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284] 실업급여 받으려고 직장 버리고 실업 택한다?

 

[시민정치시평 284]

 

실업급여 받으려고 직장 버리고 실업 택한다?

: 실업급여액을 하향조정하려는 고용노동부의 이상한 논리

 

최재혁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간사

 

정부는 정규직 해고 요건 완화를 정규직 보호 합리화라고 말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 방향을 최선을 다해서 이해하면 소위 고용의 ‘유연안정성(Flexicurity)’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든, 비정규직이든, ‘중규직’이든, 성과에 따라 쉽게 해고되는 정규직이든, 해고되어도 재취업이 쉽다면 혹은 빨리 이루어지면 괜찮지 않겠느냐는 것이 정부의 정책 방향이라면, 응당 사회보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 재취업을 위한 교육과 지원, 실업 상태 노동자의 기본적인 생계 보장 등이 뒷받침이 되어야 유연안정성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정부는 임시직 확대, 정규직 해고 완화와 함께 실업급여 하한액의 하향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실업급여의 개편이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실업급여의 지급액은 상한액과 하한액이 정해져 있다. 현재 상한액은 1일 4만 원이고, 하한액은 1일 기준 최저임금의 90%, 대략 3만7512원인데, 정부는 상한액은 1일 5만 원으로, 하한액은 1일 최저임금의 80%로 ‘개편’하자는 입장이다. 이러한 개편을 하자면서 고용노동부가 들이민 이유는 크게 첫째 실업급여의 상한액과 하한액 간 격차 감소, 둘째 실업급여가 근로소득보다 많아지는 소위 ‘역전 현상’이다. 그런데 상한액과 하한액 간의 격차가 줄어드는 것이 문제라면, 상한액을 올리는 방식으로 해결해도 된다. 또한 2014년 12월 현재 하루(8시간) 일하고, 임금으로 최저임금을 받으면, 4만1680원이고, 내년은 4만4640원이다. 현재 실업급여 상한액이 4만 원이므로, 올해도 내년도 일해서 벌 수 있는 돈의 최소한은 실업급여의 상한액보다 더 많다. 고용노동부는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일까? 

 

고용노동부는 1개월(30일)을 기준으로 근로소득과 실업급여를 계산했다. 2014년 최저임금(5210원)을 기준으로 실업급여 하한액은 112만5360원(5210원×90%×8시간×30일)인데, 월급으로 환산한 최저임금은 109만 원(5210원×월 소정근로시간(209시간))이어서 실업급여가 3만 원쯤 더 많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주장이다. 고용노동부는 심지어 교통비와 식비 등 일할 때 수반되는 비용을 감안하면 근로소득과 실업급여 간 더 큰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나씩 따져보자. 우선 고용노동부에 “왜 1개월을 기준으로 비교했냐?”고 물어봐야 한다.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실업급여는 1개월을 고정적인 기준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업급여는 지급 일수(90일~240일)가 정해져 있는데, 나이와 가입 기간에 따라 지급 일수가 다르다. 또한 수급 중 취직이 되면, 지급은 중단된다. 때문에 획일적인 기준을 통해 실업급여 지급액이 얼마라고 확정지어 말할 수 없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왜 1개월을 기준으로 근로소득과 실업급여를 비교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어떤 것을 비교하려면, 그 기준과 산출 방식이 합리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고용노동부처럼 임의대로 기준을 설정하여 어떤 총량으로 비교하면 당연히 그 결론을 신뢰할 수 없다. 

 

또 있다. 고용노동부는 실업 상태에서 보장받는 소득의 최소한, 그러니까 실업급여가 근로소득의 최소한보다 많으므로 노동자가 노동을 선택하기보다 실업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실업급여 개편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아래와 같은 사례를 소개하며, 실업급여 하한액을 하향조정하겠다고 하고 있다.

 

“A씨(20세, 남)는 지난달 회사를 그만둔 선배 B씨가 받은 구직 급여 수급액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일하는 것보다도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성실하게 일하자고 다짐하고 일을 시작했는데 요즘은 구직 급여 수급 요건만 채우면 잠시 쉬었다가 다시 일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만 든다.” 

 

이 사례의 핵심은 현행 실업급여 제도는 노동자가 자발적으로 실업을 선택한 경우, 실업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때문에 ‘요즘은 구직 급여 수급 요건만 채우면 잠시 쉬었다가 다시 일할 수 없을까’ 라고 생각했을 때, A씨는 선배 B씨가 실업급여를 받게 된 이유를 자세하게 알아봐야 한다. 비자발적인 실업이어야 실업급여를 지급받기 때문에 A씨가 실업급여를 받을 요량으로 퇴사하려면 혹은 퇴사에 따라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아마도 자신의 귀책사유가 아닌 어떤 이유로 해고당해야 한다. 

 

물론, 자발적으로 실업을 선택한 모든 노동자가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2012년 고용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 실업급여 수급자의 단 2%만이 자발적인 이직 사유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처한 불가피한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실업급여 수급 자격을 인정받았다. 2%다. 2%의 자발적 실업이 실업급여 수급의 자격을 인정받은 사유도 그 절반이 결혼과 출산이다. 

 

현행 제도상 자발적 실업에 대해 실업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봐도 된다. 때문에 실업급여가 아무리 액수가 커도, A씨를 포함하여 노동자가 실업급여를 수급하고자 노동 대신 실업을 선택한다는 것 자체가 현행 제도상 거의 불가능하다. 고용노동부는 현실적으로 발생하기 어려운 상황을 상정하고, 이를 전제로 노동자가 일하지 않을 것이라며 노동자를 탓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자가 실업급여를 수급하고자 일 대신 실업을 선택하고, 일하지 않으면서도 근로소득보다 더 많은 실업급여를 받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이러한 실업급여의 기본적인 수급 조건을 몰랐으면 무능한 것이고, 알았다면 나쁜 고용노동부다. 

 

고용노동부는 이미 지난 6월 입법 예고했고 지난 10월 ‘고용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재 국회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현행 실업급여 제도는 유연안정성을 논할 수준도 아니다. 지금 있는 실업급여 수급 조건을 완화하고 수급 기간을 연장하고 또 수급액을 높이는 것이 시급한 시점일 뿐이다. 해고 요건 완화와 실업급여 하한액 인하에 노동자는 점점 살기 어려워진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5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http://www.pressian.com/ ‘시민정치시평’ 검색  


* 본 내용은 참여연대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