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6년 02월 2016-01-30   537

[여는글] 내가 참 중요합니다

 

 

내가 참 중요합니다

 

 

글. 법인스님
참여연대 공동대표. 16세인 중학교 3학년 때 광주 향림사에서 천운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으며, 대흥사 수련원장을 맡아 ‘새벽숲길’이라는 주말 수련회를 시작하면서 오늘날 템플스테이의 기반을 마련했다.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과 <불교신문> 주필, 조계종 교육부장을 지냈으며, 전남 땅끝 해남 일지암 암주로 있다.

 

 

새해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났습니다. 올해도 새해 첫날 지인들에게 학명 선사의 선시 한 편을 선물로 보냈습니다. 
 
가는 해니 오는 해니 말하지 말라
보게나, 
저 하늘이 어디 달라졌는가?
우리가 어리석어 꿈속에 살지

 

눈을 감고 이 시를 음미하면 들 뜬 감정이 절로 가라앉고 온몸에 고요가 깃듭니다. 무심과 평온, 초월의 세계에 마음이 머무는 듯합니다. 그러나 눈을 뜨고 바라보는 우리의 땅은 하늘과 다릅니다. 사람이 살아가고 있는, 어제와 오늘의 세상은 너무도 다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막막하고 내일은 암울합니다. 많이 배우고 유능한 능력을 가진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대학 졸업 후 몇 년 씩 방황하고 있습니다. 쉬운 해고로 고용이 불안한 사람들은 인간의 존엄을 갈수록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어려움과 기쁨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공동체 문화는 해체되고 있습니다. 이 땅에 발 딛고 사는 우리는 평온과 초월의 마음으로 하늘을 바라볼 수 없습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것은마음가짐에달려있다)! 삶이 우울하니 하늘도 우울합니다.

 

오늘 새벽 예불을 올리고 산방에서 펼쳐든 법구경 한 구절이 가슴에 닿습니다. 

 

번뇌 가득한 세상에서도 맑게 살아가자
욕심 가득한 세상에서도 만족하며 살아가자
싸우는 세상에서도 평화롭게 살아가자
진흙 속에 연꽃처럼 

 

이토록 단순한 말이 왜 이리 마음을 울리는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나와 세상의 바람직한 관계 맺기의 열쇠가 여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여기의 나는, 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속에 살고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업業’이라고 하는 가치와 욕구가 다르기 때문에 늘 갈등하고 충돌합니다. 갈등과 충돌은 승자와 패자를 만듭니다. 패자는 박탈과 소외의 감정으로 분노하고 괴로워합니다. 승자 또한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가진 것을 지켜야 하고, 많이 가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월감이 행복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월감의 뒷면에는 불안과 긴장감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우월감과 열패감 모두 진정한 행복이 아닙니다.

때문에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바꿔야 합니다. 자유와 평등, 정의와 사랑이 넘치는 사회를 만드는 주체는 시민이고, 그러한 시민이 함께 하는 연대가 시민운동입니다. 참여할 때 시민이고 연대할 때 희망입니다.

그러나 참여하고 연대할 때 우리가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부당한 세상과 맞서면서도 ‘나’를 올곧게 지켜내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저마다의 ‘나’가 확장하여 관계 맺으면서 세상이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럿 속에 하나가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가 곧 여럿입니다. 사회의 변화와 나의 변화가 선후 없이 동시적이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므로 법구경에서의 말씀과 같이 아무리 혼탁한 세상에서도 내가 평화와 아름다움, 일상에서 나의 소소한 행복을 키우고 가꿔야 합니다.

행복의 샘물은 감수성입니다. 감수성은 늘 현재를 좋은 느낌으로 살아가는 일입니다. 얼마 전에 세상의 인연을 접고 하늘나라로 가신 신영복 선생은, 마지막 저서 『담론』에서 이 시대는 머리보다 가슴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분석하고, 해석하고, 말 잘하는 냉철한 지식이 때로는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가슴과 머리가, 작은 것과 큰 것이, 나와 세계가, 새의 두 날개와 같이 비상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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