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2 2012-08-15   911

[심층분석2] MB식 반쪽짜리 무상보육, 대안이 필요하다

MB식 반쪽짜리 무상보육, 대안이 필요하다 

 

최정은 |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 연구원

 

“도대체 무상보육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 

시행 넉 달 만에 중단 위기에 처한 무상보육이 여전히 오락가락하고 있다. ‘4개월 앞도 못 보는 무능한 정부’라는 쓴소리가 터진 지 벌써 한 달째지만, 정부의 답은 속시원하지 않다.  최근까지 나온 정부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어쨌든 올해는 무상보육이 이어지도록 노력하겠지만 내년에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정부와 여당이 직접 발 벗고 나섰던 무상보육이 왜 ‘정부 불신’을 자처하게 되었나?

 

무상보육은 책임 공방에 ‘표류’ 중

지금 부모들을 애태우는 무상보육 정책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 문제가 되는 만0-2세 무상보육은 지난 연말 예산 처리과정에서 단 하루 만에 만들어져 애초부터 논란거리였다. 중간과정이 생략된 채 통과되어 4월 총선을 겨냥해 급조된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도 거셌다. 

 

보육료 지원 정책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미리 재정과 인프라를 마련해야 하는 매칭사업이다. 정부가 보육료 지원에 드는 추가 예산을 마련해도 지방정부가 그만큼 예산을 만들지 못하면 보육료 지원 사업은 성사되지 못한다. 만0-2세 무상보육 확대가 결정됐을 때 전국 시도지사가 일제히 정부에 불만을 토로한 이유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올 초부터 지방정부는 전국시도지사협의회를 통해 만0-2세 무상보육이 시행되면서 보육수요가 급증할 텐데 지자체 재정으로 몇 달 버티기 어렵다며 정부의 전액 국고 지원을 압박해왔다. 실제 조사에 따르면, 9월 서울과 경기, 10월 중으로 인천, 대전, 충북, 광주 지역의 예산이 고갈될 위기에 있다. 그러나 정부는 무상보육 중단될 위기에 온 나라가 들썩이는데도 지방과의 50:50 부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연말 무상보육에 드는 추가 예산으로 3697억 원을 증액했다 무상보육 중단사태가 불거지자 최근 2800억 원을 예비비에서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지자체의 반응은 싸늘하다. 지자체는 애초 지방비 분담액 3279억 원에 추가 분담액을 합친 6500억 원을 전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반발했다. 정부가 스스로의 실책은 인정하더라도, 재정 책임은 나눠야한다며 선을 긋고 있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에 부모들은 한숨만 내쉰다. 이제까지 보육료 지원이 소득하위 70% 이하에만 머물러 상위 30%에 포함된 대다수 맞벌이는 지원을 받지 못해 불만이 컸다. 그렇기에 7월 초 재정부 차관이 ‘재벌 손자에 보육료 지원이 정의롭냐’며 선별지원으로 되돌리려하자, 아이 키우기도 빠듯한 맞벌이가 재벌이냐며 맞받아쳤다. 이후에도 무상보육이 가닥을 잡지 못하면서 정부 불신만 커지고 있다. 무상보육을 남은 대선용으로 이용하다 중단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무상보육 대란 확산 과정 

2011.12

2012년 예산안 처리 마지막날 만0-2세 영아의 전 계층으로 보육료지원 결정

2012.3.29

전국시도지사협의회 1차 공개 항의서 발표

2012.4.29

전국시도지사협의회 2차 공개 항의서 발표

2012.5 

총선 이후 무상보육 재정 부족 여론화

2012.7

전국에서 ‘서초구’가 최초 무상보육 중단 위기 보도

재정 위기 확산    

2012.7.19

정부, 만0-2세 2800억원 추가 지원 가능

지자체 부담금 6500억 전액 국비 지원 요구 

현재

정부와 지자체 간 재정 책임 공방 진행

 

 

재정은 의지의 문제, MB식 보육정책은 ‘실패’

무상보육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재정 논란을 먼저 끝내야 한다. 그렇더라도 재정 문제를 마치 무상보육의 본질로 착각하면 안 된다. 정부는 만0-2세 무상보육이 시행되면 얼마나 큰 예산이 필요한지 처음부터 알았다. 지금 정부의 태도는 의지가 없다고밖에 설명이 안 된다. 오히려 정부는 재정안정을 강조하며 보편복지의 방향마저 뒤흔들려는 의도를 감추고 있다. 일정한 소득을 기준으로 선별 지원하는 것을 정의로운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며, 계층간 갈등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 

 

보편보육은 국가의 어느 투자보다도 우선해야할 분야라는 데 누구나 공감한다. 영유아의 보육과 교육에 대한 투자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유인하고, 일-가정 양립을 뒷받침하며, 저출산 등 인구문제 해소에 기여하고, 영유아기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효과적이다. 지속가능한 보편복지를 위해서 재정이 안정되어야 하고, 재원이 한정된 상황이라면 더더욱 정책의 우선순위가 중요하다. 

 

그러나 보편보육의 우선순위를 파기한 것은 오히려 정부다. 어린이집 이용이 많은 만3-4세 무상 확대가 먼저였으나 만0-2세를 우선 지원하면서 집에서 자라던 영아들마저 어린이집으로 끌어냈다. 어린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긴 전업모를 비정한 부모로 몰아칠 수도 없다. 오히려 정부의 실책을 탓할 일이다. 그러나 최근 내놓은 정부의 구상은 전업모의 어린이집 이용 시간을 제한하고, 지원 비용도 낮출 모양이다. 이게 현실화된다면 사실상 전업모의 어린이집 이용을 통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물론 맞벌이 아이가 오갈 데가 없어진 상황에서 당장은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여성이 가정과 경제 활동을 오가기 더 어려울 수 있다. 

 

어린이집이 부족하다면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시설을 늘리는 정책을 펴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보육정책 안에는 국가가 직접 공급을 늘리는 안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아무리 부모들이 국공립 확충을 외쳐도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올 뿐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국공립 비중은 5.3%로 추락했다. 이명박 정부는 국공립보육시설은 더 늘릴 필요가 없다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민간보육시설만 급증하고 있다. 영아 무상보육으로 수요가 확대되자, 국공립 공간을 서둘러 마련하기 보다는 민간어린이집의 총 정원을 최대한 늘렸다. 안 그래도 연령별 보육 정원을 초과하는 민간어린이집에, 한 아이 당 필요한 공간마저 줄이면서 총 정원을 늘려주고 있으니 누구를 위한 배려인지 알 수가 없다. 

 

올바른 무상보육을 위한 조건들

소득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아이들이 양질의 보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보편보육의 핵심이다. 그러나 MB식 무상보육은 현금만 쥐어줬지 양질의 보육 환경을 제공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무상보육이 되면서 도대체 좋아진 것이 뭐냐는 볼멘소리가 각계에서 터져 나온다.   

 

무상보육을 둘러싼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은 이렇다. 학부모들은 보육료 지원을 받아 부담을 덜었지만, 어린이집 추가 경비나 특별활동비로 매달 10~20여만 원 상당 더 내야한다. 교사들은 무상보육으로 임금은 동결되고, 근무환경은 더 나빠졌다. 어린이집을 이용하려는 아이들이 많다보니, 보육정원은 초과되어 더 바쁘지만 처우나 근무환경은 나아지지 않았다. 어린이집은 부모 대신 정부가 대신 보육료를 내주는 거라 서류작업만 늘었다고 불평한다. 종합하면, 부모 부담은 민간이 다수인 보육환경에서 추가 경비나 특기비로 인해 줄지 않았다. 교사들의 근무 여건은 좋아지지 않아 보육서비스의 질도 개선되었다 보기 어렵다. 어린이집 운영은 서울형, 공공형시설이 확대되면서 개선되었지만, 이것이 보육서비스의 질과 연계되고 있지는 못하다. 부모들은 여전히 믿고 맡길만한 시설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국공립어린이집은 학부모의 신뢰도, 교사들의 안정적인 여건, 운영의 투명성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서울시는 내년까지 95개의 국공립어린이집을 늘리겠다고 한다. 중앙정부가 몇 년째 매년 10여개소 국공립을 늘린 것과는 대비된다. 국공립을 확충하는 데 상당의 비용이 공간 마련에 들어간다. 서울시는 이 문제를 기부채납이나 공동주택의 빈 공간을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는 마을공동체 사업을 통해 시간제 이용이 가능한 육아돌봄지원센터나 교사의 능력개발, 처우와 직결된 육아지원인력개발센터를 고심하고 있다. 이처럼 어린이집 인프라를 늘리고 개선하는 것 역시 국가가 담당해야할 몫이지, 민간 시장에만 맡겨서 될 일이 아니다.

 

지금 수준의 무상보육만으로도 지방 재정이 어렵다면, 다른 방안이 필요하다. 보육은 국가의 정책으로, 전국적으로 일관성 있게 진행되려면 지방재정 여건이 따라 보육비 분담율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지방의 복지지출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인데 정부가 원칙만을 고수해서는 접점을 찾을 수 없다. 

 

보육료 지원이나 양육수당을 늘리는 것 못지않게 교사의 근무 여건이나 처우도 함께 개선해가야 한다. 교사들이 힘겨운 여건에다 자존감마저 떨어져 보육현장을 떠난다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현행 무상보육을 후퇴시키지 않고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육예산이 지금보다 현저히 늘어야 한다. 우리의 보육과 교육료 지원 수준은 OECD 평균인 GDP 대비 0.6%에 근접하고 있지만, 보육 환경까지 개선하기 위해서는 재정 투자가 더 확대되어야 한다. 

 

게다가 무상보육 대란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른 형평성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현재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않는 아동이 받는 지원 수준이나 혜택 범위가 협소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어린이집 이용 여부를 떠나 영유아를 둔 가정이라면 양육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래서 아동수당으로의 전환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다만, 부모에게 직접 수당을 주면서 생겨나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저조, 어린이집 이용을 회피하면서 생겨나는 교육  격차, 사교육 극성 등의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지 고민이 더해져야 한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일원화하면서 겪게 되는 교사 처우 갈등도 깊다. 만5세 누리과정이 도입되면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공통과정이 들어왔다. 하지만 유치원교사와 보육교사의 양성과정이 처음부터 달라 처우에 차별이 생긴다. 보육과 유아 교사들의 전문성을 키우고, 양성하는 통합된 과정이 이뤄져야 한다. 

 

아이의 양육을 단순히 가정 밖에 맡겨둘 수만은 없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어느 대선 후보의 슬로건으로 등장한 ‘저녁이 있는 삶’이 노동자들의 삶과 동떨어져서는 이뤄질 수 없다. 아이를 낳으면 응당 지켜져야 하는 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도 사내의 눈치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기업 문화와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아이의 미래도 보장할 수 있다. 

 

이 같은 토대 위에 무상보육이 시행되어야 반쪽짜리 무상보육이라는 오명을 벗고 올바른 보편보육으로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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