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6년 09월 2016-08-31   1262

[통인] 정부의 세월호 알레르기, 이 정도일 줄 몰랐다

정부의 세월호 알레르기, 
이 정도일 줄 몰랐다

권영빈 세월호 특조위 진상규명 소위원장

 

글. 박상규 전 오마이뉴스 기자. 회사를 그만둔 지금은 지리산 자락에서 사는 백수지만, 여전히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는 기자다. 
사진. 박영록

 

참여사회 2016년 9월호(통권 238호)
권영빈 세월호 특조위 진상규명 소위원장 / 사진 박영록

 

 

정부는 지난 6월 30일을 기점으로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의 활동이 끝났다며 예산 지급과 활동을 중단했다. 세월호 특별법이 시행된 지 1년 6개월이 지났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의 논리다.?하지만 특조위와 세월호 참사 유가족 등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조위는 자신들 조직의 구성 시기를 작년 8월 4일로 본다. 바로 그날부터 특조위의 실질적 활동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을 비롯해 권영빈 진상규명 소위원장 등 특조위 인사들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릴레이 단식을 벌이고 있다. 7월 27일부터 시작했으니, 8월 말 기준 벌써 한 달을 훌쩍 넘겼다. 특조위의 요구는 하나다. “제대로 된 특조위 조사 기간을 보장하라.”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비롯해, 일부 야당 의원들이 특조위의 주장이 옳다며 동조 단식에 동참하고 있다. 많은 시민도 광화문에서 밥을 굶으며 같은 요구를 하고 있다. 단식 농성은 한 달을 넘겼지만 문제 해결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특조위 조사 활동은 중단됐고, 세월호는 바다에 누워 있다. 정부는 세월호를 7월 말까지 인양한다고 했으나, 9월 말 인양하겠다고 말을 슬쩍 바꿨다. 현 상황에선 이 말도 온전히 믿기 어렵다. 여당 등 일각에서는 특조위를 해산하고 ‘선체 조사위원회’를 다시 꾸리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특조위 활동은 이대로 끝나는 건가.

릴레이 단식을 이어가는 권영빈 특조위 진상규명 소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붉게 젖은 눈과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해결 된 게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여기서 멈추라고 하는가.”
아래는 권 소위원장과 일문일답이다.

 

 

무더운 날씨에 거리에서 단식 농성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이전에 단식 농성을 해본 적이 없다. 당연히 쉽지 않지만, 많은 위안을 받기도 한다. 특조위 활동을 지지하며 단식에 동참하는 시민이 많다. 우리가 외로운 싸움을 하는 게 아니다. 조사활동은 막혔고, 정부는 협조적이 않은 상황이다. 사무실에서 신세한탄만 하고 있으면 달라지는 게 없다. 광장으로 나가서 시민들을 만나는 게 맞다.
단식 농성을 하면서 힘을 많이 받았다. 물론 특조위가 침몰하는 현실이 바뀌지 않아 여전히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세월호 특별법도 시민이 관철시켰고, 특조위도 시민이 만들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 시민사회, 국민이 그만하라고 하면 우린 더 활동할 수 없다. 하지만 국민들은 ‘결코 여기서 중단하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린 그런 의사를 확인하고 있다.
단식은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의 고뇌에 찬 결단이었다. 어쨌든 특조위도 국가기관이고, 우린 공무원이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어떤 방식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어떻게 특조위의 어려움을 알려 시민의 공감대를 이끌어 낼 것인가. 가장 평화적이고, 호소력 있는 방식은 단식 농성이었다.

 

지금처럼 특조위가 어려운 처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나.?

그동안 정부 부처들이 특조위 조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은 건 다 알지 않나. 정부와 여당은 지난 6월 30일에 특조위 조사활동이 종료됐다고 억지를 부린다. 이렇게까지 막무가내 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상식이 통하길 바랐는데, 상식이고 뭐고 없다.

 

4월 총선 이후 국회가 여소야대로 달라졌다.

여소야대여도 아직 상황이 달라진 건 없다.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을 위한 특조위 활동에 필요한) 법 개정을 하든, 활동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든 해야 하는데, 여야 합의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그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까지 얼마나 걸릴 것으로 예상하나.

글쎄…. 한참 해야 한다. (특조위 활동 기간은) 1년 6개월인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1980년에 일어난 5.18광주민주화운동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있다. 1990년대 중반에 전두환, 노태우가 처벌받았는데, 5.18민주화운동 이후 약 15년 걸렸다는 이야기다. 그동안 우리 사회도 좋아졌으니,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은 그보다는 빨라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진실 규명을 두고 공무원 등 국가의 저항이 크다.

당시 해양경찰청장, 해경 서해지방청장, 목포해경서장 등을 특별 검사가 조사해야 한다고 특조위에서 국회로 의견을 보냈다. 국가의 구조 실패가 문제이니 관련 공무원들은 당연히 세월호 참사와 연관이 있다. 이쪽에서 큰 저항이 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에 공영방송국에 전화해서 ‘세월호 참사에서 국가 책임을 보도하지 말라’는 취지로 말하지 않았나. 현 정부는 세월호 참사와 정부(국가) 책임이 연결되는 걸 어떻게든 막으려 한다. 

 

세월호 참사 원인은 당대, 현 정부의 문제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랫동안 쌓인 과거의 관행, 자본의 무책임한 이윤추구 등 여러 문제가 쌓여 터진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당대의 국가와 정부는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과거부터 쌓인 모순을 정리하면서 새로운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동시에 최대한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 작업을 지지하고 지원하면, 이는 현 정부의 치적이 될 수 있다. 지금 정부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안타깝다.?
특조위는 현 정부와 일부러 대립한 적이 없다.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고,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고 제안해왔다. 정부도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일 거라 생각했는데, 무엇 때문인지 ‘세월호’, ‘특조위’ 하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사실 우리 사회는 숱한 참사를 겪었지만, 제대로 진실 규명을 한 적이 없다. 

삼풍백화점 참사, 성수대교 참사, 서해 페리호 참사 등 모두 백서 하나 정리한 후 지나갔다. (문제점과 대안은) 그때만 잠시 이야기하고 말았다. 심지어 삼풍백화점 참사 때는 희생자 시신의 일부가 쓰레기 하치장에서 나오기도 했다. 대구지하철 참사 때도 사고 현장 감식도 안 끝났는데 물청소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여전히 한 발짝도 앞으로 못 나가고 있다.

 

참여사회 2016년 9월호(통권 238호) 참여사회 2016년 9월호(통권 238호)

2016년  7월 27일 세월호 특조위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좌)과 첫 번째로 단식을 시작한 이석태 세월호 특조위원장(우). ⓒ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페이스북.

 

 

시민들 여론은 어떤가.
 

특조위가 광화문 광장에서 릴레이 단식 농성을 하는데, 지지 단식하는 사람이 많다. 여러 지역에서도 지지 단식을 한다고 하더라. 세월호 참사 아픔에 공감하는 국민은 넓고 깊게 퍼져 있다. 사실 작년 참사 1주기 때만 해도 여러 시민이 아픔을 가슴에만 묻어뒀던 것 같다. 상처를 똑바로 마주 보는 게 힘드니까.
‘특조위가 잘 하겠지’, ‘시간 지나면 진실이 규명되겠지’ 하는 기대를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참사 2주기가 됐는데 진실 규명 등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특조위는 문 닫는다고 하고…. 이런 상황이 되니까 국민이 세월호 참사를 다시 응시하는 것 같다. 외면이 아닌, 마주보고 기억하고 되새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참사의 아픔은 시간 간다고 묻히고 잊히는 게 아니다. 사람들 가슴 속에 계속 쌓인다. (잠시 눈물)

 

그동안 많이 힘들었나보다.

어쨌든 이 일을 하기로 했으니, 이겨내야 한다. 나는 강하다(웃음). 약해지고, 감상적으로 슬픔에 젖는 걸 극복해야 한다고 스스로 많이 생각한다. 해야 할 과제가 많으니까. 2015년 초 특조위 설립 준비하던 시절에는 밤에 자다가 깨고 그랬다. 압박감이 큰데, 모든 직원이 서로를 위로하고 힘이 되어 주고 있다. 물론 힘들어 하는 사람도 꽤 있지만, 하늘의 별이 된 아이들이 지켜줄 것이다.

 

참사 희생자 가족들이 많이 힘들어 할 것 같다.

가슴속에 분노, 배신, 허탈함, 안타까움 이런 것들이 다 쌓여 있을 것이다. 요즘엔 많이 지쳐 보인다. 오랫동안 힘들게 싸웠는데, 해결된 게 많이 없으니까. 이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아득함, 이런 것 때문에 많이 힘들어 한다.

 

여당 등 일각에서는 ‘세월호 선체 조사위’를 따로 꾸리자는 말도 나왔다.

국민들 반발 때문에 물타기를 하는 거다. 세월호 인양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특조위의 연결 고리를 차단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세월호 인양하면 선체를 조사할 주체가 있어야 하는데, 특조위는 보내(해산하)고 싶고…. 그러다보니 별 의미 없는 논리를 개발한 거다.
세월호는 6,800톤 대형 여객선이고, 미수습자, 화물, 기계고장 등 조사할 게 많다. 여러 전문가들이 최소 6개월 정도는 조사해야 한다. 이걸 국회에서 하겠다는 건데, 말도 안 되고 실현 가능성도 없다. 진성성도 없는 이야기다.

 

참여사회 2016년 9월호(통권 238호)
권영빈 세월호 특조위 진상규명 소위원장 / 사진 박영록

 

 

세월호 인양이 늦어지고 있다.

현재 세월호는 해저면에 닿아 있다. 1단계로 해수면까지 들어 올리고, 2단계로 항구까지 옮겨야 한다. 해수부는 7월 말까지 인양 작업을 마친다고 했는데, 슬쩍 9월 말까지 한다고 말을 바꿨다. 현재 공정을 보면 9월 말도 어려울 듯하다.
해수부는 한 번도 인양 작업에 절실함을 보여준 적이 없다. 말로는 ‘열심히, 꼭 하겠다’고 하는데, 정말 그 일을 끝내겠다는 결기를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다. 배가 인양되면 되는 거고 안 되면 안 되나보다, 이런 태도다.

 

그런 국가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시민이 실망하고 있다.

특조위 2차 청문회 때 해수부 인양 책임자에게 ‘인양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얼버무리더라. 실패, 혹은 성공에 대한 책임을 안 지려한다. 9월 말엔 정말 인양 될까? 믿을 수가 없다.

 

정부는 특조위 활동 기간이 끝났다고 하는데.

세월호 특별법에 따르면 위원회 활동 기간은 ‘조직 구성한 때로부터 1년 6개월’로 돼 있다. 위원회 구성을 두고 정부는 ‘법이 시행된 날’을 기준으로 삼는데, 이건 엉터리다. 특조위는 말 그대로 ‘조사위원회’다. 위원회 구성 시점은 ‘위원’과 ‘조사관’이 같이 있고, 예산이 확보되는 등 활동할 수 있는 조건이 확보된 날이 기준이다. 우리는 2015년 8월 4일을 위원회 구성일로 본다. 그때부터 1년 6개월이면 내년 2월 3일까지 활동해야 한다. 
실제로는 위원회 구성 후 고작 10개월, 길면 11개월 지났을 뿐이다. 1년 6개월을 기준으로 보면 아직 3분의2도 안 지났다. 이런 상태에서 진상 조사결과가 나오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닌가.

 

특조위에 무엇이 더 필요한가.?

어쨌든 현 상태에서 우리가 제대로 조사할 수 있게 활동 기간을 보장해 달라. 조사 대상 정부 기관 사람들은 조사에 충실히 응해야 한다. 해수부, 해경 등 여러 국가 기관들도 마찬가지다. 자료 요청하면 제대로 줘야 한다. 시간 끌기만 하는 건 의미가 없다.

 

세월호 특조위 활동의 어려움을 예상했을 텐데, 왜 ‘독배’를 들었나.

2014년 12월 야당의 추천을 받았는데, 내 앞에서 먼저 추천 받으신 분들이 여러 사정으로 고사했다. 내게는 늦게 제안이 왔는데, ‘나에게까지 왔으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까지 거절할 수가 없었다. 누구라도 해야 한다면, 나라도 하자. 이런 마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 만만치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이토록 힘들 거라는 생각은 못 했다. 갑자기 ‘세금 도둑’ 프레임이 짜였고, 임명장 받는 것도 미뤄지고…. 세월호 참사는 우리가 제대로 극복하면 할수록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세력이 참 강력하더라.

 

국민들에게 당부할 말이 있을 것 같다.

세월호 참사는 모두에게 큰 충격을 줬고, 그래서 슬픔을 드러내기 보다는 마음속에 묻고 싶어 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조금만 더 돌아보자. 우리는 이제 상처를 똑바로 바라보고 기억해야 한다. 그게 세월호 참사를 극복하는 첫걸음이다. 힘들지만 세월호 참사를 마주보자고 당부하고 싶다. 더불어, 광화문 단식 농성을 지지하고 성원해줘서 고마운 마을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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