

 

얼마든지 최저생계비 개념을 유지하면서도 급여별로 차등화 된 소득 기준을 유지할 수 있다. 상대적 빈곤 방식으로 설정되는 최저생계비를 지금과 같이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심의·결정하고 각 개별급여별로 소득기준을 최저생계비의 일정비율(예, 120% 혹은 130%)로 정하면 다층형 급여체계가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부에서 개편하고자 하는 새로운 제도에서는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수급자가 못된 가구를 수급자로 포함시켜야 하고, 수급자보다 못하거나 비슷한 생활을 함에도 불구하고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한 가구의 경우 한 가지 급여라도 받을 수 있는 ‘사각지대 축소와 다층형 급여체계’로의 개편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말 많은 개별급여가 ‘착한’ 급여가 되는 길

 

이번 개편이 ‘나쁜 개별급여’가 아닌 ‘착한 개별급여’가 될 수 있도록 가을 국회가 제대로 기능해 주기를 기대한다. ‘나쁜 개별급여’란 다양한 욕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안 주거나 한 가지 급여만 주고 마는 ‘욕구 제한형 급여체계’를 말하고, ‘착한 개별급여’란 그동안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한 비수급 빈곤층과 차상위계층에게도 한 가지 급여라도 제공해 주는 진정한 ‘욕구맞춤형 급여체계’를 말한다.

 

빈곤은 종합적 접근이 되어야 한다. 아동빈곤, 에너지빈곤, 노인빈곤, 주거빈곤, 의료빈곤, 교육빈곤이 별개로 존재하는 게 아니다. 대부분 한 가족 내에서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중 한 가지만 해결해 준다고 다 해결되는 게 아님을 알아야 할 것이다. 또한 개별적으로 독립적으로 지원해 주다보면 오히려 더 중복되는 것이 나타나고 행정적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음을 감안하여야 한다.&

 

정부에서 그동안 발표해 온 ‘욕구맞춤형’, ‘탈수급유인형’, ‘각급여별 유기적 연계형’이 될 수 있으려면 개정법에 그 내용을 분명히 규정하고, 필요한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그래야 그 진정성을 시민단체와 국민들이 이해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사회 안전 시스템을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하면 얼마나 큰 참극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 우리는 세월호 사고를 통해 확인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나라 최후의 사회안전망을 제대로 정비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허선 교수님(순천향대학교 사회복지학과)의 기고입니다. 원문기사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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