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표현의자유 2011-12-23   3395

“듣보잡” 판결의 진실

진중권 듣보잡 모욕죄 유죄 확정 유감

일상 관용어조차 모욕죄로 인정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침해한 것

현행 모욕죄 규정의 문제점 그대로 드러낸 판결


어제(12/22)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문화평론가 진중권씨가 인터넷 블로그에 쓴 변희재씨 관련 글들에 대해 모욕죄 및 정보통신망이용촉진과 정보보호에관한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상의 명예훼손죄 위반으로 유죄 선고한 2심 판결을 확정하였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주관적 평판의 저하 여부를 따져야 하는 모욕죄는 추상적 판단과 감정을 계량하여 법적 판단을 하기가 사실상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형법상 모욕죄 규정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점에서 모욕죄의 형사처벌을 반대해 왔다.  


이번 판결에서 모욕적 언사로 판단한 “듣보잡”이라는 단어는 일반인들의 인터넷 대화나 신문기사 등에서 ‘유명하지 않거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을 지칭하는 의미로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일상적 상용어를 이용한 표현들에 대해 광범위하게 모욕죄를 적용하게 된다면 개인들은 항상 모욕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하고 매번 상대방의 마음속 감정까지 고려해서 말을 할 수밖에 없어 일상의 대화나 SNS를 통한 표현들은 극도로 위축될 것이다. 따라서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민주주의 체제에서 본질적 요소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헌법적 가치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판단으로 유감이다.


모욕죄, 명예훼손죄에 대한 형사처벌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경우이며 2011년 6월 3일 UN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인권위원회 정기세션에서 채택한 한국보고서에서 한국의 모욕죄와 명예훼손죄의 형사처벌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또한 전국 20여개의 인권시민사회단체 및 학자들로 구성된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대”에서도 모욕죄와 명예훼손죄의 형사처벌에 대해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들 모욕죄소송과 명예훼손죄소송이 주로 사회적 발언권을 가진 이들에 대한 명예감이나 체면 등의 보호를 위해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의 보호막이 아닌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데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모욕감이라는 추상적인 판단과 주관적 감정의 크기를 수량으로 계량하기 힘들다는 점, 형법상 모욕죄 규정만으로는 어떤 표현이 모욕적 표현인지 아닌지를 일반인들이 예상하기 어려울 만큼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는 점 등에서 모욕죄의 위헌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대법원이 기본권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 같아 심히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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