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6년 07월 2016-06-29   741

[통인뉴스] 우리는  오늘도 달린다

 

우리는 오늘도 달린다

트랙 위에서의 시민‘운동’ 참여연대 마라톤 모임

 

 

글. 김승환 시민참여팀 간사

 

 

아침 하늘은 약간 흐렸다. 더위는 신경쓰지 말고 잘 달리고 오라는 듯, 따가운 햇볕도 구름에 자리를 양보해 준 날. 마라톤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었다. 오전 9시. <김대중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한강공원에 모인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70년 개띠모임’, ‘종로경찰서’ 등 다양한 모임에서 참가한 것도 눈에 띄었다. 메인 무대 앞을 지나 스트레칭 하는 사람들 너머에 ‘참여연대 마라톤 모임’ 현수막이 붙은 부스가 보였다. 

참여연대에는 여러 회원 모임이 있다. ‘산사랑’, ‘참좋다’, ‘패누카’ 등. 마라톤 모임은 말 그대로 달리기를 좋아하는 회원들이 만든 모임이다. 대부분의 참여연대 모임이 그렇듯이, 마라톤모임 역시 그 나름대로 독특한 점이 있다. 자기기록을 경신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기존 마라톤을 넘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어떻게 스포츠에 녹일지 고민해온 것이다. 그래서 참여연대 회원들은 트랙 위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시민들에게 들려주기 위한 ‘길 위의 운동’으로 마라톤 모임을 시작했다. 그래서 참여연대 마라톤 모임 참가자들의 가슴에는 번호표만 있지 않다. 가슴과 등에는 늘 우리가 세상에 던지고 싶은 구호들이 있다. 

 

마라톤3마라톤1

마라톤 참가자들. 참여연대 마라톤은 트랙 위에서 늘 무엇인가 말해온 ‘운동’이었다.

 

가슴엔 ‘옥시불매’,
등에는 ‘진실을 인양하는 시민의 힘’

이번 김대중 마라톤 대회에서 가슴에 붙인 구호는 바로 ‘옥시불매’와 ‘진실을 인양하는 시민들의 힘’. 언론에 드러난 사망자만 140여 명, 피해자는 500여 명이 넘는 그야말로 ‘안방의 세월호’라고 불리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참사. 이것조차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말하는 끔찍한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 지 5년이 지나서야 검찰은 뒤늦은 수사를 시작했다.

독극물을 수백만 명에게 판매하고도 버젓이 돌아가는 옥시를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더 많은 시민들에게 함께 해달라고, 시민의 작은 실천과 행동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보여주자고 요청하고자 ‘옥시불매’를 가슴에 붙였다.

세월호도 빼놓을 수 없었다. 세월호가 가라앉은 지 2년이 지났지만, 진실을 감추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정부의 태도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세월호 참사 이전과 같을 수 없다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으나, ‘가만히 있으라’는 세월호 선장의 목소리는 여전히 권력자들에 의해 되풀이되고 있었다. 결국 진실을 밝히는 힘은 권력이 아니라,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임을 알리기 위해 ‘진실을 인양하는 시민의 힘’을 등에 붙이고 달렸다.

 

 

마라톤4

한강을 따라 달리는 참여연대 상근자들과 회원들. 세월호 의인 김동수 시도 보인다.

 

끝나지 않는,
하지만 반드시 완주해야 하는

하프, 10km, 5km, 2km 순으로 참가자들이 출발했다. 출발선을 지나는데 낯익은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세월호 의인’으로 알려졌던 김동수 씨. 세월호가 가라앉고 있던 그때, 소방호스를 몸에 감고 스무 명을 구조했지만 더 많은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그가 앞에서 달리고 있었다. 그의 등에는 ‘세월호 진상규명’이 또렷하게 적혀 있었다. 참사 이후 생긴 트라우마로 힘든 시간을 겪었을 그가 여기에서 세월호 진상 규명을 등이 새기고 뛰고 있었다. 

한강을 따라 달리는 동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마주하고 있는 그 길은 어쩌면 마라톤이 아닐까라는.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지만 반드시 완주해야 하는, 숨이 가쁘더라도 멈출 수 없는 마라톤.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도 5년이라는 시간을 달려온 가피모(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가족들. 이제는 그만 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는 비난을 뚫고 지난 2년을 견뎌온 세월호 가족들. 참사의 진실을 외치는 두 목소리가 이제는 같이 달리고 있다. 그리고 그 양 옆에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트랙 위에 올라섰다. 늘 그랬듯 우리는 고통 속에서 서로를 만났고, 부조리 속에서도 연대라는 이름으로 서로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었다. 

매년 우리 사회의 억압받는 자들의 목소리를 메고 달렸던 참여연대 마라톤 모임. 왜 이런 걸 하냐며 눈살을 찌푸린 사람도 있었지만, 굴하지 않고 지난 시간을 꿋꿋이 달려왔다. 문득 그런 상상을 해본다. 참여연대 100명의 회원들이 가슴과 등에 피켓을 함께 달고 뛰는 날을,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이 길에 올라서는 모습을.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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