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5년 09월 2015-08-31   551

[통인뉴스] 분단 철책 너머로 끊길 듯 이어지는 평화의 길

 

분단 철책 너머로 끊길 듯 이어지는 
평화의 길

해방·분단 70년 맞아 ‘2015 평화기행’ 개최

 

 

글. 이영아 평화군축센터 간사

 

“머리로만 이해하던 분단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멸공 OP관측소에서는 아직도 ‘때려잡자 김정은’ 구호가 울려 퍼졌고 DMZ의 찬란한 수풀은 며칠 전 한국군 부사관의 발목을 앗아가고 북민촌 주민들의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지뢰를 품고 있습니다. 1953년의 분단은 2015년 현재까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해방과 분단 70년을 맞아 지난 8월 8일부터 11일까지 서울과 안산, 화천, 철원, 동두천 일대를 탐방하는 ‘2015 평화기행’이 개최됐다. 참여연대, 인권재단 사람, 역사문제연구소, 한반도 문제를 걱정하는 학자모임 ASCKAlliance of Scholars Concerned about Korea 공동주관으로 준비된 이번 평화기행은 2013년에 이어 올해 2회째로 세계 각지에서 온 70여 명의 학자, 활동가, 시민들이 함께했다. 8일 ‘해방, 분단 70년 한반도의 현재와 미래’ 학술 행사를 시작으로 안산 기억저장소와 단원고, 서울 서대문형무소, 화천, 철원의 비무장지대, 동두천 주한미군 피해현장을 둘러보는 3박 4일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참여사회 2015년 9월호 (통권 226호)

기행 후반기에 찾아간 화천, 철원, 동두천은 분단과 전쟁의 상흔을 생생히 보여주는 비극적 현장이다. 화천 베트남 참전 기념관에서는 베트남 전쟁을 둘러싼 기억 투쟁이 현재도 계속되고 있고, 민간인 통제구역 내 최전방 부대인 멸공 OP의 젊은 장병들은 “때려잡자 김정은! 북괴군의 가슴팍에 총칼을 박자!”라는 대적관 구호를 외친다. 끊어진 금강산 전기철도교량, 총탄과 포탄 자국이 선명한 노동 당사는 우리를 해방의 꿈이 산산히 부서진 과거로 인도한다. 어둑해진 밤, 그 날의 기억만큼은 꺼내고 싶지 않다고 몸서리치는 지뢰피해 어르신들은 그동안 들어보지 못한 분단의 또 다른 비극을 들려주었다. 

기행 마지막 날 찾아간 동두천 기지촌여성 성병 검사소와 상패동 산자락 무연고 묘지는 기지촌 여성들이 품었던 통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당시 정부야말로 여성들을 달러벌이 수단으로 내몰고 성병에라도 걸리면 여성들을 격리시키는 포주나 다름없었다. 이들의 죽음은 누구도 기억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손길이 닿지 않은 수풀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름 없는 묘지들은 그녀들의 아픈 삶을 고스란히 전해 주었다. 참가자들은 그 아픔을 조금이나마 위로하는 마음으로 벌초를 했다. 이어 찾아간 미선이 효순이 참사현장에서는 미군이 ‘억지로’ 세운 추모비 너머로 두 소녀의 억울한 사연이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았다. 

3박 4일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분단과 전쟁의 비극을 직접 마주하는 경험은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이 비극과 상흔을 보듬어야 평화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점을 가슴속 깊이 새기며 이번 평화기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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