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2 2022-11-01   1092

[동향1] 기후위기와 먹거리 – 농어민들의 인권과 복지의 관점에서

진주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위원

뜨거워지는 지구,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먹거리

지구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어제는 파키스탄에서 홍수가 발생하고, 오늘은 그리스와 호주에서 홍수가 발생하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지속되는 가뭄으로 영양실조와 기아 문제가 극심해지고 있고 한국도 홍수, 가뭄, 태풍의 변동 속에서 예외가 아니다. 우리는 매일 지구 어딘가에서 전례 없는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 그 주요 원인이 자연현상이냐 사회적 결과이냐를 두고 여전히 과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있고 아직 확실한 판단을 하기에 이르다는 학자들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 모두가, 예측이 어렵고 보다 많은 자연재해가 발생하는 기후변동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복지동향11월호_동향1_1_자연재해발생횟수

<그림 1-1>은 지난 4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생해 온 자연재해 현황을 나타낸다. 특히 최근 십 년 사이 호우 빈도가 높아지고 변동 폭도 커지고 있다. 지구가 뜨거워지는 주요 원인의 하나인 온실가스 배출에 농업, 삼림 및 토양 이용에 따른 배출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22%이다(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PCC) 2022 보고서). 이 중 축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1) 해양수산 활동에서 야기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 배출량의 0.49%이다.

반면 국내에서 농축산업, 삼림 및 토양이용에 의한온실가스 배출량은 3% 정도이다(2021 국가온실가스인벤토리 보고서). 전지구적으로 22%에 해당하는 수치가 국내에서 겨우 3%라는 사실은, 무엇보다도 국내의 먹거리 생산활동이 낮음을 의미한다. 주식인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물 자급률이 낮아 전체적으로 20%를 조금 넘기고 있고2), 연간 소비량 70kg을 넘기고 있는 육류의 자급률도 돼지고기는 60%대, 소고기는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무역협상에 따른 수입 먹거리의 대부분은 몇몇나라에 집중되어 있으며3),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대규모 단일경작에 산업적 생산방식, 즉 종자제초제-화학비료, 그리고 유통까지 이어지는 패키지 형태로 생산되고, 산업적 먹거리 생산을 통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14%로 분석된다4). 국외에서 생산되는 먹거리를 선박으로 운송하는 과정까지 생각한다면, 총 먹거리로부터 발생하는 온실가스 비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생산으로부터 발생하는온실가스 배출이 많다 보니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나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 생산 전략을 우선시한다.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바이오에탄올이나 바이오디젤과 같은 운송에너지가 화석연료를 대체하고, 전기와 수소가 화석연료를 대체하며, 태양광과 풍력에너지가 화석연료와 전기를 대체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숲, 땅, 바다가 이 새로운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장소로 바뀌며, 이 에너지를 가장 많이 집중적으로 필요로 하는 곳은 가정보다는 산업체, 또는 기업이고 농어촌보다는 도시, 특히 모든 것이 집약된 대도시, 메트로폴리탄이다.

기후위기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농어민, 농어촌

지난 수십 년 동안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먹거리를 생산하는 전 세계의 농민의 7∼80%가 기아와 빈곤 속에 살아왔으며 기후변화로 인해 생산활동이 중단되고 이주한 사람의 대부분이 농어민임을 보고해왔다. 우리 사회도 2020년 54일 동안 장마가 지속되고 그 이후에도 가뭄과 장마, 태풍과 한파가 극심해지거나 그 시기가 계속해서 변동되면서, 농어민이 기후위기에 가장 심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인식이 보다 보편화되었다(2021 국가인권위원회 기후위기와 인권에 관한 인식과 실태조사보고서).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민과 어민은 유엔농민권리선언5)에서도 표현되었듯이, 자연과 기후에 적응하며 숲, 땅, 바다와 함께 살아왔다. 농어민은 자신이 사는 지역의 날씨와 기후를 모르면 생산활동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기후의 변화와 흐름을 과학적이진 않아 보일지라도 온몸으로 체득하며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간다. 따라서 농어민은 기후위기를 갑작스럽게 체감하기보다는 지난 수십 년간 점차 꾸준히 보고 느껴왔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은 그 체감도가 분명히 높아졌다.

동남아에서 먹을 수 있는 아열대 작물을 심기 시작했고, 기온에 민감한 과실류의 생산지역도 북상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문제는 가뭄과 집중호우, 태풍과 같은 기후현상이 변동하고 있어 생산량이 줄어들거나 보다 많은 노동과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해녀들은 바다에서 물질을 하면서 예전에 보지 못한 아열대 물고기들을 보고 해파리들이 많아져 위협을 받고 있으며, 우뭇가사리와같은 해조류는 급감하고 있어 채취량이 절반 이상감소하고 있다.

농부들이 꾸준히 쓰는 영농일지를 통해 같은 날 같은 시간대의 기온 변동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연도별로 살펴볼 수도 있다. 비닐하우스 시설이 없는 땅에서 밭농사를 짓는 농부는 더이상 버틸 수 없다고 생각하고 시설재배로 바꾸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생산량은 감소하고 있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 비가 내려야 할 때 가뭄이 들고 비가 내려서는 안 될 시기에 호우가 발생하고 따뜻해야 할 때 한파가 닥치고 추워야 할 때 기온이 높아지고, 태풍은 매년 있었지만 더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작물 재해 보험을 들었으니 보험을 통해 손실보상을 받으면 될까? 그것은 농부에게도 먹거리를 소비하는 우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재해보상을 받기도 까다롭지만 태풍에 어린 싹들이 죽어버린다면 모종이나 씨앗 값을 받는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생산량이 줄어들면 소비자는 더 높은 가격으로 구매해야 한다.

국가와 정부의 대응·농지와 농촌을 포기하기

모든 국가는 먹거리 생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면서 기후위기로 인해 먹거리 생산량이 감소하지 않도록 정책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책무이다. 일례로 낙농과 축산의 나라인 네덜란드 정부는 질소배출량의 46%를 차지하는 축산분야의 30%를 감소시키는 정책안을 제안했고6), 영국은 농업보조금을 탄소중립에 맞춰 수정하고 있다7). 유럽이라고 해서 농축어민들과 충분한 논의와 동의의 과정을 거쳤다고는 보기 어렵다. 농부는 시위를 통해 의견을 표명하고, 전문가들도 정책에 관해 이견을 보이기 때문이다.

먹거리 자급률이 낮은 편인 우리나라는 기후위기에 따른 먹거리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2021년 12월 정부는 2050 농식품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공표했다. 여기에는 14개의 핵심과제 중 논물관리와 축산분뇨처리 및 축산사료의 저메탄화 등도 포함된다. 2021년 정부가 COP26에서 국제메탄서약에 참여해 메탄을 줄이는 데 적극 동참하겠다고 선언한 데 따른 것이다. 반면 올해 새로 들어선 정부의 국정과제에는 ‘농업의 미래 성장화’를 위한 탄소저감 연구개발 집중 투자가 친환경 농업의 중심에 있다. 2022 농림축산식품부의 업무보고의 핵심 추진과제는 농식품 물가안정, 식량주권 확보, 농업의 미래 성장산업화, 쾌적하고 매력적인 농촌공간 조성, 반려동물 생명 보장과 동물보호 문화 확산이다. 농어업 현장에서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먹거리 생산과 소비에 관한 고민의 흔적은 없어 보인다.

이대로 쭉 간다면 우리의 먹거리 자급률은 크게 변동이 없고 수입에 의존성도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정부는 ‘식량주권’ 또는 ‘식량안보’라는 명목으로 포스코와 같은 글로벌기업이 해외 먹거리 생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벼농사에서 메탄 발생률이 높다는 이유로 논물관리와 연구개발 투자를 우선시하고, 먹거리 생산·소비가 지구를 식히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농축어민은 물론 먹거리 소비자인 우리 모두와 함께 만들어가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는 게 명백해 보인다. 결국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 일선에 있어 온 기업들을 지원하고, 반면 기후변화로 삶과 건강이 갈수록 위태로워지는 농어민과 우리는 소외되고 있다.

게다가 농촌은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이유로 그 파괴의 지형을, 누군가는 ‘전환’이라 명명하는 지형을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화석연료를 생산-소비하는 기존의 구조와 재생에너지를 생산-소비하는 소위 말해 ‘전환’의 구조는 달라보이지 않는다. 화력발전과 원자력 발전을 위해 농지와 농어촌을 내놓아야 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태양광과 풍력을 위한 농어촌과 농지를 내놓아야 한다.

<사진 1-1> 나주 세지면 태양광 입지 마을. 태양광은 주민의 집과 우사 바로 옆과 앞에 설치될 예정이다.

산업자원부는 법에 따라 사업개발업체에게 허가를 승인해주었고, 지방정부는 재량에 따라 사업 여부를 결정한다. 농어민과 지역주민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지만, 사업개발에 더 신경써서 주민의 의견을 무시하는 사례도 있다. 지역이 알아서 한다는 것은 법과 원칙이 농어민과 주민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면서 세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조하지만 이 에너지를 주로 누가 사용하게 되는가? 기업과 도시민이다.

우리나라의 농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21년 국가지속가능발전 보고서에 나온 위의 그래프를 보면 우리나라의 경지면적은 전 국토의 16%에 미치지 못한다. 줄어가는 농지는 이제 에너지 때문에 더욱 줄어들 것이다, 이미 줄어들기 시작했다.

복지동향11월호_동향1_3_주요 국가별 경지면적 변화 추이_2000_2018

기후위기로 먹거리 생산량이 불안정해지고 먹거리가격의 진폭이 심해지는 오늘날의 상황에서 농지가 더욱 줄어든다면 이 위기는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생산량을 유지하는 방안을 내놓더라도 이는 기술과 기업이 주인이 되는 방안이다. 개발과 투자를 요구하고 생태자연-친화적이라기보다는 자본기술-친화적인 방식이 되리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안정적’인 먹거리 수입이란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지금도 겪고 있는 코로나와 러시아-우크라이나 무력 분쟁을 통해 깨닫고 있다.

지금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는 농어민의 6∼70%가 소규모로 생산활동을 한다. 지구를 식혀주는 건강한 먹거리는 땅과 바다를 사랑하며 생산활동을 하는 이들의 노고가 바탕이 된다. 우리의 농어업 구조상 자급율을 높이기 어렵다거나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생산방식은 불가능하다고 말하기는 이르다. 불가능한 게 아니라 무엇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전환할 것인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구와 밥상이 뜨거워지는 오늘, 농어민이 그들의 땅과 바다를 떠나지 않고 건강하게 생산하는 먹거리를 먹고싶다고 우리 모두 외치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1) Michael J. MacLeod, Ph.D. Mohammad R. Hasan, Ph.D. David H.F. Robb Mohammad Mamun-Ur-Rashid. (2020). Quantifying greenhouse gas emissions from global aquaculture. SCIENTIFIC REPORT

2) 2020년 기준 곡물자급률을 보면, 쌀 92.3%, 밀 0.5%, 옥수수 0.7%, 두류 7.5%이다(농림축산식품부 통계)

3) 김나율. (2022). 식량 수출 제한조치에 따른 공급망 교란과 영향.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4) 2021. Eric Holtz Gimenez. (2021). 우리는 세계를 파괴하지 않고 세계를 먹여 살릴 수 있는가. (박형신 역). 한울아카데미. (2019)

5) 유엔농민권리선언(UNDROP)은 2018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됨

6)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44353

7) http://www.impacton.net/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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