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실명제 도입은 프라이버시 침해 위험성이 높다

‘참여정부’는 국민에 대한 감시의 시선을 거둬라

정보통신부(장관 진대제)는 지난 3월 28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공공기관의 인터넷 게시판부터 시작하여, 단계적으로 실명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국가가 모든 인터넷 게시판에 실명제 도입을 추진하려 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의 우려가 있다.

인터넷 실명제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국민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필요로 하며 이는 행정자치부의 주민등록 데이터베이스가 이용될 것이다. 이에 따라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는 실명 조회과정에서 프라이버시 침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행정자치부가 보관중인 전국민의 주민등록 데이터베이스는 행정상의 목적으로 수집된 것으로, 게시판의 실명 확인을 위해 이 정보를 사용하는 것은 애초의 목적에 어긋나는 행위다. 게다가 모든 게시판에 실명제가 도입되면, 게시판의 운영자에게 데이터베이스 접근을 허용할 수밖에 없어 개인정보보호가 대단히 취약해질 것이다.

안그래도 주민등록번호의 유출과 도용 등 각종 프라이버시 침해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고 최근 들어 신용정보회사 등에서 계좌개설 등의 목적으로 수집한 개인정보를 상업적으로 매매하고 있어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인데, ‘게시판의 이용’이라는 특정한 목적하에 넘겨준 개인정보가 다른 기관으로 유출이 된다거나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이 된다면 그 피해는 국민이 고스란히 지게 된다.

정통부는 인터넷의 역기능을 해소하기 위해 실명제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물론 익명성을 무기로 각종 불건전한 토론문화가 횡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실명제를 도입한다고 그러한 욕설과 인신공격성 글이 사라질 것인지는 심사숙고 해봐야 한다. 앞서도 지적했듯이 우리나라의 취약한 프라이버시 보호기반 하에서 자신도 모르는 새 자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고, 타인의 개인정보를 도용하여 각종 게시판을 휘젓고 다니는 게 당장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몇 달 전 ‘인터넷 대란’ 사고에서 볼 수 있듯, 우리 정부의 정보화 정책은 인터넷망의 보급과 확장에만 열을 올렸을 뿐 그에 따른 건전한 인터넷 문화의 정착이나 안전한 프라이버시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현재 우리의 인터넷 토론문화가 일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악의적인 인신공격’ 등 불건전한 인터넷 문화는 네티즌들 스스로의 자발적인 정화운동을 통해 해결할 일이지, 정부가 나서서 강제적으로 법제화를 통해 해결할 일은 아니다.

얼마 전 대통령과의 토론에 참석했던 검사에게 전자우편을 보냈던 교사가 당했던 수모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비단 인터넷 실명제가 아니더라도 현재에도 국가기관은 국민들에게 감시의 시선을 보내고 있고 우리는 그것을 의식하면서 조심하고 스스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배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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