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0년 03월 2020-03-01   769

[통인뉴스] 청년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을 떼다

청년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을 떼다 

「청년기본법」 제정의 의미와 과제 

 

글. 조희원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 

 

 

청년정책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나요? 청년수당, 청년배당 등을 떠올리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두 정책이 모두 국회나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의 청년정책이라는 것, 알고 계셨나요? 한국 사회에 청년문제가 대두된 지 20년이 지났고, ‘88만원 세대’라는 단어가 등장한 지 벌써 15년이 되어갑니다. 그런데도 지난 20년간 국회가 청년을 위해 만든 법은 「청년고용촉진특별법」 하나였습니다. 지난 1월 9일, 「청년기본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되기 전까지는 말이죠.

 

청년문제, 고용촉진만 하면 되는 거 아니야?

네, 아닙니다. 청년문제는 이제 더 이상 일자리 문제 하나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청년담론의 핵심은 노력하면 결실을 얻고, 한번 실패해도 일어설 수 있었던 과거와 지금은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이제 청년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가진 자’를 따라갈 수 없습니다. 평생직장 없이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열심히 일해도 집 한 채 살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가 부재하고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일터는, 청년들에게 ‘나’라는 존재가 지워진 타인의 공동체일 뿐입니다. 이렇듯 불안한 일상에서 ‘사회적 자존감’을 잃은 청년들의 마음 건강도 위태합니다. 이 모든 문제가 오늘날의 ‘청년문제’입니다.

 

그동안 청년 시민사회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반응해, 직접 소매를 걷고 단체를 만들어 왔습니다. 청년의 노동문제 해결을 위해 청년세대의 노동조합이, 청년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청년들의 주거협동조합이 만들어졌습니다. 청년문제는 점점 다각화되어, 2015년에는 우리 사회에 ‘헬조선’이라는 단어와 함께 청년담론이 유행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시기에 청년참여연대가 창립하기도 했습니다. 

 

청년문제, 경계를 넘어야 한다

이처럼 청년들은 다양한 각도에서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해왔지만, 국회가 청년문제 해결을 위해 만든 법은 고작 「청년고용촉진특별법」하나뿐이었습니다. 그마저도 청년에게 소득을 지원해주는 ‘청년수당’과 ‘청년배당’, 자산을 지원하는 ‘희망두배 청년통장’에 비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법이었습니다. 청년들은 답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렵사리 서울시가 청년들과 협업해 ‘청년수당’이라는 정책을 만들었지만, 복지부가 직권취소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청년정책에 대한 권한과 책무를 명시하는 「청년기본법」 제정이 꼭 필요했던 이유입니다. 

 

청년이 말하는 청년기본법 

2017년 9월, 청년단체들은 <청년기본법 제정을 위한 청년단체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를 출범했습니다. 청년정책네트워크 등 지자체와 협업하며 청년기본조례를 만든 지역의 청년단체들과 청년참여연대를 포함해 청년문제 해결을 위해 힘써온 50여 개 청년단체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연석회의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청년기본법의 필요성에 대한 간담회를 여는 것이었습니다.

 

‘청년’의 정의는 무엇인지, 청년문제 해결을 위한 담당 부처는 어디여야 하는지, 청년정책 수립과 시행에 있어 청년과 정부의 관계는 어떻게 정립되어야 하는지 등 수많은 토론이 전국 각지에서 열렸고, 「청년기본법」을 꼭 만들어달라는 염원을 담아 1만 명의 시민이 서명운동에 동참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국회는 청년미래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청년문제 해결을 위한 법안 마련에 힘을 쏟기 시작했습니다. 연석회의는 수차례 간담회를 통해 만든 「청년기본법」 초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지난 1월 통과된 「청년기본법」은 이처럼 청년들이 직접 토론하고 만든, ‘청년의’ 「청년기본법」이라는 점이 가장 큰 의의입니다. 

 

청년기본법

2017년 9월 21일, 국회의사당 앞 <청년기본법 제정을 위한 청년단체 연석회의> 출범 기자회견 

 

그래서 청년기본법이 뭐야? 

「청년기본법」에 의해 청년은 만 19세에서 34세 사이의 시민으로 새롭게 규정되었습니다. 그동안 청년세대 연구, 각 지자체, 개별법과 국가통계 등에서 사용되는 청년의 정의와 범위는 모두 달랐습니다. 때문에 정부차원의 청년정책을 만들려고 해도 각 부처와 지자체가 청년으로 규정하는 범위가 달라 어려움이 있었죠. 청년문제의 핵심은 기성 의제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라볼 때 실효성 있는 대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 부처뿐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조정과 협업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청년기본법」의 담당 부처 또한 복지부나 여성가족부가 아닌, 국무총리실로 지정된 것입니다. 

 

또한 「청년기본법」 제정에 따라 정부는 매년 청년의 고용·주거·교육·문화·여가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시행해야 합니다. 국무총리는 5년마다 관련한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지자체는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합니다. 

 

청년의 정책참여도 강화됐습니다. 청년정책에 관한 사항을 심의·조정하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청년정책조정위원회가 꾸려진 겁니다. 이 위원회는 반드시 청년을 포함해 구성해야 합니다. 시·도지사 역시 지역의 청년정책을 심의·조정하기 위해 지방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두어야 합니다. 이로 말미암아 청년을 위한 정책에는 청년의 목소리가 생생히 반영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청년문제 해결, 주사위는 던져졌다

「청년기본법」은 제정됐지만, 어디까지나 정부와 지자체의 책무를 명시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앞으로 「청년기본법」을 통해 어떤 정책이 만들어질지, 그 정책에 청년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청년기본법」이 선언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정부와 국회는 청년을 시혜 대상이 아닌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 함께 더 좋은 사회를 논의하는 주체로 인정해야 합니다. 지금 청년단체들은 「청년기본법」이 취지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시행령을 닦아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시행령에 포함될 내용인 청년정책조정위원회의 청년위원 참여비율, 실제 정책이 될 전문위원회 의제 구성과, 더불어 정책결정 과정에 청년 참여확대 방안까지 논의 중입니다. 「청년기본법」은 오는 8월부터 시행됩니다. 청년감수성이 곳곳에 스며든 청년정책이 우리 사회를 얼마나 바꿔낼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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