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판결/결정 2017-02-24   1204

[판결비평108-선거법특집①] 군대 가고 공무원도 하는 18세, 왜 투표는 안 되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누가 새로운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적합한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그런데 관심과 열기만으로 정말 좋은 대통령을 뽑을 수 있을까요? 

정작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다면, 선거운동의 방식으로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은데 할 수 없다면, 유권자로서 후보자를 자유롭게 검증할 수 없다면 말입니다. 이것은 유권자의 정치적 자유를 제약하는 선거법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우리 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선거법을 어떻게 해석, 판단해왔는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과연 국민들의 선거권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결정을 내려왔을까요? 

 

이번 칼럼부터 다음과 같이 6회에 걸쳐 <선거와 정치적 자유>를 주제로 한 판결비평칼럼을 통해 확인해봅니다. 법원의 판결이 사회 변화 및 국민의 법감정과 지나치게 괴리되지 않는지, 헌법과 인권의 가치를 잘 반영하고 있는지를 감시하기 위해 진행해온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 의 선거법 특집입니다. 

 

  • <선거법 특집 ①> 18세 선거권
  • <선거법 특집 ②> 정책 지지반대운동과 선거운동  
  • <선거법 특집 ③> 언론인의 선거운동의 자유  
  • <선거법 특집 ④> 낙천 촉구 피켓과 표현의 자유 
  • <선거법 특집 ⑤> 선거시기 온라인표현행위 
  • <선거법 특집 ⑥> 허위사실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 

군대 가고 공무원도 하는 18세, 왜 투표는 안 되지? 

[광장에 나온 판결] 헌재 2013. 7. 25. 2012헌마174 공직선거법 제15조 위헌확인 (재판관 박한철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

허진민 변호사(법무법인 이공,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

 

광장에 가면 현재의 정치 상황에 대해 나이와 상관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표현하고 있다. 너무나 자유롭고 평화롭게 자기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거리에서 들려오는 청소년들의 국민주권, 대의제 민주주의, 선거의 중요성 등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국가에 대한 걱정과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서 현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여야 하는지에 대해 논리적으로 자기 생각을 풀어내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들이 19세 미만의 청소년이라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대변할 수 있는 대표자를 선택할 권리가 없다. 모든 국민은 법률에 따라 선거권을 가진다는 헌법 규정에 따라 공직선거법은 대통령, 국회의원의 선거권 등에 대하여 만 19세 이상의 사람들에게만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연령을 낮추기 위해 오래전부터 다수의 청소년들이 공직선거법이 헌법에 위반됨을 확인하기 위해 헌법재판소의 문을 두드렸지만, 그때마다 헌법재판소는 정치적 판단능력을 주된 근거로 합헌결정을 내려왔다.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동시에 있었던 2012년에 제기되었던 헌법소원에서 헌법재판소는 6대3으로 선거권 연령 19세에 대한 합헌결정을 유지하였다. 

 

합헌결정을 내린 다수의견의 논거를 살펴보면, 입법자는 선거권 연령을 정함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역사, 전통과 문화, 국민의 의식수준, 교육적 요소, 신체적·정신적 자율성의 인정 여부, 정치적·사회적 영향 등 여러 가지 사항을 종합하여 재량에 따라 결정하여야 하는데, 만 19세 미만의 사람들은 정치적·사회적 시각을 형성하는 과정에 있거나 일상생활에 있어서도 현실적으로 부모나 교사 등 보호자에게 어느 정도 의존할 수밖에 없으므로 정치적 판단이나 의사표현이 왜곡될 수 있으며, 정신적·신체적 자율성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독자적 정치적 판단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입법자들이 선거권 행사 연령을 19세 이상의 사람들에게 부여한 것은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것이 아니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반면 3인의 반대의견은 선거권 연령이 19세 이상으로 조정된 이후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엄청난 변화가 있었고, 정보통신, 특히 인터넷의 발달로 청소년들의 정치적·사회적 판단능력이 크게 성숙하였으며, 병역법이나 근로기준법 등 다른 법령들에서도 18세 이상의 국민은 국가와 사회의 형성에 참여할 수 있는 정신적·육체적 수준에 도달하였음을 인정하고 있고, 18세를 기준으로 선거권 연령을 정하고 있는 다른 많은 국가들을 살펴보아도 우리나라의 18세 국민이 다른 국가의 같은 연령에 비하여 정치적 판단능력이 미흡하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18세 이상 국민은 독자적인 정치적 판단능력이 있다. 그러므로 선거권 연령을 19세 이상으로 정한 것은 18세 이상 19세에 이르지 못한 국민의 선거권 등을 침해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정말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처럼 18세의 국민들은 정치적 판단능력이 없는 것일까?

 

헌법재판소는 정치적 판단능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하여 명확하게 밝히지 않으나, 민법상 행위능력의 기준인 성년 연령을 기준으로 19세 미만은 정신적, 신체적 자율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민법 제정 당시 성년 연령은 20세였으나 선거권 연령은 오히려 21세였고, 2005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선거권 연령은 19세로 변경되었으나 성년 연령은 20세였던 점을 고려하면 역사적으로도 선거권 연령과 성년 연령을 결정함에 있어 그 판단의 근거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18세 이상이면 공무원으로 취업하여 국가의 사무를 담당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과 군대에 지원하여 국방의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신체적 능력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부모의 동의를 받아 혼인을 할 수 있으며, 취업을 통하여 독립적인 경제생활도 가능하다. 즉, 18세 이상이면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납세의 의무, 국방의 의무, 근로의 의무를 이행하는데 아무런 장애가 없다. 18세의 국민은 국가의 형성과 유지에 관하여 주권자로서 지는 국민의 의무를 부담할 정신적, 신체적 능력이 있음에도 주권자로서 국민의 대표자를 선출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능력이 없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헌법재판소는 선거권 연령을 정함에 있어서 다른 나라의 선거권 연령과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견해이나, OECD 전체 회원국 중 우리나라만 선거권 연령이 19세인 점, 2014년 기준으로 187개국 대상으로 각 국가의 선거권 연령 조사 결과에 의할 때 선거권 연령이 18세 이하인 국가가 157개국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비록 국가마다 역사와 문화 등이 다르다 하더라도 대다수 국가의 18세와 달리 우리나라의 18세가 정치적 판단능력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헌법의 기본원리인 민주주의는 국민을 주권자로 인정하고, 국민의 의사와 이익에 부합되는 국가질서의 형성을 목표로 한다. 그러므로 국민들의 자유와 평등에 기초한 민주적 의사형성과 그 실현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의사 형성과정에서 국민의 참여가 최대한도로 보장되어야 한다. 국민이 직접 국가질서를 형성하고 국가사무를 처리하는 것이 이상적이나 현실적인 한계로 헌법은 대의제 민주주의를 선택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표자를 어떻게 선출하는가는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출발점이며, 주권자인 국민의 선거를 통해 대표자는 그 정당성을 부여받게 되므로 헌법은 선거권의 제한을 가능한 최소화하도록 입법자에게 요청하고 있다. 이는 정치적 의사 형성과정에서 국민의 참여가 최대한도로 보장하기 위해 선거권 연령이 계속 낮아지고 있는 역사적 사실에서도 명백하다. 더구나 의학기술의 발달로 고령화 사회가 진행되면서 국가 정책 결정에 있어 미래 세대인 청소년들의 의사가 반영되기 위해서는 선거권 연령의 점진적인 하향화는 시대적 요구라 할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견의 합헌 논거는 선거권 행사 연령이 20세로 규정되어 있었던 때나 2005년 선거권 행사 연령이 19세로 변경된 이후에도 동일하다. 적어도 연령이라는 형식적 기준으로 선거권의 부여 기준을 정함에 있어 모호한 개념인 정치적 판단능력이 아니라 선거권 행사에 요구되는 신체적, 정신적 능력의 정도, 각 연령별 사고능력의 차이, 심판 대상인 선거권 연령이 시행된 시점과 현재의 정치, 사회, 교육, 문화적 수준의 차이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증을 통하여 공직선거법의 선거권 연령이 적정한지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 

 

입법자들이 선거권 연령의 하향으로 인한 소속 정당의 득실관계에 치중한 나머지, 정치적 의사 형성과정에서 국민의 참여를 최대한 보장하고 선거권의 제한을 최소화라는 헌법의 요청을 외면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다수의견의 소극적 판단 태도는 매우 아쉽다.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은 19세라는 특정한 나이가 되었다고 갑자기 생기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정치, 사회 문제에 공동체 구성원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경험과 훈련을 통해 양성된다고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 그런 점에서 이제는 선거권 연령 인하라는 시대적 요구에 맞춰 우리사회가 청소년들에게 공동체의 시민 양성에 부합하는 열린 교육과 참여의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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