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0-05-18   3088

[제57호 쓴소리] 아주레미콘 사태를 아십니까?

"묵묵히 땀흘려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지 못한 사회의 뒷면에는 늘 부패한 사회구조가 있습니다."

대통령님, '지입차주'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정규화, 조직화된 노동형태를 변형시키기 위해 사용자측에 의해서 지난 80년대 후반에 도입되었던 이제도가 지금은 지입차주들에 대한 부당한 처우와 탄압, 레미콘업계의 불법행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아주레미콘 사태입니다. 현재 아주레미콘 운전기사 120여명은 부당한 계약해지통보의 철회와 협상을 통한 운송료의 현실화를 요구하며 1개월째 거리를 떠돌고 있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외부차량을 이용해 영업을 계속하면서 협상 자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중재를 위한 참여연대의 면담요청도 거부한 채 120여명의 운송기사와 그 가족들의 생존요구를 외면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주레미콘은 1983년경 서울 중랑구 상봉동에 망우공장을 설립한 후 운전기사 30여명을 고용해서 레미콘 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급속도로 레미콘 사업을 확장해 나가 현재 6개 공장을 운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레미콘 사업의 급신장을 발판으로 아주그룹은 고속성장을 거듭하여 현재 17개의 기업을 거느린 준 재벌로 성장했습니다. 이와 같은 아주그룹의 성장은 바로 레미콘사업의 성과에 의해 밑받침된 것이고, 그것은 운전기사들의 피땀과 저임금구조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레미콘운전기사들은 처음에는 회사와 고용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운전기사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노무관리의 일환으로 1988년경부터 강제로 지입차주로 전환시켰습니다. 특히 운전기사들과 시기를 달리해서 개별적으로 운송계약을 체결하였고, 이 경우 운전기사들로서는 아무런 권리주장을 할 수 없는 약점을 이용해서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해왔습니다.

우선 회사는 중고레미콘차량을 운전기사들에게 불하하면서 시중가격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책정했습니다. 1995년경 이후에는 운전기사들에게 은행이자는 물론 자동차회사의 할부이자보다 더 훨씬 높은 이자를 전가시켜 부당이득을 취했습니다. 이는 타 레미콘회사에도 전례가 없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회사는 지입차주제도를 이용하여 저임금구조를 유지시켜왔습니다. 현재의 운반단가를 유지할 경우 하루평균 4.5회전씩(대기시간 포함 12시간근무) 월 28일간 일을 해도 한달 평균 순수입은 고작 881,200원에 불과합니다. 가장 바쁜 달에 하루 15시간이상씩 일을 해야 겨우 150만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참여연대가 관심을 갖는 이유가 이러한 계약조건 때문만은 아닙니다. 운전기사들이 협상을 통해 운송료를 현실화하자고 요구하며 레미콘 차량에 "우리는 아주를 사랑합니다." "아주산업은 각성하라"는 스티커를 부착했을 뿐인데, 그 이유하나만으로 상차(차량에 물량을 주는 것)를 거부하고 계약해지통보를 한 것입니다. 어떠한 권리주장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기업의 횡포라고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기업의 부도덕성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불량레미콘사용이 구조화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회사가 시간초과나 함량부족으로 반품된 레미콘을 폐기처분하지 않고 지하철공사장이나 학교, 아파트신축공사에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는 제보가 있습니다. 그 제보가 사실이라면 레미콘업계의 문제는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부실공사와도 연결되어 있다는 결론입니다. 사실, 지입차주제도로 인한 노동관계법의 미보호와 헌법상의 단결권의 소멸은 지입차주에 대한 부당한 처우로 이어지는 것 뿐만 아니라, 레미콘업계의 불법행위로도 연결됩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현장에서 레미콘 회사의 불법행위를 잘 알고 있을 운송기사들이 그것에 항의하고, 개선을 하고 싶다하더라도 회사의 일방적인 강요와 계약해지협박에 대항할 수 없는 처지로서 회사에 굴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부당한 해지통보는 즉각 철회되고, 레미콘 운전기사들은 자신의 일터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운전기사들은 회사와 대등한 협상을 통해서 계약조건을 다시 정해야합니다. 그리고 지입차주제도와 불량레미콘의 문제도 철저히 조사해야 합니다. 그래서 레미콘 업계가 임금착취와 부실공사의 주역이 아니라, 국가 건설의 건강한 초석이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장 김칠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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