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불가피한 증세, 국민 저항 최소화하려면

[특별기고] 불가피한 증세, 국민 저항 최소화하려면

 

  최근 담배세 인상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정부는 증세가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담배에 개별소비세까지 부과하려는 마당에 부정하기 어렵다. 복지를 확충하고 국민의 안전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세금을 좀 더 걷겠다는 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누가 얼마만큼을 부담해야 하는가이다. 조세의 기본원칙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고, 능력에 따라 부담의 크기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조세부담이 공평하지 않을 경우 국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저항한다. 1990년 인두세(人頭稅=소득·재산에 관계없이 똑같은 세금 부과) 형태로 지방세를 도입하려던 대처 영국 총리의 실각은 조세체계의 공평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는 역사적 사건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부는 대규모 적자 예산을 편성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무려 33조6000억원에 달한다. 재정적자가 증가하니 나랏빚이 늘어나고 국가의 재정건전성은 점점 취약해지고 있다. 2000년 111조원에 불과하던 국가채무가 2015년에는 570조원으로 증가하고, 공기업 부채를 포함할 경우 1094조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최근 들어 국가채무의 증가 속도가 빨라서 경제성장률을 크게 웃돌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재정수지의 균형을 엄격하게 유지하는 것은 국민경제의 안정적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또 미래세대가 재정지출의 수혜자일 경우 조세부담의 일부를 미래세대에 전가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러나 재정건전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경우 이자율의 상승 압력은 커지고,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또한 이자율의 상승은 환율 인상으로 이어져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무역수지 적자를 확대시킬 수 있다. 더욱이 과도한 국가채무는 다음 정부의 정책 자율성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재정건전성 악화는 재정지출의 증가속도를 세수입이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정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큰 폭의 세수결손이 전망되고 있다. 세수입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경기침체 때문이기도 하지만 감세정책의 영향이 크다.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은 세율을 낮추면 투자와 고용이 증가하고, 가계소득이 늘어나 경기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법인세 인하로 투자와 고용이 증가했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 더욱이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그 혜택이 편중되었기 때문에 부자감세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고, 내수활성화에도 그다지 기여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이후 지속적으로 ‘증세 없는 복지’를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증세 전략을 구사했다. 지하경제의 양성화와 함께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대주주 비과세요건을 강화하고,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을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추었으며, 소득세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세표준을 1억 5000만원으로 낮추고, 일부 소득공제 항목을 세액공제로 전환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세수입은 부족하다. 이에 정부는 다양한 방식으로 세수 확충을 시도하고 있지만, 담뱃세와 주민세 그리고 자동차세 인상은 서민층에게 세부담을 떠넘기는 방식이다. 반면에 배당소득과 임대소득의 저율 분리과세, 가업상속공제의 대상 확대 및 요건 완화 등은 고액자산가의 세부담을 낮추어 과세 공평성을 크게 훼손할 것이다. 더욱이 가계와 기업 간 소득격차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법인세를 배제한 소비세와 소득세 위주의 증세는 분배구조의 개선을 어렵게 만들 뿐더러 내수확충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08년 이후 우리 경제는 침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저성장 국면으로의 진입이 전망되고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방식으로 추정한 노동소득분배율은 계속 하락하면서 소득불평등은 심해지고 있다. 소득보다 더 심각한 부의 불평등은 세대를 이어서 불평등을 확산시키고 있다. 불평등한 분배구조는 내수 위축과 사회 갈등을 초래하여 궁극적으로 경제성장을 저해하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도 경제적 기회와 소득 그리고 부의 공평한 분배를 실현할 수 있는 재분배정책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매우 낮을 뿐만 아니라 조세 및 이전 지출의 재분배 기능 또한 대단히 취약한 상태에 있다. 바로 적극적인 증세가 필요한 이유이다.

 

그러면 증세 방식은 어떠해야 하는가? 보편적이고도 누진적이어야 한다. 기초연금과 무상보육 등 보편적 복지제도가 도입되면서 중산층과 서민층도 추가 재원의 일부를 부담하는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를 도입해야 한다. 이에 더해 재분배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세금 부담능력이 있는 고소득자, 고액자산가, 대기업이 좀 더 부담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 국민의 안전하고도 행복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법인세를 포함하여 큰 틀에서의 세제개편이 필요다. 그 방향은 공평과세를 실현하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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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구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

본 기고문은 10월 1일자 중앙일보 지면과 인터넷판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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