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유엔UN 2015-11-19   2582

[유엔 자유권 권고 짚어보기 ②] 참을 만큼 참은 유엔 “국가보안법 7조 폐지해”

지난 10월 22일~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지난 9년간 한국의 전반적인 시민적, 정치적 권리 실태를 점검하고 권고를 내리는 유엔 시민적 정치적 권리규약위원회(아래 유엔 자유권위원회)가 열렸습니다. 자유권 위원들은 정부, 국가인권위원회, 시민사회단체들이 제출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한국 정부의 자유권 규약 이행에 대해 심의하고 지난 11월 5일 최종 권고를 발표했습니다. 
 
유엔에서 내린 권고는 국내에서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요? 국제사회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자유권 실태는 어떠할까요? 국내 83개 인권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유엔 자유권 심의 대응 한국 NGO 모임은 6회에 걸쳐 유엔 자유권 권고를 짚어보는 기사를 게재합니다. – 기자 말

 

① “민주주의 억압 하지마”, 유엔에 혼난 한국정부 (참여연대 백가윤 간사)

② 참을 만큼 참은 유엔 “국가보안법 7조 폐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김기남 변호사)

③ 병역기피자 인터넷 공개, 어쩌다 이 지경까지 (전쟁없는세상 이용석 활동가)

④ 외국인 구금과 인신매매 (공익법센터 어필 정신영 변호사)
⑤ ‘회피 연아’ 이후에도 변함없는 대한민국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참을 만큼 참은 유엔, “국가보안법 7조 폐지해”

국가보안법과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구 합동신문센터)

김기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

 

 

박정근 사건, 민주주의 억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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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4일 CNN 누리집. 북한관련 게시물을 올린 이유로 구속된 박정근씨를 보도한 CNN 누리집 기사.ⓒ CNN 갈무리

 

우선, 유엔 자유권 위원회는 국가보안법에 따른, 특히 제7조(찬양·고무 등)에 근거한 기소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 우려를 표명했다. 자유권 위원회는 제7조가 “모호하고, 공적인 대화에 대한 냉각 효과를 가져올 수 있고, 불필요하고 균형에 맞지 않게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고 설명하였다. 아울러 국가보안법이 검열의 목적으로 점차 사용되고 있음을 우려했다. 실제 자유권 위원회 유발 샤니(Yuval Shany) 위원은 박정근과 미네르바 사건의 예를 들며, “국가보안법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이지만 실제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지적했다.

 

자유권 위원회는 표현의 자유에 관한 일반논평 34번과 1999년에 내린 권고(CCPR/C/79/Add.114,para.9(1999))를 인용하며, “사상이 적국이 가지고 있는 것과 단지 일치한다거나 적국에 대한 공감을 초래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 사상의 표현을 제한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 정부에게 국가보안법 제7조를 폐지하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사실, 자유권 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국가보안법 관련하여 권고를 내린 것은 처음이 아니다. 앞 단락에 기술된 것과 같이 자유권 위원회는 1999년에도 국가보안법으로 인한 표현의 자유 제한이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제7조에 대한 조속한 개정을 권고했었다. 뿐만 아니라 9년 전의 자유권규약 3차 국가심의(2006)에서도 자유권위원회는 같은 우려와 권고를 채택했다. 당시 자유권 위원회는 이를 매우 긴급한 사안으로 보고, 절차규칙 제71조 5항에 따라 국가보안법 제7조에 대한 권고 이행 보고서를 1년 이내에 제공하라고 하였다. 

 

1999년과 2006년 두 차례의 국가심의에서 국가보안법 제7조가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있고 자유권 규약에 부합하도록 개정하라고 권고하다가 2015년 권고에서는 드디어 이를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한국 정부가 실질적 권고 이행의 노력을 보이지 않자 결국 폐지하라는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자유권 위원회의 국가보안법 제7조 폐지 권고는 한국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그간 한국정부는 ‘국가보안법을 자의적으로 적용하거나 해석한 적이 없다’고 초지일관 부인해 왔다. 이번에 제출한 국가보고서에서도 한국 정부는 헌법재판소의 국가보안법 해석기준 제시에 따라 엄격히 적용하고 있고, 2004. 8. 26.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인용하며 “국가의 존립과 안전,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주관적 구성요건을 추가하여 확대해석의 위험은 거의 제거되었다고 보고하였다.

 

또 2015년 10월 유엔 자유권 위원회 국가심의 본심의에서도 한국 정부 대표단장 김주현 법무부 차관은 “한국전쟁 이후 60여 년 동안 남북이 휴전상태로 대치하고 있고 여전히 안보위협이 있는 상황이며, 국가보안법은 국가 존립과 안전,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만 매우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어 남용되는 사례가 없도록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심지어, 2015년 11월 최종견해가 채택된 후 한국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같은 입장을 재표명했다. 최종견해가 채택된 날 정부는 이를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자유권위원회의 북한이탈주민 인권 권고, 이행할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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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권위원회는 ‘북한이탈주민 인권 상황’에 대해 권고조치를 내렸다.ⓒ 참여사회

 

한편, 자유권위원회는 이번 심의를 통해 유엔인권기구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 일정 기간 구금되는 북한이탈주민의 인권 상황에 대해 권고를 내렸다.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내에서의 인권상황은 2013년 탈북 화교의 인신보호 구제청구를 계기로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북한이탈주민의 신원을 확인하는 행정절차에 불과한 것을 국정원은 간첩혐의를 수사하는 형사절차로 남용했다. 피의자 신분인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변호사의 접견권 등을 침해한 사실이 밝혀졌고, 이후 그 밖에도 심각한 인권침해의 정황들이 드러나 많은 우려를 낳았다.

 

이와 관련하여 자유권위원회는 북한이탈주민이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 최대 6개월까지 수용될 수 있고, 인권보호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는 하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없다는 점과 심사 이후 보호대상이 아닌 것으로 결정된 경우 독립적인 심의 없이 제3국으로 추방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명했다. 

 

자유권위원회는 이에 대해 한국 정부가 북한이탈주민이 최단기간만 구금되고, 구금기간 전반에 걸쳐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부여받으며, 수사 중에는 변호인이 허락될 뿐만 아니라 수사의 기간 및 방법 역시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 엄격한 제한을 받도록 보장하여야 한다고 권고하였다. 또 위원회는 한국 정부에게 개인이 제3국으로 추방되기 전에 충분히 독립적인 메커니즘에 의해 집행 정지 효과를 가지는 심의를 허용하는 명백하고 투명한 절차를 도입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국정부는 자유권위원회 본심의에서 자유권위원회 유발 샤니(Yuval Shany) 위원의 질문에 대하여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기 전 해당 조사의 근거, 기간, 인권침해 시 구제절차를 고지하고 있고, 변호사인 인권보호관의 일대일 면담을 보장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최근 드러난 몇몇 간첩조작사건에서 미란다원칙이 고지되지 않거나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사가 이뤄진 사례가 있으며, 또 한국정부가 밝힌 인권보호관은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의 수사과정에서 북한이탈주민 피의자의 변호를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인권보호관의 독립성이 보장되는지,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와 정보에 대한 접근에 제약은 없는지에 대해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혹자는 “비상근 명예직일 뿐이다”라는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한편 이와 같은 권고가 채택된 이후 정부와 국가인권위원회가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자유권규약은 인간의 가장 보편적 권리에 대한 인류의 약속이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높은 인권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받고 있다. 인권은 전 인류에게 중요하며 보편적으로 인정되어야 하는 가치이다. (…) 앞으로도 인권이라는 가치에 역점을 두고 역할과 책무를 이행하겠다.” 

 

자유권위원회 4차 국가심의 본심의에서 한국 정부의 대표단장 김주현 법무부 차관이 한 발언이다. 맞는 말이다. 한국정부는 자유권규약에 가입하면서 자유권규약의 정신과 원칙을 이행하겠다고 약속했고 이에 따라 의무와 책임을 져야 한다. 따라서 국가보안법과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와 관련한 자유권위원회의 권고도 한국 정부가 이행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 이번 자유권 심의에 참가한 한국 NGO 대표단은 오는 11월 25일(수) 오후 7시, 서울시 시민청 워크숍룸에서 ‘유엔, 한국 인권에 대해 말하다 – 한국 자유권 대응 시민사회 활동 보고대회’를 개최한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로

 

오마이뉴스 기사 링크 >> http://bit.ly/1T0uPP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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