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유권자 참여 배제하는 선거법으로 선거 치러야 하나

 

유권자 참여 배제하는 선거법으로 선거 치러야 하나

인터넷 실명제․정책비교 점수 평가 금지 등 선거법 독소조항 폐해 드러나

대선 후보들은 규제 중심 선거법에 대해 의견 밝히고 개혁 방안 내놔야

 

대선을 앞두고 정치개혁에 대한 담론이 이어지고 있다. 주요 대선 후보들은 앞 다투어 정치개혁안을 발표하고 ‘새로운 정치’를 말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의 참여를 배제하고 있는 선거법의 무수한 규제 조항들에 대해서는 누구도 입장을 밝히고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선거법 상 인터넷 실명제(82조의6)와 정책비교 평가 (사실상) 금지(108조2) 등 독소조항의 폐해를 방치한 채 유권자가 참여하는 제대로 된 선거가 가능한지 의문이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대선 후보들이 규제 중심 선거법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적극적인 개혁 방안을 내놓을 것을 촉구한다.

 

무엇보다 인터넷 실명제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선거법상의 대표적 독소조항이다. 이미 지난 8월 23일 헌법재판소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과정보보호에관한법률’의 인터넷 실명제 조항을 ‘익명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언론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점을 근거로 만장일치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선거법상 인터넷 실명제도 폐지되어야 마땅하나, 국회의 직무유기로 존치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중앙선관위가 딴지일보 등 실명제 불이행 업체에 과태로 부과 조처를 내린 것은 헌재의 결정 취지에 반하는 과도한 조처다. 지난 8월 29일, 선관위가 실명제 폐지 입장을 국회에 제출한 이상 전향적 자세로 독소조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언론과 단체의 정책 비교 평가를 사실상 금지하는 선거법 108조의2 역시 유권자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정책선거를 제약하는 대표적 독소조항이다. 선거 시기 정당과 후보자들이 제안하는 각종 정책에 대한 언론과 단체의 비교평가는 유권자가 정책에 근거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정책 평가를 점수화․등급화 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정책 선거의 활성화’라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각 언론사와 단체는 각자의 기준에 따라 후보의 정책과 공약을 엄밀히 평가하고 장단점을 명확히 보여줄 책임이 있으며, 유권자는 보다 상세한 정보를 취득하고 선택할 권리가 있다. 

 

지난 2월, 인터넷 선거운동이 상시허용 되면서 온라인상의 정치표현의 자유는 상당히 넓어졌다. 그러나 2월 법 개정 과정에서 영장 없이 선거법 위반 혐의자의 통신자료제공을 가능하게 하는 조항(272조의3 제3항, 4항)이 신설된 것은 물론이고, 후보자 비방죄(82조의4, 110조, 251조), 인터넷 실명제, 정책 비교 평가 금지 등 각종 온·오프라인 상의 독소 조항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유권자들의 건전한 비판과 정책 형성 활동을 제약하는 각종 규제 조항들이 존재하는 한, 선거 시기 유권자는 관망자에 머물 수밖에 없다.

 

앞서 지적한 조항들은 선거법 상의 대표적 규제 조항 중 일부에 불과하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전국 50여개 단체가 모여 구성한 ‘유권자자유네트워크’는 지난 9월 13일, 유권자의 정치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입법청원(소개의원: 임수경) 한 바 있다. 재차 강조하지만 선거에서 정당과 후보자는 물론이고, 유권자가 활발히 소통하고 참여하기 위해서는 선거법의 전면적인 개정이 불가피하다. 주체, 방법, 기간 등 선거법의 포괄적 제한에 대한 대대적 수술 없이 ‘시민 참여’와 ‘정치개혁’을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 이제라도 대선 후보들은 정당, 후보자, 시민을 모두 옥죄는 선거법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답해야 한다. 진정한 정치개혁은 더 많은 시민의 정치 참여에서 출발하는 것임을 대선 후보와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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