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그림 임종진의 삶 사람 바라보기
기억의 시간
쎈 바람이 붑니다.
겨울 한복판인 탓이지요.
목을 타고 도는 서늘한 기운에 겨워 쓸쓸하거나 허허로울 일은 없습니다.
오히려 사지를 늘어뜨린 평온함에 젖어 듭니다.
그 바람에 취해 슬며시 눈을 감아봅니다.
딛었던 걸음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니 얼추 취기가 더해집니다.
기억에 스며들기 좋은 즈음이지요.
역시나 겨울인 탓입니다.
삶의 향기에 취해 흥겹던 지난 걸음들이 있었습니다.
나라 안과 밖 여러 곳을 두루 스치거나 머물던,
뉘 살아온 터 안에서 흙 물 그리고
바람에 섞인 시간들이 그랬습니다.
삶을 품은 풍경들이 지금 다시 내게 머뭅니다.
다른 듯 같은 눈빛을 살피려 나선 길.
가름 없이 같거나 엇비슷한 너른 대지 위에서 품었던 평온이,
지금 내게 머뭅니다.
오호라.
다를 것 없이 같은,
흙
물
바람
그리고 삶.
낯설다가 익숙해져 버린 기억의 풍경들.
그리움이 떠받치듯 밀려오는 지금,
겨울.
쎈 바람이 붑니다.
임종진 사진 NGO 달팽이사진골방 주인장
<한겨레> 등에서 오랫동안 사진기자로 일했으며 퇴직 후 캄보디아에서 몇 년간 자원활동을 하기도 했다. 현재는 작품으로서가 아닌 타인의 삶이 지닌 존엄적 가치를 찾는 일에 사진의 쓰임을 이루고 있으며 같은 의미의 사진 강좌를 여러 곳에서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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