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3 2023-01-01   490

[복지칼럼] 국민연금 5차 재정계산을 앞두고

이은주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정책위원

2023년에는 5차 국민연금 재정재정추계가 발표된다. 5년마다 백가쟁명의 시절이 돌아왔다고 할 정도로 국민연금 논쟁의 역사는 길고도 깊다. 백가쟁명은 다양한 의견들이 대안으로 제시되는 상황인데, 현재는 재정안정과 제도안정이라는 명백한 2개의 축 속에서 논의되고 있다. 한쪽은 지급해야 할 돈으로만 제도를 인식하고, 다른 한쪽은 전 세대의 소득이전 방식으로 제도를 설명한다. 정보가 넘칠수록 불안이 일상이 된 시절을 살고 있는 우리는 국민연금 가입자로서 더 큰 노후불안을 안고 사는 모순에 빠져있다. 

불안의 출발점은 어디인가? 90년대생이 태어나기 전부터 경제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고, 안정 혹은 번영과 같은 현재를 누려본 적이 없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구를 감싸던 동안 경 단위의 돈이 전 세계적으로 풀리고, 주식시장이 널뛰기하는 동안 국민연금도 수익과 손실을 왔다 갔다 하더니 최근에는 2년치 연금액을 날렸다는 소식이 들려온다1). 한치 앞도 예측하지 못하는 현재를 하루하루 살아내고 있는데 언제 안정이 와서 30년 혹은 50년 후를 차분히 준비한다는 말인가.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다시 시작된 5차 재정계산에서는 어떤 연금개혁의 방향을 논의해야 할 것인가? 지난 정부는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연금개혁 방향을 4가지나 제시하고도 최종 결정을 하지 못한 채 이번 정부로 과제를 넘겼다. 개혁 방향은 보험료 인상의 범위와 인상시점, 그에 따른 적립기금의 규모 등에서 전문가들 사이의 의견 차이를 보이면서 분기하였다. 하지만 인구고령화 속도와 사회 여건의 변화에 맞춰 보험료는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합의점을 찾은 듯 보였다. 보험료 인상의 시기와 인상의 폭에 따라 적립기금의 규모는 달라질 것이다. 이미 900조 원 이상 쌓여 있기 때문에 기금이 늘어날 것은 분명하고, 이는 곧 적립기금의 소진 시점을 늦춘다는 의미이다. 역설적으로 기금소진 시점이 늦춰져도 국민의 불안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기금이 사라지는 건 분명하게 다가올 미래이고, 그 시점이 늦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대비할 시간을 버는 것이다. 그러나 제도의 운영원리와는 다르게 예측은 극단적인 상황만을 가정하고, 국민은 불안과 불만으로 제도를 만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더욱이 현 정부는 무조건 지난 정부 탓하기에 몰입해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도 보장성을 축소하겠다고 장담하고, 국민연금도 빨리 손을 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정에 관심 없어 보였던 대통령이 지난 15일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수십년간 지속할 수 있는 연금개혁 완성판’을 위한 개혁 의지를 가지고 있다2)고 한다. 그 어떤 보수정부도 호언장담하지 못했던 복지축소의 길을 과감히 전진해나가는 이 정부의 행태로 볼 때 국민연금의 ‘개혁’ 외침은 크게 울릴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어떤 개혁의 길을 갈 것인가이다. 제도의 불안정을 강조하여 국민연금에서 이탈하고 싶은 개인의 마음을 키워 각자도생의 길로 가게 할 것인가? 연금가입자들을 억울하게 만들어 제도를 불신하게 만들 것인가? 현재 노년층에게 도움이 되는 기초연금을 과감히 올림으로써 노년층에게만 인기 영합주의로 다가가고 노후를 맞이할 미래 세대에게는 그 어떤 약속도 하지 않고 또 다시 다음 정권으로 떠넘기기 할 것인가? 

노후소득보장은 현재에도 순환 중이고 계속 진행될 것이다. 따라서 한 시점의 특정 세대만을 위한 대안을 세운다는 발상이 얕은 수법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논의가 진행되는 게 아니라 정권이 바뀌어도 약속은 변하지 않은 제도로 운영되는 게 필요하다. 논의는 결국 정치영역으로 넘어간다. 주요 경제활동인구이자 현 정부가 애써 위로하는 척 소환되는 90년대생은 사회 진입과 동시에 자꾸 노년기를 상상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3). 이들이 노인이 되어 연금을 받으려면 최소 30년 이후의 일이 될 것이고, 그동안 정권은 최소한 6번은 바뀔 것이다. 현행 국민연금법에는 5년마다 재정계산을 통해 연금의 미래를 ‘예비하도록’ 규정되어 있는데, 공교롭게도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국민연금의 미래도 함께 보고될 일이 예비되어 있는 상황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복지제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진정한 불안의 근원이다. 

우리는 이미 지난 30년 동안 ‘암울한’ 미래로 보고된 연금제도의 과거를 지나왔다. 유독 연금제도를 연구한 전문가들은 30년 넘게 논의의 장에 들어가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이들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연금제도의 주체가 바뀌고 있음에도 제도는 고정된 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제 전문가의 논의는 빠르게 변하는 인구경제사회의 수치와는 다르게 엇나간 예측을 성찰하고 특정 시점을 상정한 대안 논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재정만으로 제도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근시안성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이다. 국민은 내 노후만을 독자적으로 떨어뜨려 생각해서도 안된다. 국민연금은 저축이 아니라 함께 노후에 소득을 보장받기 위한 보험이다. 

국민에게 외면당하는 논의가 이루어질수록 제도의 미래는 한 시점의 정권에 의해 끌려 갈 것이다. 지금의 파장은 나비효과가 되어 미래세대를 후려칠 수도 있다. 눈이 시려도 제도개혁의 정치를 살피고, 듣기 싫어도 말이 안되는 소리를 듣고 걸러내야 불안한 노후에서 벗어날 수 있다.


1) “국민 노후자금 ‘연금 68조’ 까먹었다”(디지털타임즈, 2022.12.11.), “[데스크칼럼] 내 국민연금은 안전한가”(이투데이, 22.12.14) 

2) “국민연금개혁 실패사… 윤석열정부는 보험료율을 올릴 수 있을까”(한겨레신문, 22.12.26)

3) 소위 ‘팩트체크’라는 제목을 달고 등장하는 ‘90년대생도 받을 수 있나요?’라는 기사는 2022년 12월 초 경제관련 신문에서 등장했고, 연금재정적자를 겨냥한 대표적인 공포 조성의 언론보도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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