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3 2023-01-01   1471

[동향2] 2023년도 보건복지예산 어떻게 결정되었나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

들어가며

2023년도 예산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번 예산은 예산부수법안인 세법개정안을 논의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법정시일을 한참 넘기고 결정되었다. 감염병 재난에 이어 경제위기까지 더해져 위기의 체감도는 더욱 고조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 8월 말 정부가 내놓은 예산은 이런 위기의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 보기 어려웠다. 총지출은 증가했지만 전 정부 기간 동안 평균 총지출 증가율 8.7%의 60% 수준에 불과했고, 보건복지부 소관 예산은 정부가 밝힌 촘촘한 사회안전망 예산이라고 보기 무색하게 의무지출분 증가 이외 사회적 논란이 되었던 영역에서의 증가 정도만 반영된 수준이었다.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놓고, 사회적 상황과 민생의 안위를 고려하여 예산을 심의 조정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러나 국회는 법인세, 종부세, 상증세 등 재벌대기업을 위한 감액을 논의하는데 치중했고, 세법과 예산 모두 비공개로 진행되는 소소위원회에서 타결했다. 결국 국회는 사회적으로 막대한 세수 결손을 발생시킬 감액을 결정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안전망 예산은 확보하지 않았다. 

<표 2-1>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감액된 사업을 살펴보면, 부모급여(영아수당) 지원과 다함께 돌봄센터 사업(학교돌봄터 지원) 등이 해당된다. 논란이 되었던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은 922억 원이 증액되었다. 보호종료아동 자립지원 체계 구축 사업은 18억, 보육교직원 인건비 및 운영지원 68억 원, 장애인복지시설 기능보강 11억 원, 감염병 대응 지원체계 구축 및 운영 22억 원, 지역사회 보건복지 연계 재가 서비스 체계 구축 중 긴급돌봄 7억 원 등이 증액된 것은 주목할만 하다<표 2-2>. 그러나 돌봄과 의료에서의 공공성 확충 예산과 취약계층을 위한 생계 지원 예산은 조정되지 않았다. 

돌봄의 위기, 공공인프라 확충 없이 해결 못해 

인구구조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2025년에는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화사회(Super-Aged Society)에 진입할 전망이다.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급속한 고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향후 도래할 초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노인들의 소득보장체계 구축은 물론 현재 돌봄서비스 점검과 개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돌봄서비스는 제도가 만들어질 때, 대부분 민간에 맡겨진 탓에 낮은 서비스 질,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사회적 문제가 된지 오래다. 또한 감염병 재난 상황에서 돌봄에 대한 국가 책임 부재가 가정 내 책임으로 전가되며 공공성이 강화된 돌봄 요구가 사회적으로 높아졌다. 

정부가 내놓은 돌봄서비스 예산은 정반대로 책정되었다. 노인분야의 공공돌봄인프라 확충 예산은 오히려 삭감됐다. 공공노인요양시설 확충은 전년대비 19.3% 감액되었고, 공공이 운영하는 신축 예산은 포함되지 않았다. 노인맞춤형돌봄사업, 노인장기요양보험사업, 치매과리체계구축 사업 등은 사회적 수요가 확대될 것이 명확함에도 전년대비 삭감 내지 예년 수준으로 편성되어 양질의 돌봄서비스 개선은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노인돌봄 관련 공공인프라 예산 조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감염병 재난에서 노인생활집단의 취약성이 드러났고, 지역사회보호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일련의 상황을 전혀 고려치 않은 것이다. 노인돌봄의 돌봄공백은 확대될 것으로 보여 우려스럽다. 반면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은 922억 원이 증액되어 총 1조 4,478억 원으로 결정됐다. 공공형 일자리는 54.7만 개에서 60.8만 개로 확대한데 따른 것이다. 노인일자리 사업 예산이 증액된 것은 다행이지만 국가가 지원하는 공공형 대신 민간형 일자리를 계속 확대하는 방향은 맞지 않아 정부의 세부 추진 방향을 계속 점검할 필요가 있다. 

보육 분야 예산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국공립어린이집 확충과 어린이집 기능보강 사업을 전년대비 19.3%, 10% 삭감했다. 보육교직원 인건비 및 운영지원은 최저임금 인상률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편성하고, 교사겸직원장 지원비는 전액 삭감되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공공이 운영하는 시설 확충 예산은 조정되지 않아 정부안 그대로 반영된 반면 전액 삭감된 교사겸직원장 지원비는 68억 원 증액되었다. 보육 분야에 있어 정부는 보육 시설 이용이 증가하는 상황과는 반대로 가정 내 돌봄을 지원하는 예산 편성의 기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 참여연대 예산 분석2)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아동청소년 분야 총예산은 1.5% 감소했다. 다함께돌봄은 전년대비 18.9% 상승했지만 국회에서 학교돌봄터 지원을 위한 다함께돌봄 예산이 3억 5천만 원 삭감된채 통과되었다. 자립준비청년 지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짐에 따라 정부가 요보호아동 및 보호종료아동 자립지원 관련 예산을 확대 편성하고, 국회에서도 보호종료아동 자립지원 체계 구축 예산이 18억 원 증액되었다. 실제 이들에게 실효성 있는 예산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예산이 배정되어야 한다. 2019년 기준, 아동가족관련 공공지출이 OECD 평균 2.1%인 반면 우리나라는 1.2%밖에 되지 않는다. 앞으로 아동가족 관련 국가 지원이 더 적극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코로나19 위기 잊은 보건의료 예산 

우리나라 병상수는 인구 1천 명당 12.3개로 OECD 평균 4.7개의 2.6배이다. 그러나 코로나19 국면에서 병상이 없어 시민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고, 생활시설에 거주하는 요양병원, 요양시설 등의 거주자들은 병원 자체를 코호트 격리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다. 쪽방 주민, HIV감염인, 장애인 등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은 공공병원에서 쫓겨 나기도 했다. 그 이유는 약 5%밖에 되지 않은 공공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비롯해 취약계층의 진료를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의료인력 또한 부족한 상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2023년도 정부가 내놓은 공공의료 관련 예산3)은 전년대비 61.3%, 약 3조 950억 원 삭감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감염병 대응 지원체계 구축 및 운영 예산이 77.1% 삭감되었는데, 대부분 의료기관 등 손실보상에 대한 사업비가 대폭 축소된 것이다.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할 것이 아니라 감염병 상황에서 감염 환자를 돌봤던 공공병원의 기능 정상화를 위한 예산으로 책정했어야 했으나 이런 상황을 반영하지 않았다. 국회에서도 공공병원의 기능회복을 위한 논의는 진행하지 않았고 전문인력 등 인건비 지원으로 2억 원을 추가 편성했을 뿐이다. 

정부는 의료 취약지와 취약계층 의료지원 관련 사업의 예산을 대부분 삭감했다. 농어촌 보건소 등 이전신축 관련 예산은 39.4% 삭감, 의료 및 분만취약지 지원사업은 0.3% 소폭 삭감, 응급환자 미수금 대지급 10.0% 삭감, 고위험 산모·신생아 지원 5.7% 삭감, 중증외상 전문진료체계 구축 사업 9.6% 삭감, 취약지역 응급의료 기관 육성을 위한 사업 7.0% 삭감되었지만 국회에서는 정부안 그대로 통과 되었다. 지역거점병원공공성 강화 사업은 11.6% 삭감되었지만 논의과정에서 5억 원 증액되었다. 그래도 예년보다 낮은 수준이다. 

반면 보건산업으로 구분되는 수십가지의 사업이 매년 편성되고 있다. 그러나 보건산업 분야의 사업은 사업의 합목적성 등이 검증되지 않아 사업이 쉽게 없어지고 새롭게 생겨나기도 하는 경향성이 있다는 문제 지적이 있지만 국회에서는 조정되지 않았다. 그 중 국회에서도 문제적 예산으로 매년 지적되는 글로벌 화장품 육성 인프라 구축 사업은 증액되었고, 타당성 검증이 어려운 돌봄로봇 R&D사업 등은 근거도 없이 정부안보다 더 많은 예산이 편성되었다. 보건의료 마이데이터 활용기술 연구개발및 실증(R&D)사업은 법률적 근거 미비로 사업 규모가 축소되어 예산이 35억 원이 삭감되어 63억 원으로 책정되었다. 

발굴에만 치중한 대안, 실효성 없어 

생활고의 어려움을 견디지 못해 죽음으로 생을 마감하는 참변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가 빈곤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정부는 위기가구 발굴을 위해 위기 정보를 현재 34종에서 44종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여전히 ‘발굴’에만 초점을 맞춘 한계를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 위기 정보를 확대해 발굴하더라도 재산기준 등 갖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들이대 이들을 제도권 밖으로 밀어내거나, 충분히 지원할 수 없는 빈약한 복지제도의 한계가 명백하지만 이에 대한 개선책은 내놓지 않았다. 

경제위기까지 더해진 열악한 상황에서 위기는 취약한 계층에게 가장 불행하게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정부의 취약계층을 위한 충분한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예산을 책정했나? 그렇지 않다. 정부는 기준중위소득 5.47% 인상에 따른 예산을 편성했지만 수급자 규모의 증가분과 급등한 물가상승률을 고려한다면 기준중위소득 인상만 반영한 예산은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긴급복지지원도 기준중위소득 인상에 따른 예산 증액분만 반영했고, 저소득층한시생활지원은 전액 삭감했다. 근로빈곤층의 탈수급 및 자립을 체계적으로 지원하여 탈빈곤을 촉진하고 빈곤을 예방하는 목적으로 운영되는 자활지원도 소폭이지만 0.4% 감액되었다. 의료급여 등 취약계층 의료지원을 살펴보면, 예산은 증액했지만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연계에 따른 의료보장성 강화 진료비(2022년 3,220억 원)는 전액 반영되지 않았고, 의료급여 인상분은 기본진료비인상과 진료비 미지급금 지원에 집중되어 있어 실제 의료급여가 대폭 확충되었다고 보기 어렵다4)

올해만 해도 생계 비관으로 죽음을 맞이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지만 국회에서는 취약계층 소득보장과 지원을 위한 예산을 우선순위로 두지 않았고, 결국 어느 항목하나 조정되지 않고 정부안대로 결정되었다. 

나가며 

정부는 복지사업 일부를 일반회계에서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로 이전했다. 지역균형발전특별회 지역지원계정은 지역격차나 지역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나 이관된 사업은 보편적으로 차별없이 추진되어야 하는 것들이다. 회계 목적 상 부합하지 않고, 안정적 복지서비스 제공이 불투명질 수 있는 문제가 명백한데도 국회는 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사회복지지출은 OECD 국가 평균에 절반정도 밖에 되지 않고, 조세부담률도 매우 낮다. 전형적인 저부담-저복지 국가다. 특히 다면적 위기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안전망이 강화되어야 한다. 다른 나라는 감염병 상황에서 재정을 확대하고, 복지를 강화하는 정책을 폈으나 우리나라는 긴축을 기조로 지출을 통제하고 있다. 여기에 자산가들의 당연하게 부담해야하는 세금을 깎아주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앞서 살펴봤듯이 이번 통과된 사회안전망 예산은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서 시민들을 보호하기에는 매우 부실한 수준이다. 정부와 국회의 안일산 시대인식으로 인해 우리 사회의 자산과 소득불평등에 따른 심각한 양극화 문제 해결은 요원해 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추경에서 사회안전망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 글 작성 시점에는 부처별 2023년 최종 예산이 발표되지 않아 정부가 공개한 자료에 한해 분석하였음

2) 참여연대(2022), 2023년 보건복지분야 예산 분석 이슈리포트

3) 보건의료로 분류된 사업 중 ‘공공보건의료확충’이라는 프로그램명을 기준으로 택하여 분석

4) 참여연대(2022), 2023년 보건복지분야 예산 분석 이슈리포트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