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사회위원회 산업재해 2021-01-05   1509

[긴급기자간담회] 산재피해당사자와 유가족이 말하는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오늘(1/5)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논의가 다시 시작됩니다. 

임시국회가 끝나기 전에 국회에서 반드시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되기를 바라며 산재피해당사자와 유가족들은 오늘 오전 긴급기자간담회를 진행하였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1월 5일 기자간담회

산재피해당사자와 유가족이 말하는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필요하다!”

  • 일시 : 2021년 1월 5일 9시
  • 장소 : 국회 정문 단식농성장 앞
  • 주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 참가자
    • 사회 : 김혜진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
    • 강석경 : CJ 고교현장실습 일터괴롭힘 사망 고김동준 어머니
    • 김도현 : 추락사망 청년건설노동자 고김태규 누나
    • 김선양 : 조선우드 파쇄기 끼임사망 고김재순 아버지
    • 이한솔 : tvN 고이한빛PD 동생
    • 김영환 :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 피해노동자
    • 손익찬 변호사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보도자료 [원문보기/다운로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핵심 원칙 및 주요 쟁점 의견은 보도자료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강석경(CJ 고교현장실습 일터괴롭힘 사망 고 김동준 어머니) 

제 아들 동준이는 2014년 1월 20일 마이스터고 3학년 2학기 때 CJ 진천공장으로 현장실습을 나갔습니다. 현장실습을 하던 중 선임들의 집단 괴롭힘과 폭행 협박을 당하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옥 같은 출근길을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어린 학생이었던 동준이를 현장실습하는 회사도, 현장실습을 보낸 학교도 지켜주지 않았습니다.

저는 하나뿐인 아들을 지키지 못한 죄인입니다. 생의 첫 일터에서 힘들어하고 죽어가는 자식을 엄마인 저는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 죄로 지옥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다시는 저와 같이 불행한 부모가 없기를 바랍니다.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서있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법안 논의가 하염없이 늘어지고 있어 답답합니다. 재계의 눈치만 보느라 정부가 나서서 법안을 마구 훼손하려 한다니 참기가 어렵습니다. 법안에 부족한 곳이 없나 살펴보고 보완할 점을 내놓아야 마땅할 정부가, 어떻게 하면 기업 처벌 안 받게 할 수 있을지만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 화가 납니다. 한 해 2400명 목숨을 지키지 못한 정부가 이제 노동자 살리는 법안을 훼방까지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제발 정신 좀 차리기 바랍니다. 제발 이제 그만 좀 죽이기 바랍니다.

일터괴롭힘으로 인한 죽음을 대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처벌해야 합니다.

동준이는 회식 중에 일을 잘 못한다고 폭행을 당했습니다. 5년차가 3년차를, 3년차가 1년차를 폭행하는 식이었습니다. 괴롭힘과 폭행이 하나의 기업문화였음을 알려주는 대목입니다. 그런데도 CJ는 동준이가 죽었을 때, 직원들끼리의 불미스런 다툼 때문에 벌이진 일일 뿐이라며 책임을 부인했습니다. 동준이의 죽음이 불우한 가정사 때문라는 둥, 아이가 우울증이 있었다는 둥 헛소문을 내며 저희를 두 번 죽였습니다.

현장실습 나온 어린 학생들에게 일을 시켜놓고 폭행과 괴롭힘을 배우게 하는데도 어떤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직원간의 문제라고 떠넘기는 게 경영책임자가 할 말입니까. 직장 내 괴롭힘 자체가 돈벌이에만 급급해 인원을 줄이고 과도한 업무량으로 서로를 갈등하게 하는 데에서 비롯된 문제이기도 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경영책임자가 관심이 없으니 중간관리자가 성과내기에만 급급해 괴롭힘을 방치하고 오히려 부추기기도 하는 것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과 과로에 의한 자살로 죽는 노동자들이 통계에 잡히는 것만 일 년에 500명이 넘는다 합니다. 자살율 1위 국가라는 오명에는 이런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있습니다.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합니다. 꼭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일터괴롭힘으로 인한 사망을 포함해야 합니다. 그래야 동준이같은 억울한 죽음이 없을 것입니다.

경영주의 책임을 물을 때 괴롭힘 문화를 시정할 수 있습니다.

동준이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은 함께 일했던 선임과 동료들이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고된 일로 정신없이 바쁜 일터에서 아직 일에 미숙한 현장실습생에게 폭행과 폭언을 퍼붓는 것이 일상이었던 것입니다. 이런 문화는 단지 폭력적인 개인들의 문제가 아닙니다. 비용을 줄이려고 인력을 줄이는 데 근본원인이 있습니다. 과도한 노동강도와 노동량이 서로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것입니다. 엄청난 노동을 강요하기 위해 방치되고 조장된 기업문화입니다.

그러나 동준이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CJ는 이것이 잘못이라는 점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계속 사람이 죽어가는 현장을 방치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동준이가 죽던 해에 CJ에서는 3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언론보도에 난 것만 이러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다 죽음의 문턱을 넘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직접 책임이 있는 동료나 선임 몇 명 처벌한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과도한 노동을 해결하기 위해 인력을 충원하고, 괴롭힘 문화를 없애기 위한 노력을 하려면 말단관리자만 처벌한다고 되지 않습니다. 경영책임자가 직접 나서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방치하는 기업주를 꼭 처벌해야 합니다.


김도현 (추락사망 청년건설노동자 고 김태규 누나) 

제 동생 태규는 2019년 4월 건설현장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뒤로 저는 수면제와 우울증 약이 없이 지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저와 저희 가족의 이 고통은 끝나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고통이 하루에도 7가족이 계속 당하고 있습니다.

몇 십년을 변함없이 OECD 산재사망 1위 국가입니다.

노동자가 이렇게 죽어나가는 동안 기업들은 엄청나게 성장해왔습니다.

이제 노동자도 죽지 않고 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노동자 죽이면 기업도 처벌받아야 합니다.

말단관리자가 아니라 기업책임자가 처벌받아야 합니다.

판사 맘대로 풀어주지 못하게 하한형을 꼭 도입해야 합니다.

이번에는 꼭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어 주십시오.

사람을 실제로 살리는 법이 되도록 해주십시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원청과 발주처 처벌이 꼭 포함되어 노동자들의 죽음이 멈췄으면 좋겠습니다.

태규네 발주회사 사람이 제게 했던 말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떨어졌으니 엘리베이터 업체에 연락해라”

“우리가 피해자다. 재수 없게 여기서 죽어 공사기간 지연되게 만들고, 돈 들게 만든다”

많은 건설 산재사고가 발주처 때문에 일어납니다. 한익스프레스처럼 무리하게 공기단축을 요구하고, 건설비용을 깍아서 안전이 지켜지지 않도록 하는데 발주처의 책임이 큽니다. 아예 위험한 설비나 공법을 발주처가 요청하기도 합니다. 제가 다 알 수 없었지만 태규네 발주처인 ACN도 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태규가 죽어도 미안한 건 없고, 공사 지연되는 것 가지고 저에게 타박하던 곳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발주처인 ACN 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습니다. 현재 산안법에는 발주처의 책임을 묻지 않기 때문입니다. 발주처는 고사하고, 하청업체 대표도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하청업체인 은하종합건설 현장 소장과 차장이 각각 징역 1년과 10월을 선고받았을 뿐입니다. 언론에서 많이 보도해주지 않았다면, 이런 처벌도 없었을 것입니다. 산재사망에 대해 실형을 받는 게 2% 밖에 안되니까요. 이러니, 죽음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원청과 발주처 처벌이 꼭 포함되어 노동자들의 죽음이 멈췄으면 좋겠습니다. 태규회사처럼 50인 미만사업장이라고 적용을 유예하는 건 작은사업장 노동자들을 두 번 죽이는 것입니다. 유예없이 당장 적용해야 합니다.

증거는 모두 회사가 가지고 있는데, 경찰도 노동부도 검찰도 노동자의 죽음에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똑같은 죽음이 반복되는 기업, 죽음의 증거를 감추는 기업에게 책임을 묻지 않으면, 지금처럼 기업은 계속 은폐할 것입니다.

처음부터 경찰은 사건조사도 없이 태규의 개인과실인 것처럼 헛소문을 냈습니다. 핸드폰을 보다 그랬다고 했고, 술 먹고 실족사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말 억울했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추락사한 동생의 몸에 칼을 대는 부검을 했습니다. 부검 결과 알코올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경찰이 회사말만 듣고 노동자의 책임으로 모는 사이 증거는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장례를 마치고, 도대체 동생이 어떻게 이곳에서 죽게 됐나 싶어서 찾아갔습니다. 버려져있던 피 묻은 동생의 안전모도 이 때 찾았습니다. 이미 사건현장은 사 측에 의해 많이 훼손되어 있었습니다. 사고를 당한 엘리베이터는 내려와 있었습니다. 화물용 승강기에 안전바가 없었습니다. 추락방지시설도 없었습니다. CCTV를 보니, ‘급히 달려가 심폐소생술을 했다’던 하청업체 현장이사는 주머지에 손을 꼽은 채 어슬렁거리며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태규가 사고를 당해도 아예 구할 생각을 안 한 거구나! 심폐소생술을 했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심장재세동기도 없었습니다. 엘리베이터 근처에서 지게차를 운전하던 현장차장은 한쪽 팔에 기브스를 한 채 일하고 있었고, 엘리베이터 리모컨을 갖고 있었습니다. 지게차 신호수도 없었습니다. 안전교육도 없었다고 합니다. 누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현장이었습니다.

이 모든 걸 제가 일일이 쫓아다니며 조사했습니다. 경찰, 고용노동부는 손 놓고 있어서 제가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모은 증거로 기소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동생이 죽었는데 이렇게 정신없이 조사하느라, 슬퍼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회사는 이런 저를 조롱하며 현장에서 쫓아냈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너무 억울합니다.


김선양 (조선우드 파쇄기 끼임사망 고 김재순 아버지)

저는 지난 5월 22일 오전 9시 45분경 광주광역시 하남 산단에 위치한 (주) 조선우드 박상종 사업주가 운영하는 생활 폐기물 처리업체에서 근무하다 유명을 달리한 노동자 김재순의 아비 김선양입니다. 제 아들은 수지 파쇄기를 사전 점검을 위한 가동작업을 하면서 이물질 제거작업을 하다 파쇄기에 빨려 들어갔습니다. 아직도 재판이 진행중이지만, 더 이상의 무고한 희생을 막기 위해 이 자리에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에게 호소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국민과 노동자의 희생을 수수방관하지 마십시오!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의 행렬을 멈추고 보호할 수 있는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을 통과시키십시오. 국민동의청원으로 발의한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조항 하나도 빼지 말고 당장 제정해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50인 미만 작업장은 앞으로 4년간 지금처럼 계속 죽어도 괜찮은 겁니까?

작은 사업장일수록 안전장치가 더 허술하고 더 위험한 곳이 많습니다. 재순이가 일했던 조선우드가 바로 그런 곳입니다. 파쇄기는 고위험 설비라 2인 1조 작업도 필수이지만, 인건비를 아끼려는 회사는 재순이를 홀로 작업에 투입했습니다. 미끄럼 방지를 하고, 만약을 위해 파쇄기 위에 안전덮개도 있었어야 합니다. 비상시를 대비한 안전리모콘이 설비 옆에 있어야 했지만, 사무실에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이 중 어느 것 하나만 제대로 되었어도 재순이가 죽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재순이가 죽기전에도 조선우드에 똑같은 사망사고가 있었습니다. 2014년에 똑같은 사고로 60대 노동자가 죽었습니다. 사람이 죽어도 아무런 일 없이 지나가니, 안전장치도 하지 않았고, 2인 1조 작업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재순이가 다시 죽은 것입니다. 소규모 작업장에서 이렇게 위험을 방치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계속 방치할 것인가요? 50인 미만 작업장은 앞으로 4년간 지금처럼 계속 죽어도 괜찮은 겁니까? 국회의원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사람이 죽어도 위험을 방치하는 기업에 자기 자식 일하러 보낼 수 있습니까? 4년 유예할거면 국회의원 자식을 위험한 곳에 보내고 나서 하십시오.

작은 업체에서 일해도 똑같은 사람입니다. 작은 업체가 더 위험합니다. 작은 업체에서 더 많이 죽습니다. 4년 동안 더 죽이겠다는 정부는 제발 정신 좀 차리십시오.

기업주를 처벌해야만 사람죽는 환경이 바뀔 수 있습니다.

조선우드처럼 반복적으로 법을 위반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인과관계 추정조항이 있어야 죽음을 막을 수 있습니다.

회사측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재순이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했다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민대책위가 cctv를 분석한 걸 보면, 사고 이전에도 제 아들은 그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회사는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며 모든 책임을 아들에게 떠넘겨왔습니다.

법원에 가서는 형량을 낮추기 위해 잘못을 시인하면서도 저를 만나면 재순이 때문에 회사가 망할 위기에 처했다고 얘기합니다. 조선우드 박상종 사업주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파렴치한 행동과 언행을 일삼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런 적반하장이 어디 있습니까. 아들이 죽었는데 미안함은 없고, 핑계만 대면서, 오히려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하니 참 기가 막힙니다.

사람이 죽어도 아무런 대책도 없이 똑같이 작업을 시키니 재순이가 죽은 것입니다. 그래도 사업주는 자기 사업 피해만 걱정만 합니다. 돈 벌 생각밖에 없습니다. 위험을 방치해서 계속 죽이는 사업주들이 아무 처벌을 안 받으니 바뀌지를 않습니다. 사람 죽인 기업이 똑같이 계속 사업을 합니다. 기업주를 처벌해야만 사람죽는 환경이 바뀔 수 있습니다.


이한솔 (tvN 고 이한빛PD 동생)

아이러니한 비극이 가득합니다. ‘사람을 살리는 단식농성장’이라고 합니다. 누군가가 먹고살기 위해 또 누군가가 밥 먹기를 포기했습니다. 자식을 살리기 위해 단식을 이어가는 농성자는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님입니다. 사람이 있어야 기업도 존재할 수 있지만, 사람이 죽어야만 기업이 살 수 있다고 그들은 외칩니다. 수많은 혜택과 권한을 누리며 국회의원 뱃지를 달고 있는 사람들이 국회의사당의 울타리 밖에서 위험을 몸소 감당하며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삶을 판단하고 결정합니다. 정부는 임기 내에 산재 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했고 여당의 당대표는 법안을 반드시 처리한다고 약속했지만, 2021년 새해가 밝도록 결국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그 취지와 본질이 훼손될 염려가 높아졌습니다.

우선 안전 책임에서 경영책임자가 빠지는 문제입니다.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경우,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안전 보건 담당자에게 국한 시키고 꼬리자르기로 회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기업은 경영상의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의 원인을 방치할 것이며, 비극은 계속해서 반복될 것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조직이 움직이는 원리는 한편으로는 단순합니다. 고 이한빛 PD 대책위에서 CJ ENM 사장의 공식 사과를 받자 임직원들이 그전과는 확연하게 다른 자세로 재발방지 대책 수립에 임했습니다. 학생들의 시험성적이 낮으면 밥벌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학원강사는 자연스럽게 수업을 열심히 준비하게 됩니다. 군대에서 선임/후임간 부조리를 발생하면 인사고과 상의 문책을 받기 때문에, 부대장과 그 아래 모든 중간관리자가 적극적으로 병사들의 문화를 개선하고자 노력합니다. 이처럼 조직(기업)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경영자와 경영 자체에 직접적인 책임을 물어야, 말초신경 수준의 작은 지점까지 안전하고자 최선을 다하게 바뀔 것입니다. 그것이 비극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솔루션입니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어떻게든 최소화하기를 시도하고 있기에 정말 안타까울 뿐입니다.

또한 기업과 개인의 대립은 너무나 기울어진 운동장이기 때문에, 법의 영역에서도 약자에 위치할 수밖에 없습니다. 법은 기업의 눈치를 보느라 봐주기식 판결을 내리기도 쉽습니다. 따라서 법원이 마음대로 풀어주지 못하게 이번에는 반드시 하한형을 도입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인과관계 추정 역시 경영책임자의 책임만큼 중요합니다.

유가족의 싸움이 항상 어렵고 오래걸리는 이유는 회사가 조사를 노골적으로 방해하거나 적절한 자료를 제공해주지 않아 입증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결국 개인의 실수로 모든 사태를 정리하기 쉬워집니다. 저희가 CJ ENM과 대응하는 과정에서도 회사는 처음에 자료를 선별, 왜곡해서 이한빛 PD 개인의 문제로 몰아갔습니다. 결국 유가족 대책위는 함께 일했던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찾아다니며 설득하고 자료를 어렵게 구해야만 했습니다. 이 과정으로 인해, 문제해결은 반년이 지나서야 가능했습니다. 회사가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것은 제도적 규제가 없으면 당연하게 반복될 것입니다. 따라서 인과관계 추정조항은 사건의 진실과 정의가 온전히 채워지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합니다. 더불어 반복적으로 법을 위반한 경우는 더욱 악질일 가능성이 높기에 엄격한 법의 구속을 받아야만 합니다.

안전한 일터가 당연했다면 기업들이 나서서 정치인들을 꼬시고 반대를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코로나 때문에 경제상황이 힘든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하루에도 7명씩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하는 한국에서 코로나만큼 우리의 목숨을 위협하는 것이 일터의 사고입니다. 우리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부디 2021년은 퇴근하지 못했을지 모를 하루 7명이 무사히 퇴근할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1월 8일까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온전히’ 통과되어야 합니다.


김영환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 피해노동자) 

안전보건담당자가 아니라 경영책임자에게, 하청이 아니라 원청에게 책임을 물어야합니다.

지금까지 기업은 제왕적 경영을 해왔습니다. 기업의 오너나 경영책임자가 책임을 져야하는 사고나 사건이 발생하면 꼬리자르기식 수법으로 책임을 회피해왔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조직폭력배와 같은 방식으로 대처하곤, 책임져야할 사람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대신 밑에 있는 직원에게 ‘조직을 위해 별 하나 달고 와라’라는 식으로 책임을 떠넘겨 왔습니다. 결국 조선소장이 카메라앞에서 90도로 허리를 굽히며 사과를 했지만, 그냥 보여주기식의 쇼였습니다. 사망자와 유가족 그리고 피해자들에게 한 사과가 아니었습니다. 이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꼭 원안대로 통과시켜 오너든 경영자든 반드시 법의 엄중한 처벌을 받게 해야 됩니다.

삼성중공업 크레인붕괴사고도 처음에는 크레인기사의 잘못으로 몰아갔습니다. 휴식시간이 아닌데 사고장소에서 하청노동자들이 쉬고 있어 사고가 더 크게 났다는 식으로 슬쩍 말을 흘렸습니다. 만약 중재재해기업처벌법이 있었다면 크레인기사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망자들과 피해자들을 욕보이는 발언은 못했을 것입니다.

흔히 말하는 사람을 갈아넣는다고 하죠? 조선소는 공기단축을 위해서 휴일에도 출근하고 잔업 강요하는 게 일상화되어있는 곳입니다. 말이 좋아 협력업체지, 실상은 원청의 책임자가 하청업체 소장 부장 반장 팀장을 카카오톡으로 단체톡방으로 들어오게해서 작업지시, 잔업지시 등등 모두 하고 있습니다. 저는 물량팀에 속해 있었는데, 저희 팀장이 하청업체 반장에게 깨지고, 하청업체반장은 소장에게 깨지고, 소장은 원청책임자에게 깨지고, 이렇게 줄줄이 엮여있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제일 밑바닥 하청노동자만 죽어나가고 다치닙니다. 평상시에도 하청노동자를 사람취급 하지 않습니다. 처벌이 약한 걸 잘 알고 있는 원청에서 뭐가 무서워서 하청노동자 안전까지 챙기겠습니까? 하청노동자 살리려면 반드시 권한이 있는 원청을 처벌해야 합니다.

판사들이 마음대로 할 수 없도록 하한형을 반드시 도입해야 합니다.

정부의 공식통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로 인해 6명이 죽고, 25명이 다쳤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책임으로 감옥에 간 사람이 없습니다. 말단관리자부터 조선소장, 하청업체 대표, 원청인 삼성중공업 대표까지 마찬가지입니다. 업무상과실치사상과 산안법 위반이 인정됐지만 몇 백만원 벌금이 나오거나, 집행유예가 고작이었습니다. 이러니 사람 죽는 걸 누가 겁내겠습니까?

저는 지금까지 살면서 기업을 경영하는 오너나 경영책임자, 기업에서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이 산재사고로 인해 강력하게 법의 처벌을 받는 걸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우리같은 사람에게는 무서운 법이 왜 높은 지위를 가진 자들에게는 저렇게 무른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판사들은 돈 많고 권력있는 자들에게만 왜 이렇게 너그러운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피해자들이 용서를 하지 않았는데, 판사들이 왜 피해자들을 대신해 용서 해주는지 정말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판사들이 마음대로 할 수 없도록 하한형을 반드시 도입해야 합니다. 법원이 피해자들을 대신해 용서해주는걸 이번에는 꼭 막아야 합니다.

인과관계를 추정하도록 해야만, 기업의 산재은폐나 조작하려는 걸 사전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정말 특이한 나라입니다. 자동차에 결함이 발생했을 때 제조사에서 결함이 없다는 걸 증명해야지, 차량구조 전문가도 아닌 피해당사자가 결함을 증명하라고 합니다. 차량을 잘 아는 차량제조사는 당연히 결함이 없다고 하지요.

크레인이 어떠한 위치에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동하다가 부딪쳤는지, 모든 증거는 삼성이 가지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입증하기 힘든 현실이고 협조도 받기 어렵습니다. 기업은 당연히 은폐를 시도하고, 하청이 손걷어 부치고 사고를 은폐합니다. 거기다가 노동부나 근로복지공단은 사고피해자들을 보호해주지 않고 삼성중공업 2중대처럼 행동합니다. 그래서 사고가 계속 이어져왔던 겁니다. 당연히 인과관계를 추정해야합니다. 그렇게 해야지만 기업의 산재은폐나 조작하려는 걸 사전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손익찬(변호사,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이 법은 이윤을 추구하는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위험이 발생하고 그에 부합하는 책임을 지우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습니다.

경영자 단체와 일부 국회의원은 이 법이 경영자들이 사전에 예측할 수 없는 광범위한 의무를 지우기 때문에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합니다. 두 가지 면에서 타당하지 않습니다. 먼저, 산업안전보건법은 개인뿐만 아니라 법인인 사업주가 안전보건에 관련된 의무를 직접 진다고 정하면서, 제173조에서는 법인의 대표자도 처벌이 가능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는 대표이사가 위험방지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을 지금도 지고 있습니다. 작은 회사이기 때문에 대표이사 당신이 모르면 누가 의무위반 사항을 알겠냐는 것입니다. 반면에, 50인 이상으로 규모가 큰 회사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의무적으로 두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이들이, 공장이나 건설현장마다 대표이사를 대신하여 이러한 현장관리자들이 책임을 진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큰 회사일수록 대표이사는 법망을 빠져나갑니다. 그러나 권한과 책임이 형식적으로 위임되었다고 해서 대표이사가 아무것도 몰랐다고 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현장에 필요한 설비를 투자하거나 인력을 보충하는 사항은 현장관리자가 아닌 대표이사가 알고 있어야 하고, 따라서 책임질 수밖에 없는 것들입니다. 지금까지의 산안법 적용에 따른 기소와 처벌이 형식적으로만 이뤄져왔기에, 위험을 만든 의사결정을 한 사람에게 그 의사결정에 따른 책임을 지우는 것이 이 법입니다. 본인이 한 의사결정의 내용인데 그것이 위험을 만드는 것인줄 몰랐다는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고, 그래서 이 법의 의무내용은 명확한 것입니다.

책임주의 원칙에 반하여 위헌이라는 반론도, 산업재해나 시민재해 발생의 기업범죄적 측면을 애써 무시하는 주장에 불과합니다.

또 이 법이 누군가의 행위에 따른 잘못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결과가 발생하면 덮어두고 경영자를 처벌하겠다는 법이므로 책임주의 원칙에 반한다고도 합니다. 이는 산업재해 발생의 기업범죄적인 측면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사고발생 현장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면, 현장관리자가 무슨 잘못을 해서 사고가 발생했는지가 어느정도 드러납니다. 그러나 앞서 유족분들이 발언해주셨듯이 어떠한 재해 발생도 단 한 순간의 실수가 원인인 경우는 없습니다. 그러한 재해가 발생하기까지 위험을 무시하거나, 오히려 조장하는 의사결정들이 쌓이고 쌓여서 결과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그 의사결정은 현장관리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경영자들이 하는 것들입니다. 혹은 현장에서 잘못된 의사결정들이 이뤄지고 있더라도 이를 법에 부합하게 바로잡는 것이 경영자의 책임입니다. 이러한 구조적인 원인을 파헤쳐서 바로잡자는 것이 이 법의 취지입니다. 예를 들어서, 안전관련된 물적인 설비가 부족한 가운데, 작업효율에만 쫓긴 나머지 작업방법마저도 신속성만 추구하겠다는 방침이 그것입니다. 아니면 직장 내 괴롭힘이 계속되고 있고 이를 시정해달라고 요구함에도 이를 바로잡을 사내절차가 없거나, 무시하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괴롭히는 것이 그것입니다. 즉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결과발생에 있어서 현미경처럼 1, 2개의 잘못을 짚어내는 것이 아니라, 결과를 초래함에 있어서 경영자의 잘못된 의사결정이 있었는지를 찾아내겠다는 것이므로 처벌하는 것이어서, 기존에 처벌되어왔던 행위와는 종류가 다른 것이지, 결과책임적인 법률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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