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6년 09월 2016-08-31   1236

[특집] 공수처 도입,  검찰개혁 물꼬 틀까?

특집_추석 시사 상차림

 

공수처 도입, 
검찰개혁 물꼬 틀까?

 

 

글. 서보학 경희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최근 법조비리로 큰 물의를 일으킨 홍만표 변호사는 검사장 퇴임 후 수년간의 변호사 활동으로 수백억 원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재판에 넘겨진 정식죄명은 탈세지만 불법의 본질은 전관예우이다. 전관예우는 전직 판·검사가 현직 판·검사의 도움을 받아 사건처리를 유리하게 이끌고 큰돈을 버는 비리를 의미한다. 전관예우는 현직 판·검사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곧 현직 판·검사들의 비리라고도 말할 수 있다. 홍 변호사에게 사건이 몰려 수년간 수백억 원을 번 것은 현직 후배 검사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또한 그가 벌어들인 돈의 상당액이 현직들의 호주머니로 다시 흘러들어갔을 것임을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홍 변호사가 현직 검사들과 유착했다는 비리의혹에 대해서 하나도 밝혀 내지 못했다(혹은 않았다!). 결론적으로 그의 죄명은 달랑 탈세뿐이다. 

현정부의 실세로 통하는 우병우 민정수석. 사정기관을 통제할 뿐만 아니라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검증하는 막중한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그 역시 전 검찰고위간부 출신이다. 지난 7월 조선일보가 우병우의 처가가 상속세 납부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넥슨이라는 기업이 처가의 땅을 통상가보다 고액으로 매입하여 상속세 문제를 해결해주었다는 비리의혹을 보도한 이후 양파껍질이 벗겨지듯 그와 관련된 비리가 연일 언론에 보도되었다. 그럼에도 검찰은 소가 닭을 쳐다보듯 우 수석의 비리의혹에 대해 일관되게 외면했다.

 

고위공직자와 관련해 아무리 큰 의혹이 불거져도 검찰이 움직이지 않으면 진실이 드러나기는 어렵다. 의혹은 의혹일 뿐 당사자가 부인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잊히기 마련이다. 혹 검찰이 수사에 나서더라도 홍만표 변호사의 사례처럼 검찰이 사건을 축소·은폐하고 꼬리를 몸통이라고 주장하면 더 이상 확인할 방법이 없다. 검찰의 입에서 나오는 것만이 진실이 될 뿐이다. 그러고 보면 의혹만 불거져 있을 뿐 실체적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보수정권에서의 대형 사건들은 한 둘이 아니다. 이명박 전前 대통령의 BBK 사건, 4대강 비리와 해외자원개발 비리, 국정원의 18대 대선개입 의혹, 현 정부의 세월호 참사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모두 검찰이 길목을 지키고 앉아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한 사건들이다. 어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 대목에서 검찰조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무소불위 권력을 가진 검찰
검찰은 법무부 외청으로 설립된 국가사정기관이다. 검찰에는 약 2,200명의 검사와 7천여 명의 검찰직원들이 소속되어 있다. 하는 일은 범죄수사와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 공소제기와 공소유지, 형의 집행 등이다. 법무부도 검사들이 장악하고 있으니 우리나라의 법정책수립과 법무행정도 검사들의 손에 맡겨져 있는 셈이다. 이러한 일들을 수행할 수 있도록 검찰에는 막강한 권한들이 법으로 부여되어 있다. 범죄를 직접 수사하는 권한, 10만 경찰의 범죄수사를 지휘하는 권한, 압수·수색·체포·구속 등 강제수사에 필요한 영장을 법원에 독점 청구하는 권한, 범죄인을 기소하는 권한, 범죄혐의가 있더라도 봐줄 수 있는 기소재량권한, 형집행권한 등이 있다. 다른 부처에는 1~2명밖에 없는 차관급 공무원이 검찰에는 50여 명이나 될 정도로 특권적 대우도 받고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 검찰은 올림픽 참가 200개국 중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권한이 집중된 막강한 권력기관이라 평가 받는다.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강자, ‘무소불위’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검찰은 이런 권한들을 이용해 정치·경제·안보·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소위 ‘특수사건’들을 독점하여 처리한다. 주로 정치인·고위관료·재벌기업에 관련된 사건들이나 대형 공안사건들이다. 자연히 이런 사건들을 처리하면서 얻게 되는 각종 중요 정보들도 검찰이 독점한다. 때로는 이런 정보들을 정권이나 조직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용한다는 의혹도 받는다. 최근 검찰이 전·현직 고위검사들의 비리로 궁지에 몰리자 갑자기 롯데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시작한 것은 그 시기가 매우 공교롭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를 선민이라고 생각하는 검사들의 비리범죄에 대해서도 당연히 검찰만이 셀프수사를 할 수 있다. 이렇게 무소불위의 권한을 보유하고 중요한 특수사건들을 독점 처리하는 검찰이 정치적으로도 매우 종속적이니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과 집권정치세력이 원치 않는 사건수사와 기소가 제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는 것이다. 국민들은 진실을 원하나 권력의 달콤한 품에 안겨 공생관계를 맺은 검찰은 애써 눈과 귀를 닫고 진실을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참여사회 2016년 9월호(통권 238호)

 

공수처 도입은 검찰개혁의 시작
최근 검찰의 행태에 실망·분노한 국민들이 검찰개혁을 소리 높여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라 함)가 검찰개혁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공수처는 상시적으로 존재하는 제3의 수사·기소기관이다. 여·야 합의에 의해 간헐적으로 도입되는 특검과는 다르다. 임무는 정치적으로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상시적으로 전·현직 고위공직자들의 비리를 수사·기소하는 것이다. 공수처 설립의 의미는 고위공직자의 비리사건에 대한 검찰의 독점적 사건처리를 무너뜨리는 데 있다. 

공수처와 검찰이 경쟁적으로 수사·기소하도록 제도를 설계할 수도 있고 혹은 공수처가 우선적으로 처리권한을 갖도록 설계할 수도 있다. 공수처의 설립이 현실화되면 그동안 특수사건의 수사·기소 전반을 독점하면서 위세를 부렸던 검찰은 자칫 이류 검찰로 전락할 수도 있다. 또한 그동안 특권지역에 머물러 있던 검사들도 공수처의 수사대상이 되기 때문에 검찰의 권한 남용과 부패 문화를 제대로 도려낼 수 있게 된다. 다만 공수처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공수처장의 선출 및 조직의 구성에 청와대·정치권 및 검찰의 영향력이 행사되지 않도록 하여 정치적 독립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참여연대는 오래 전부터 공수처 도입을 주장했고 최근 야당이 공동으로 공수처 설립법안(10번째 법안)을 발의하였다. 여소야대 상황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 전망은 썩 낙관적이지 않다. 특수수사에 대한 독점권을 상실하고 이류 검찰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는 검찰의 반대도 완강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독립된 사정기관의 출현을 두려워하는 부패 정치세력의 반대도 거세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법사위에 소속되어 있는 검사 출신 여당 국회의원들의 반대는 쉽게 넘기 어려운 장애물이다. 20대 국회가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이번에는 공수처 설립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킬 수 있도록 국민들의 관심과 열렬한 성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누가 개혁법안에 반대하는지 지켜보고 그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리고 공수처의 설립은 검찰개혁의 시작이지 마침표가 아니다. 비대한 검찰권한을 분산시키고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또한 검사장 직선제 등 검찰에 대한 국민의 직접 통제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라는 말은 옳다. 다만 스스로는 바로 설수 없는 검찰을 이제는 국민들이 개혁으로 바로 세워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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