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왜 그렇게 강경대응했나

불법비자금 불똥 총수일가에 튈까 과잉대처 했을 것



27일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참석해 멱살을 잡혀 끌려나기까지한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측은 분노에 앞서 납득이 안된다는 반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주총장에 들어서는 순간까지 삼성전자 측과 ‘평화적인 대화’를 나눠왔으며, 발언권을 충분히 보장하겠다는 약속까지 받아 놓은 터였다.

삼성전자가 왜 이토록 강경하게 대응했는지에 대해 경제개혁센터는, 불법정치자금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면 결국 이건희 회장에게까지 이어질 것을 우려한 과잉대처라고 해석하고 있다.

300억 비자금 혐의 추가 등 검찰수사에 따른 위기감도 한몫

1998년 이후 참여연대가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참여하며 경험으로 습득한 바에 따르면,삼성은 총수일가와 관련한 사항에 대해서는 ‘과잉-민감 대응’을 보여 왔다. 2001년 주총에서는 이재용 씨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 여부를 따졌는데, 당시에도 폭행만 없었을 뿐 27일과 비슷한 분위기가 연출됐었다.

이번 주총에서 참여연대가 집요하게 문제제기한 ‘불법대선자금과 삼성전자의 연계여부’를 따져가면 결국 ‘성역’을 건드리지 않을 수 없다. 삼성 측은 현재까지 드러난 330억원의 불법비자금 모두가 이건희 회장의 개인재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터라 불법비자금에 대한 책임 추궁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이 거론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총수에 대한 과잉방어 마인드가 폭력행사까지 감행한 과잉대응으로 나왔다는 추측이다.

여기에 26일 이학수 사장이 검찰에 소환되는 등 불법대선자금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는 국면도 삼성전자의 민감한 반응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주총 당일인 27일에도 현재까지 드러난 330억원 외에 채권을 포함한 300억원대의 별도 비자금이 있다는 정황이 검찰수사에 의해 드러났다. 추가 300억 비자금 수사를 위해 이학수 사장이 다시 검찰에 소환될 예정이며, 소명이 불충분할 경우 이건희 회장 소환여부도 검찰내부에서 거론되는 상황이다.

결국 이번 주총에서 참여연대가 주로 제기하고자 했던 불법정치자금 관련 경영진에 대한 징계 문제는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참여연대는 서정우 변호사를 비롯해 삼성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정치인 등 관련자들의 공소장에서 드러난 사실을 증거로 제시하고 회사의 윤리강령을 근거로 주장을 펴려 했으나, 윤종용 부회장은 “개인이 저지른 부정과 이번 사안을 같다고 보면 안된다”라며 이들 이사들이 회사의 윤리강령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참여연대 측의 질의와 발언을 묵살했다.

“자유로운 발언권 보장한다더니, 폭력까지 동원하는 못믿을 삼성”

주주총회에 참석했던 경제개혁센터 실행위원들은 주총장을 빠져나온지 몇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충격과 분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김상조 교수는 “황당하고 참담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이번 사태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다. 김교수는 “주총질의사항에 대해 1차로 설명도 했으며 그에 대해 문서로 작성해 3일 전에 미리 보냈다”며 삼성 측과 사전 대화과정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강경한 분위기는 전혀 없었으며 오히려 이번 주총에서 “자유로운 발언권”을 보장받았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그뿐 아니라 참여연대가 이번 주총에서 문제제기할 안건이 2가지 뿐이라 예전처럼 10시간씩 주총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번에는 주총장에서 나눠주는 차가운 빵말고 따뜻한 점심을 먹자는 농담까지 나눴다”는 등을 털어놓으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송호창 변호사도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다. 참담하다”는 말로 이번 삼성전자 주총 폭력사태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삼성전자, “경비원들과 돌발적인 소요사태, 유감이다”

한편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실행위원들이 폭행을 당하는 과정에서 이를 취재하던 기자들도 많은 피해를 입었다. 삼성 측 경호요원들이 사진기자들을 밀쳐내는 등 취재를 방해했고, 그 과정에서 몇몇 기자들은 사진기가 파손되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폭력 사태에 대해 “당사가 주주총회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용역을 맡긴 질서유지 진행 담당자들이 예정에 없던 성명발표에 대해 이는 주주총회에 방해가 되니 건물 밖으로 유도하는 과정에서 상호간에 밀고당기는 상황이 발생하였고 그 과정에 참여연대 소속으로 보이는 여성이 넘어졌다”라고 당시 상황을 인정한 뒤 “당사는 오랫동안 주주총회를 해오면서 가능한한 주주간의 물리적인 충돌이 생기지 않도록 주주총회 운영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왔으며 금번 주주총회도 동일한 원칙하에서 진행을 하였지만, 주주총회장 밖에서 경비원들과 돌발적인 소요사태가 발생한데 대해서는 심히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발표했다.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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