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5 2015-03-10   1292

[동향2]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이행현황과 과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이행현황과 과제

이석구 ㅣ 한국장애인인권포럼 부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새로운 도전

 

국제사회는 세계장애인의 해에 이어 82년 세계장애인 10년선포 등 ‘장애인의 완전한 참여와 기회의 균등‘을 목표로 한 변화의 흐름이 거세게 일어났다. 여전히 재활과 장애예방이라는 의료•개인모델이 중요한 목표로서 포함되기는 하였지만 국제사회가 장애인의 기회균등, 완전한 참여, 경제사회개발의 동등한 공유를 표명한 것은 분명 큰 변화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이러한 움직임은 선언과 행동을 촉구하는 것에 그치고 있었으며 의료와 재활모델이 중요한 바탕을 이루고 있었다. 이에 장애인들은 사회모델을 적용하고 법적 강제력이 있는 협약의 제정을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촉구하였다. 지속적이고 헌신적인 장애인단체들의 노력에 유엔과 국제사회가 응답하면서 2001년 유엔총회에서 장애인권리협약의 초안 작성을 위한 특별위원회의 설치를 결의,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총 8차례의 특별위원회, 1차례의 실무그룹회의를 거쳐 초안을 완성, 2006년 12월 유엔 회원국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다.

 

이로서 장애인권리협약을 통해 장애인의 문제를 시혜적 복지의 차원의 접근에서 보편적 인권의 문제로 접근하는 큰 변화의 흐름을 이끌어내게 되었다.

 

이러한 흐름의 변화를 이끌어낸 근저에는 장애문제의 분석과 접근에 있어 기존의 개인/의료모델에 대한 비판과 함께 장애인의 문제를 손상(impairment)과 분리된 ‘장애(disability)’로 구분하여 손상에 대한 부정적 태도와 환경의 문제로서 구성되는 ‘장애’의 개념을 도입한 사회모델의 출현과 이를 바탕으로 한 장애운동이 있었다. 사회모델은 장애인을 억압하는 근본문제가 장애인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손상’에 의한 것이 아니라 손상을 가진 개인의 책임은 거의 없으며 손상을 ‘장애’로 새롭게 구성하는 사회의 물리적, 비물리적인 환경이 억압의 근원이며 이를 해결하는 것이 장애인에 대한 억압과 차별을 해소하는 것이라는 입장으로 장애인권리협약의 핵심원리로서 작동하고 있다.

 

이렇듯 장애인권리협약의 제정과정을 통해 장애인단체가 이끌어 내고자 했던 장애문제 접근에 대한 변화는 ‘주체’와 ‘장애’에 대한 해석 및 접근방법의 변화가 그 중심내용이라 할 수 있는데 이를 정리해 보면 첫째, 주체의 측면에서 볼 때 장애인당사자의 참여는 비장애인 중심의 가치와 규율을 대변 또는 확대 재생산, 강화하는 전문가의 접근방식을 거부하고 장애인의 장애경험에서 오는 장애인집단의 문화와 가치들의 존중과수용이며, 배타적•수직적 권력구조에 대한 거부와 변화의 의지를 담고 있다. 둘째, 전통적인 문제인식 및 접근방법인 개인•의료모델에서 사회모델로의 변화는 ‘손상’을 둘러싼 환경적 요인들로 인해 구성되어진 ‘장애’는 손상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손상을 가진 개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확대재생산되는 문제의 인식에서 출발, 장애에 대한 부정적 태도로 인한 비물리적 환경과 장애인의 접근과 이동을 가로막는 물리적인 환경에 이르는 모든 요인들에 대한 성찰과 변화를 통해 장애인에 가해지는 차별과 억압, 배제와 분리의 고리를 끊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보고서 최종견해를 통해 본 국내이행 현황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장애인연금법, 장애인 활동지원에 관한 법, 장애인복지법, 장애인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등 장애인권리협약의 국내이행을 위한 기본적인 법적체계를 갖추고 있었고 특히,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을 제정 시행하면서 장애인권리협약의 국내이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정부에게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상법 732조와 장애인권리협약 25조 마)항이 배치되어 이를 비준 유보하였다. 또한 장애인이 차별을 받았을 경우 국내적 구제절차에도 불구하고 차별해소 또는 권리구제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 진정할 수 있는 선택의정서의 비준을 유보하였다.

 

비준이후 한국 정부는 장애아동 복지지원법,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성년후견인제도의 도입 등 지속적으로 장애인권리협약의 이행을 위한 국내법제도의 제정 및 개정을 해왔다. 2014년 한국정부의 국가보고서에 대한 심의과정에서 정부는 이러한 노력을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들에게 설명하였다. 그러나 한국정부의 국가보고서와는 달리 한국 장애인단체의 NGO보고서는 한국정부 정책의 한계와 문제점을 권리위원들에게 설명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권리위원회의 권고가 최종견해에 담길 수 있도록 활동을 하였다.

 

한국정부의 장애인권리협약 국내이행의 문제점으로 제기된 주요한 내용들을 보면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정의가 국내법에는 아직도 의료적 모델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이 제기되었다. 장애인관련 법률의 기본법이라고 할 수 있는 장애인복지법 제2조(장애인의 정의 등) ⓵“장애인”이란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를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어 장애는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개념이며, 손상을 지닌 사람과 그들이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완전하고 효과적으로 사회에 참여하는 것을 저해하는 태도 및 환경적인 장벽간의 상호작용으로부터 기인된다는 것을 인정하고(전문 마항), 장애인은 다양한 장벽과의 상호 작용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과 동등한 완전하고 효과적인 사회 참여를 저해하는 장기간의 신체적, 정신적, 지적, 또는 감각적인 손상을 가진 사람을 포함한다.(제1조 목적)고 규정한 장애인권리협약의 사회모델 개념과 달라 한국정부의 정책의 기본방향이 여전히 손상을 가진 개인의 재활 또는 시혜적 복지정책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였다. 실제로 정부의 장애관련 예산의 상당한 부분이 시설의 유지 및 관리, 복지관의 프로그램 지원에 편중되어 있어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의 개선, 주거 및 소득보장, 활동보조서비스 등의 예산 및 정책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정부는 이전의 금치산 한정치산제도가 장애인권리협약 제12조 법앞의 평등 조항과 배치될 뿐 아니라 대상자의 잔여능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어 성년후견제를 통해 장애인의 잔존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하고 이로서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제도로 장애인권리협약의 12조 법앞의 평등을 이행하기 위해 새롭게 도입된 제도라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성년후견제는 장애인의 법적 권한과 행위능력에 대해 장애를 이유로 제한하는 제도로 장애인권리협약의 제정목적과 정신에 위배된다는 점은 다른 국가들의 국가보고서 심의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였다. 권리위원들은 한국의 성년후견제도에 대한 부분에 대해 많은 질문과 우려를 표명하였으며 장애인단체들도 성년후견제도가 장애인의 법적권한을 과도하게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제도로서 후견제와 같은 대리의사결정제도를 폐지하고 의사결정을 자유로운 상태에서 스스로의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의사결정 조력제도로 전환하고 법적권한의 행사로 인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안전망의 구축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정책을 시행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성년후견제를 도입한지 얼마되지 않았고 시행하면서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으며 장애계 내에서도 성년후견제에 대한 찬반의견이 분분하다.

 

장애인집단 안에서도 인권침해가 심각하고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영역이 정신장애영역이다. 대표적인 반 인권적인 법률로서 정신보건법이 제기되었다. 정신장애인과 더불어 장애계는 정신보건법의 완전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정신보건법 중 특히 문제가 되는 제24~26조 보호의무자, 지방자치단체장, 의사와 경찰관(응급입원)의 동의만 있으면 본의의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입원을 시킬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현 조항의 조속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동 조항에 의한 인권침해 사례는 수없이 언론에서 보도되었으며, 실제로 한국의 정신병원 또는 정신요양원의 자의입원율 24.1%로 외국의 자의입원율이 90%대인 상황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최종견해를 통해 정신보건법의 현행 조항과 동 법 개정안이 장애를 이유로 한 자유의 박탈을 전제하고 있다는 것을 우려하며 정신장애인의 장기입원율이 매우 높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정신보건법상의 관련 조항을 폐지하고 모든 유형의 정신보건 서비스가 당사자의 자유로운 사전 동의에 근거하도록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였다. 정부와 의료계는 이를 전혀 수용할 의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

 

장애여성은 장애와 여성이라는 다중차별을 받고 있다. 장애인권리협약의 제정과정에서도 장애여성의 특성과 욕구가 반영될 수 있도록 각 국 정부의 관심과 조치를 촉구하기 위해 별도의 조항을 신설하고 다른 주요한 조항들에는 성주류화 될 수 있도록 투트랙 접근방식을 한국의 장애인단체와 정부가 제안하여 많은 논란 끝에 제6조 장애여성 조항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현 한국의 장애여성 정책은 육아출산, 성폭력예방 및 피해자 구제정책 등 특정 영역에 머물고 있어 교육, 노동, 사회참여, 활동보조 등 다양한 장애인정책에서 소외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NGO보고서를 통해 제기하고 장애여성의 교육(평생교육 포함)정책의 확대, 노동정책(단순 제조, 재택 근무 등 특정영역에 한정된)의 제고. 사후(성폭력 가정폭력 등)구제 정책 중심에서 사전 예방정책과의 균형잡힌 정책시행 등을 주장하였다 특히, 일반여성정책에서는 장애인지 관점을 장애정책에서는 성인지 관점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여성관련 정책에는 장애인지 관점을 장애관련 정책에는 성인지 관점이 반영될 수 있도록 권고를 하였다.

 

이밖에도 장애를 근거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 모자보건법의 문제,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정책의 부재, 부양의무제 문제, 활동보조인 시간확대, 사법접근에 있어서의 정당한 편의제공 문제 시설내 인권침해 문제, 염전노예사건 등 많은 이슈들이 제기 되었다.

 

향후과제

 

장애인권리위원회 최종견해의 내용을 하나 하나 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많은 고민과 토론, 실태파악과 분석, 연구가 필요하다.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심의과정에서 협약의 이행과 관련하여 정부의 이행메카니즘(한국정부는 협약이행을 위한 정부내 이행기구로서 국무총리산하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고 보고했다)에 장애인당사자의 실질적인 참여를 다시 강조하였다. 또한 모니터링 메카니즘에 있어서도 장애인단체와 시민사회단체의 참여가 법적인 근거를 가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장애인의 문제는 유아(태아)부터 노인에 이르는 전 연령에 걸쳐있다. 또한 경제사회문화 등 전 영역에 걸쳐 있으며 장애유형과 장애의 정도, 성별, 도시와 농촌, 학력과 소득수준 등 고려하고 배려해야할 영역이 넓고 많다. 이러한 이유로 장애인권리협약을 포함하여 장애관련 국제 문서들은 국가적 조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조정의 과정에 장애인당사자의 참여를 제1의 원칙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최종견해 발표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정부차원의 이행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는 한번도 개최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당분간은 계획이 없는 것 같다. 단발적으로 부처별 정책들이 발표되고 있지만 이러한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 장애인의 참여는 여전히 상징적 또는 절차적 정당성의 확보차원에 머물고 있다.

 

오히려 협약의 이행을 모니터링해야 할 국가인권위원회,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NGO보고서 연대 등 민간영역에서 최종견해 이후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에 대한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정부와 국가인권위원회, 시민사회 및 장애계는 어떻게 협약 이행을 위한 논의와 평가, 모니터링 체계를 마련하고 이 과정에 장애인과 시민사회의 역할고 위상을 참여과정에서 보장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집중되어야 한다. 이러한 공적 논의의 틀을 만들지 못하면 장애인정책의 최종 지향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대응에 앞서 사안별로 현안에 따라 현실논리에 묻혀 단편적 대안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정책논의의 파트너로서 장애인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그 역할과 위상을 공고히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속적인 정책의 심도있고 깊이있는 논의와 의견의 수렴이 불가능해 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선 집중해야할 부분은 공적 논의구조의 마련과 그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공적 논의구조의 마련과 참여와는 별개로 장애인단체 및 시민단체의 독립적인 비판적 정책 평가자로서의 기능을 강화할 필요성을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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