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세월호참사 2015-04-27   600

[세월호 1년 진단 – 무엇이 바뀌었나](7) 이윤 중심 ‘불안국가’를 노동 중심의 ‘안전국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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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걸 |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 시민·생명·안전에 악영향 주는

규제완화 밀어붙이는 현 정부

안전 최일선의 현장 노동자들에

발언·개입·조치권 전면 보장을

 

그동안 대부분의 참사나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인명 사고들은 기업이나 사업주들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과정에서 벌어진 ‘기업형 참사’였다. 또한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형 참사’였고, 공공부문의 책임 있는 관리가 부재하면서 벌어진 ‘직무유기형 참사’들이었다.

성수대교 붕괴(1994), 삼풍백화점 참사(1995), 씨랜드 참사(1999), 대구 지하철 참사(2003), 춘천 산사태 참사(2011), 태안 사설 해병대캠프 참사(2013), 경주 리조트 참사(2014), 장성 요양원 참사(2014), 판교 환풍구 참사(2014), 의정부 생활주택 화재 참사(2015)를 보라. 하나같이 해당 기업·사업주, 그리고 정부·지자체 등 공공부문의 책임이 절대적이었던 참사들이었다. 즉,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들이 기업·사업주의 무분별한 이윤 추구와 부정·비리, 공공부문의 무책임과 직무유기로 발생하고야만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안전 대책의 초점도 ‘안전의식 계도’와 같은 추상적 대책이 아니라, 철저히 공공부문과 기업·사용주 측의 안전 관련 조치와 책무를 극대화시키는 데 맞춰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박근혜 정부와 국민안전처의 대책은 허무하기만 하다. 아니 더욱 위험해졌다. 지금도 오로지 재벌 대기업 특혜와 ‘묻지 마’ 규제 완화로만 내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공공부문과 기업·사업주의 책임을 어떻게 높일 것이며, 보통 현장의 안전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있고 실제 책임지고 있는 노동자들의 참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노동자들의 안전 문제에 대한 개입과 점검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와 함께 대책이 실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비정규직에게 안전과 위험 업무의 책임을 전가하는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 것이 매우 절실함에도 이에 대해서도 아무런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1월21일 국민안전처가 발표한 ‘업무보고’ 내용 역시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국민들의 안전을 실제로 위협하고 있는 길거리 환풍구 문제, 제2롯데월드 등 초고층 건물의 안전 문제, 의정부 도시형생활주택 참사 등 규제 완화와 맞물린 생활안전 문제, 노후·위험 시설물 안전 문제 등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조차 없었다. 

또한 국민들이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는 저가 항공기 문제를 포함한 항공 안전 대책, 실제 최근에 사망사고까지 발생한 바 있는 철도·지하철 안전 문제 등 대중교통 수단에서의 안전 제고 대책도 거의 제시되어 있지 않았다.

 

그 주요 업무 계획에는 “철도, 항공기, 선박, 유해 화학물질 등 특수분야별 안전사고의 경우 평상시부터 유관부처 간 협력체계를 강화한다”는 식으로만 언급되어 있을 뿐이다. 

 

철도, 지하철, 항공기, 선박 등의 대중교통 수단과 관련한 안전 점검, 안전 규정, 안전 예산, 안전 대책 등이 대폭 강화되어야 한다. 끊임없이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유해화학물질’ 관리 문제도 철저한 대책이 시급함에도 사실상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분야는 안전 문제에 대한 현장 노동자들의 개입과 점검이 가장 중요한 대표적인 분야들이다. 안전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정부·지자체나 사정을 자세히 알기 어려운 시민들보다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과, 기업·사업주 측의 안전 위협·안전 무시·안전 약화 조치를 가장 잘 알 수 있기에 제일 효과적으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집단이 바로 현장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장 노동자들에게 안전 문제에 대한 평상시, 유사시에 발언권·개입권·조치권을 전면 보장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정녕 거꾸로만 가고 있다. 지난 4월11일 참여연대·민변·경제민주화넷 등이 발표한 ‘박근혜 정부의 11개 규제 완화 문제점’ 보고서에서도 잘 드러났듯이 박근혜 정부는 의료영리화 추진, 건축물의 수직증축 허용, 철도차량의 내구연한제 폐지, 비정규직 노동 확대 등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치는 규제 완화를 거침없이 밀어붙이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배경에는 노후 선박의 연령·고박 장치·엔진 점검 주기 등 선박의 안전과 직결되는 여러 규제가 대폭 완화되고, 선박 운항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일색으로 채워지는 등 기업 탐욕과 공공부문의 직무유기가 있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거기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불안해서 못 살겠다”라고 외치고 있는데, 정부가 위험사회를 치유하지는 못할망정 더 위험한 사회로 몰아가서야 되겠는가. 노동자들과 국민들은 ‘이윤 중심 불안국가’가 아니라 ‘노동 중심 안전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절규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를 외면만 하려는가.

 

필자는 작년 6월에 경향신문 지면을 통해 “사업장 안전, 노동자가 감독하자”라고 제안한 바 있다. 그 후 1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참으로 답답한 마음이다. 별로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답답하지만 우리 국민들도 살길을 찾아야 한다. 먼저, 박근혜 정부의 총체적 잘못과 퇴행을 막기 위해서는 노동자와 국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더 크게 저항해야 할 것이다. 

 

지난 4월 24일 노동계는 총파업에 돌입했다. 나아가 총파업 이후 총체적으로 안전한 나라(노동 중심 안전국가)를 위한 노동계·시민사회의 전면적인 연대와 실천, 연구와 협력을 제안한다. 

 

그리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재사망률 1위 국가이면서, 수시로 터지는 참사로 다수의 국민들이 희생되는 이 불안한 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데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산재 예방부터 안전 관리, 긴급상황 예상 시 작업 중지, 정기적인 산업안전 평가와 개선방안 마련, 시민이 오고 가고 머무르는 모든 장소·시설·수단에서 관련 노동자의 안전 문제에 대한 개입을 법과 제도, 관행과 문화로써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이를 현장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주도하도록 하자. 그렇다면 지금보다 훨씬 안전한 일터, 안전한 사회가 가능할 것이다.

 

<경향신문·참여연대 공동기획>

 

* 이글은 2015년 4월 27일자 <경향신문> 29면 오피니언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기사원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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