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5 2015-03-10   1446

[동향1] 한국적 다문화사회로의 진입, 이대로 괜찮은가?

한국적 다문화사회로의 진입, 이대로 괜찮은가?

정자유 ㅣ 부안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 사회복지사

 

한국의 다문화가족정책, 어디로 가고 있나?

 

한국 내 체류외국인은 현재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으며 2014년 기준 약16만 명으로 전체인구의 3.1%를 차지한다(통계청, 2014). 다문화가족은 2013년 기준 75만 명 내외이며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20년에는 100만 명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안전행정부, 2013). 최근 7, 8년 사이 결혼이민자 및 그 가족과 관련한 다양한 법과 제도가 쏟아져 나왔을 뿐만 아니라 다문화가족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2006년 21개소로 시작하여 현재 약 200개소에 이르렀다. 민간기관 및 단체 그리고 사업체에서도 저마다 다문화사업에 한 쪽 발이라도 걸치고 가려는 모양새다. 몇 백 년에 걸친 이민자들의 유입으로 갖은 우여곡절을 겪으면 형성된 유럽과 미국의 다문화사회가 우리나라에서는 불과 20년 남짓한 기간에 급속도로 형성되어가고 있다.

 

한국의 다문화가족정책은 크게는 여성가족부 산하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여성가족부 외에도 법무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행정자치부, 문화체육관광부, 고용노동부 등 여러 중앙부처가 다문화가족 지원에 관여하고 나름의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문화가족에 대한 기본적인 정책들이 여성가족부를 통해 수행된다 하더라도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에 대한 개입은 교육과학기술부, 사회보장제도와 관련해서는 보건복지부, 국제결혼 관련 법적 사항과 관련해서는 법무부, 취업과 관련해서는 고용노동부, 사회정착을 위해서 경찰청의 역할이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여러 중앙부처에서 산발적, 파편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다문화관련 사업 간 상호협력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혼선이 있으며 이로 인해 사각지대가 발생하거나 중복 시행되고 있고,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의 조정역할도 미약하다는 것이다(강복정, 2012;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4).

 

부처 간의 상호협력 이외에도 한국의 현 다문화정책은 사회통합 차원에서의 개입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12년 12월 발표된 제2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 및 다문화가족정책기본계획은 다문화가족의 사회통합을 중요한 화두로 삼고 있어 한국 다문화가족정책의 흐름이 사회통합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이상윤, 2014). 하지만 이러한 사회통합의 강조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한국의 다문화가족정책은 여전히 결혼이민자와 그들의 초기적응이라는 제한된 범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는 상황이다(여성가족부, 2013b).

 

현장에서 바라본 이상하지만 명확한 문제들

 

다문화가족정책과 관련하여 거시적으로 제기되어온 문제들 외에 현장에서 직접 마주하게 된 몇 가지 사항에 대한 논의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다문화가족 내부의 갈등, 그 속으로 

 

다문화가족 내부에는 복합적인 갈등이 있지만 갈등의 양상은 의외로 단순하고 약간의 통찰만으로도 예상 가능한 것들이 많다. 여기 중국,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혹은 네팔의 한 여성이 있다. 그녀는 어려운 가정형편에 도움이 되고자 경제적 풍요로움과 잘사는 나라인 한국에 대한 코리안 드림을 품고 국제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대다수의 경우 그녀는 도전정신이 있으며 의지력과 친정에 대한 애정, 그리고 돈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이런 강인함이 있지 않고서는 한 번 본 남성과, 언어도 문화도 다른 타국에서 삶을 살기로 결정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며느리, 아내를 맞은 가족들은 이런 그녀를 보며 당황해 한다. 때로는 몹시 분개하며 화를 낸다. 중개업체를 통해 결혼을 성사시키고 실제로 이주여성을 한국에 데려오는 데까지는 적어도 1천만 원에서 많게는 2천~3천만 원까지도 소요된다. 이렇게 집안에 막대한 경제적 지출을 초래하며 들여온 며느리, 고분고분해야 할 것은 물론이고 모든 집안 살림과 논이며 밭일 그리고 확대가족을 돌보는 일까지, 상황에 따라서는 돈을 벌어 남편가족을 봉양해야 함이 마땅하다. 그런데 오자마자 친정에 돈을 보내달란다. 남편이나 가족이 주지 않는다면 출산이고 집안일이고 상관없이 우선 직접 나가서 벌겠단다. 가족들은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저 여자는 한국에 왜 온 것일까? 결혼하러 온 것이 아니라 돈 벌기 위해 우리가족을 이용한 것인가?’

 

개인의 문제 뒤에는 늘 구조적인 원인이

 

복잡해 보이지만 문제는 간단하다. 서로가 왜 상대방을 배우자로 맞아들이는지, 혹은 필요로 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고 결혼하는 것이 갈등의 주요한 원인이다.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 간 국제결혼의 27% 정도를 차지하는 중개업체를 통한 결혼은 이러한 갈등을 더욱 조장한다(여성가족부, 2013a). 남편의 재산 및 직업에 대한 과대 포장이 난무하고 심지어 남편의 정신병력을 알지 못하고 한국에 와서 위험한 상황에 처한 결혼이주여성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미 결혼은 했고 뱃속에 아이는 있는데 이제서야 남편이 정신질환으로 약을 복용해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국제결혼중개업을 통한 결혼은 이주여성의 국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는 있으나 주로 다음의 단계를 거친다. 한국인 남성이 중개업소에 약 절반가량의 비용을 지불하고 해당 국가로 출국한다. 도착하면 단체로 맞선을 보고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 보통 다음날 결혼식을 올린다. 결혼식 후에 짧은 신혼여행을 하고 남성이 먼저 한국으로 돌아간다. 즉, 선과 결혼 및 신혼여행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약 3일에서 길어도 일주일이다. 이주여성은 필요한 서류준비 및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국에 입국할 수 있는데 이 과정은 짧게는 2개월에서 드물게는 1년 이상까지 소요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국제결혼중개업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는 한국의 다문화가족정책에서 중요한 이슈로 논의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큰 과제로 남아 있다(강복정, 2012).

 

우리는 왜 일회성 성과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었나?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에 오면 가장 필요로 하는 서비스는 의심의 여지없이 한국어교육 서비스이다. 그러나 그들이 한국생활에 성공적으로 적응하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한국어교육과 더불어 한국문화 및 사회 전반에 대한 이해와 실질적인 생활을 위한 교육 등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결혼이주여성뿐만 아니라 가족들에 대한 지원 및 결혼 전 교육 역시 그 필요성이 인식되고 있지만 실상 다문화가족을 위해 제공되고 프로그램들은 한국어교육을 제외하면 1회성 또는 단기성 프로그램이 주를 이룬다. 거기에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는데 하나는 재원 및 인력의 한계이고 다른 하나는 결혼이주여성 및 가족들의 참여 미흡이다.

 

다문화센터에서 일하면서 겪는 어려움 중의 하나는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하는데 대상자가 모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부모교육을 도맡아서 진행하던 해에는 전화를 참 많이도 돌렸다. 통화가 잘 되지 않기도 했지만 바쁜 일정으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이주여성들이 많았다. 오겠다고 하고서 실제로는 참여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서 나중에는 30명 정원이면 대기로 10명 정도는 더 받아두는 것이 정석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한 번은 그렇게도 잘 모여지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던 이주여성들이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연락이 온 적이 있었다. 전체문자 발송 한 번만 했을 뿐인데 전화가 빗발쳤다. 우편요금지원이라는 실제적인 혜택이 있었을 때였다. 그 때 뭔가 신기하면서도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꼭 실질적 혜택은 아니더라도 만들기를 하거나 체험이 있는 프로그램은 인기가 많아서 따로 전화해서 홍보할 필요도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교육 프로그램이 인기가 없는 원인으로 예산 및 지역상의 한계로 그 방면의 탁월한 전문강사를 섭외하기 어렵다는 점 그리고 한국에 거주한지 7, 8년이 되어도 한국어 의사소통능력의 부족으로 전문적인 강의를 흥미롭게 듣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런 현실에서 프로그램을 계획할 때 마다 교육의 질과 대상자 만족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결국에는 반쯤 타협을 한다. 교육 프로그램에 흥미위주의 프로그램도 끼워 넣고 홍보를 하는 것이다.

 

결혼이주여성들의 고국방문을 지원하는 소위 친정나들이 사업은 대표적인 일회성 성과위주의 사업임과 동시에 결혼이주여성들에게 가장 각광받는 사업이다. 한국으로 시집 와 수년 동안 친정가족 한 번 보지 못하고 고생하며 지내던 결혼이주여성에게 친정방문에 대한 전폭적 경제적 지원은 매우 고마운 일일 것이다. 두 세 가족의 친정나들이를 지원하는데 국가마다 다르겠으나 보통 천여 만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물론 사회서비스를 전체비용에 대상자 수를 나누어 평가 할 수 없는 부분은 있으나 친정나들이와 같은 일회성 서비스의 확장이 장기적으로 주는 긍정적 영향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복잡하면서도 단순한 해답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다문화가족의 문제는 머지않아 더욱 다양한 양상을 띠며 심화되어 사회문제로 자리 잡을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다문화가족에 대한 일회성의 한시적인 교육과 지원으로는 다가올 문제들을 예방하기 어렵다. 더구나 눈앞에 닥친 문제들로 인해 기본적인 교육조차 외면하는 다문화가족의 현실 속에서 더 나은 사회는 소원해 보인다. 다문화 2세대들의 대학진학 및 사회진출 그리고 결혼과 또 다른 형태의 가족형성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다문화 2세대들이 군입대를 하면서 관심병사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직면한 현실이라는 점을 시사하기도 한다.

 

그들이 우리 사회에서 건강하게 기능하고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다양한 사회구성원들 간의 치열한 논의와 이를 통한 합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국제결혼 관련 규제의 정도에서부터 다문화가족지원의 수준과 방법, 그리고 다문화가족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 하는 것, 또한 결혼이민자가 출신국에서 데려온 중도입국자녀에 대한 지원의 수준에 이르기까지 시급하게 다뤄야 할 논의의 범주는 다양하다.

 

약 10여 년간 부족한 부분도 많지만, 발 빠르게 법률과 지원책들이 준비되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제는 기존 정책에 대한 평가와 방향성에 대한 검토와 함께 다문화 2세대, 3세대, 그리고 더 확장된 범주의 다문화가족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사회의 토대를 든든히 놓아가기를 주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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