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일반(pd) 2022-12-22   1387

[성명] 일본의 ‘반격 능력’ 보유 결정 규탄한다

일본의 ‘반격 능력’ 보유 결정 규탄한다

평화헌법 무력화 시도 중단해야
한국 정부는 명확한 반대 의견 밝혀야


지난 12월 16일, 일본 정부는 「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 정비계획」 등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결정했다. 북한과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대한 대응을 명분으로 주변국 미사일 기지를 직접 타격하는 ‘반격 능력(적 기지 공격 능력)’을 보유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반격 능력’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사실상 태평양전쟁 이후 7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자위대가 공격 능력을 갖추겠다고 공식화한 것이다. 또한 일본 정부는 장거리 순항 미사일 등을 3단계에 걸쳐 1000발 이상 확보하고, 방위비는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안보 법제를 제·개정하는 등 집요하게 재무장을 추진해온 일본 정부는 이번 결정으로 평화헌법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과거사에 대한 제대로 된 반성 없이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아시아 각국과 시민들에 대한 약속을 저버리고 있는 일본 정부를 규탄한다. 일본은 평화헌법의 비무장 평화주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일본 정부는 상대가 무력 공격에 ‘착수’했을 때 적 기지 공격이 가능하다고 정의하여 사실상 선제 공격 가능성까지 열어놓았다. 2015년 안보 법제 제·개정 시 도입한 존립위기사태 개념에 따르면, 일본이 직접 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미국에 대한 공격에 대해서도 반격 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일본 정부는 또한 ‘반격 능력 행사는 일본의 자위권 행사로 다른 국가의 허가를 얻는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는 결국 미국과 일본의 판단에 따라, 한국과의 협의 없이도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대결이 한국 시민의 의지와 무관하게 격화되거나 통제하기 어려운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미일 군사동맹의 목표는 북한에 대한 대응만이 아니라 결국 중국에 대한 견제와 포위다. 이번 결정이 동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군비 경쟁을 격화할 것을 심각하게 우려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대응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일본의 방위비 증대와 관련해 “열도 위로 미사일이 날아가는데 그냥 방치할 수는 없지 않았겠느냐”며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그저 용인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외교부는 ‘한반도를 대상으로 한 반격 능력 행사와 같은 사안에 우리와의 협의와 동의가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아시아 평화의 근간이었던 일본 평화헌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원칙은 찾아볼 수 없다. 최근 정부는 한미일 연합군사훈련을 확대하고 프놈펜 성명을 통해 북한 미사일 정보 실시간 공유를 합의하는 등 한미일 군사협력을 전에 없던 속도로 강화하고 있다. 이는 한·미·일, 북·중·러 사이의 냉전 구조와 진영 대결을 고착화하여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 구축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길이다. 북한에 대한 한·미·일의 군사적 압박은 위기 관리와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에 전혀 기여하지 못한다.

동아시아의 전후 질서가 70여 년 만에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군비 경쟁과 미중 갈등이 점점 구조화되는 가운데,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현실적인 해법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다. 한국과 미국의 군사훈련, 북한의 강경한 대응, 일본의 평화헌법 무력화 시도,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훈련 등 악순환이 반복되며 우발적인 무력 충돌 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각국 정부는 모두 각국의 안보를 내세워 행동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누구의 안전도, 평화도 지킬 수 없다. ‘힘에 의한 평화’는 가능하지 않으며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뿐이다.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할 일본의 ‘반격 능력’ 보유 결정 철회와 한미일 군사협력 중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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