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5 2015-03-10   809

[복지동향 197호] 편집인의 글_누진적 보편복지와 누진적 보편증세

누진적 보편복지와 누진적 보편증세

윤홍식 l 인하대학교 행정학과,사회복지학과 교수

 

대통령은 고집을 꺾지 않고 있지만 증세 없는 복지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제 대한민국에서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 되었다. 이제 박근혜대통령이 선택할 여지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자신이 약속했던 복지공약을 폐기하고, 시치미를 뚝 떼던지, 아니면 복지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증세를 하던지 선택해야한다. 최근 한국일보가 의뢰한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들도 이제 증세 없는 복지정책을 실패한 정책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이 복지확대를 자체를 거부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선별적 복지를 지지하는 것도, 모두에게 똑 같이 지원되는 형식적 보편적 복지를 지지한 것도 아니다. 국민들의 바람은 소위 비례적 복지라는 개념에 축약되어 있다. 복지를 모든 국민에게 제공하되,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더 지원해야한다는 것이다. 국민 누구도 복지제도해서는 안되지만, 국민 개개인이 직면한 상이한 현실을 외면하고, 모두를 똑 같은 방식과 수준으로 지원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국민들의 이러한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리고 국민들의 이러한 비례적 복지가 바로 보편적 복지의 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누진적 보편복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건강, 교육, 주거, 노후보장 등 국민의 생활에 중요한 영역은 국민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제공하지만, 개별 국민들이 갖고 있는 소득수준, 가구형태 등 특수한 욕구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제도화하는 것이다.

 

“누진적 보편복지”에 대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까? 답은 “누진적 보편증세”이다. 모든 국민들이 누진적 보편복지에 필요한 재원을 부담하지만, 고소득층이 더 부담하는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이다. 다만 단기간에 “누진적 보편증세”를 실현할 수 없기 때문에, 증세는 단계적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다. 먼저 조세 공정성과 공평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왜냐하면 증세에 대한 국민의 저항은 바로 공정하고, 공평하지 못한 과세에 있기 때문이다. 공정과세와 추가 세수분이 국민 모두를 위한 보편 복지에 쓰인다는 경험적 믿음이 확산되면, 2단계로 소득세에 대한 누진적 보편증세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과세 기반을 전체 소득자로 확대하는 동시에 누진성을 (예를 들어) 상위 20%계층에 대해 강화할 필요가 있다. 소득세에서 누진적 보편증세 이후에 3단계로 사회보장세의 고용주 부담금을 확대하는 단계로 나아간다. 다만 중소기업의 고용주에 대한 부담금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높일지, 아니면 부담을 덜어줄지에 대해서는 보다 현실적인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 4단계로 소비세 증세를 통해 누진적 보편복지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야한다.

 

증세와 관련해 마지막으로 두 가지를 언급하고 싶다, 하나는 복지확대는 반드시 그 필요한 만큼 증세를 수반한다는 재정원칙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복지확대에 대한 요구가 사회적으로 합의되면, 증세는 이에 수반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이 바라는 “누진적 보편복지”에는 “누진적 보편증세”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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