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3 2023-01-01   1752

[동향1] 좋은 돌봄은 건강하고 행복한 돌봄노동자로부터 시작된다

– 돌봄노동자 노동권 보장의 기본방향과 정책과제에 부쳐 –

박주영 민주노총 법률원 부원장

더 많이 행복을 이야기하는 시대, 그러나 돌봄노동은 더 소외된 시대

2000년 이후 밀레니엄 시대에는 연말연시 ‘소원 성취하세요’보다 ‘행복하세요’가 훨씬 더 당연한 인사말이 된 것 같다. 십수 년 전 웰빙이니 행복이니 하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던 시절, 건강한 몸과 풍요로운 삶과 같은 개별화된 행복이 주목받았다면, 이제 우리 주변에서는 건강한 정신과 존엄한 죽음과 같이 좋은 삶과 올바른 행복이 무엇인지도 고민하게 되었다. 

행복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면서, 우리는 나와 가족, 이웃의 돌봄의 문제에 더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지금처럼 모두 몸과 마음이 늘 건강하다면 우리가 말하는 행복은 한결 쉽게 상상할 수 있겠지만 언젠가는 늙고 언제든지 병들거나 다칠 수 있다는 사실은 그저 돌봄이 주문하면 배송되는 상품 같은 게 아니라 돌봄을 받거나 받게 될 사람의 존엄한 삶, 가족의 돌봄을 자신의 삶과 공유해야 하는 행복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사회적 돌봄에 대한 시대적 요구와 포용적이고 보편적인 사회보장제도의 기치 아래 노인장기요양과 생활지원, 장애활동지원, 아이돌봄과 보육지원, 정신건강지원, 산모신생아돌봄지원 등 다양한 돌봄정책들은 최근 수 년에 걸쳐 꾸준히 늘어났다. 우리는 사회적 돌봄을 통해 나와 내 가족의 행복을 위한 사회정책적 지원을 말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정작 돌봄을 수행하는 노동자의 행복에 대해서는 별로 돌아보지 못했다.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의 권리 없이 돌봄을 받을 권리가 가능한가

돌봄은 본래 타인에게 나를 의지해야 하는 일이다. 돌봄노동의 과정은 의지하는 사람의 약함과 결핍이 타인에게 고스란히 드러나는 일이자 타인의 그러한 취약함을 고스란히 목격하면서 일상적으로 한결같이 지탱하고 챙겨주어야 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돌봄을 받는 사람의 감정만이 아니라 돌봄을 주는 사람의 감정에도 교감하고 서로 존중받을 수 있는 과정이 되지 않으면 좋은 돌봄은 성립하기 어렵다. 

모두가 자기에게 편하고 보기 좋고 즐거운, 개별화된 행복만을 추구한다면 누구도 좋은 돌봄을 받을 수 없다. 그런 돌봄을 받을 자격도, 요구할 권리도 없다. 그래서 좋은 돌봄이 지속가능하려면 돌봄을 받는 사람이 행복할 뿐 아니라 돌봄을 주는 사람에게도 행복한 일이 되어야만 한다. 돌봄노동자가 행복한 돌봄노동을 하는 것은 돌봄을 제공받는 이용자의 행복을 줄이는 일이 결코 아니다. 

돌봄 법제도 속 돌봄노동자를 찾을 수 없다 

과연 그렇다면 돌봄정책과 제도에서 돌봄노동자의 권리는 어떻게 규정되어 있을까. 첫째, 사회보장법제에서 돌봄을 주는 노동자의 법적 지위에 관해 규정을 살펴볼 수 있다. 돌봄정책을 설계할 때 돌봄노동자에게 노동자로서 지위를 분명히 한다는 것은 노동법적 보호를 기초로 인력계획과 인건비 예산이 책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돌봄정책 안에 돌봄노동자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행 사회보장법제에서 돌봄노동자에 대한 근로관계를 명시적으로 규율한 경우는 「사회서비스 지원 및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사회서비스원에서 직접 채용을 명시한 경우(동법 제22조)와 「아이돌봄지원법」상 아이돌보미와의 계약시 아이돌봄지원센터 소속의 아이돌보미와 근로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정한 경우(동법 제14조)가 유일하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보건복지부의 노인보건복지사업안내에서 표준근로계약서 활용을 권고하고, 노인맞춤형생활지원사업안내에서 민간위탁 근로자 보호 가이드라인을 참조하여 근로계약기간 등 고용보호나 임금이나 처우기준을 보장하는 등 노동권 보호 기준을 준수하도록 권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둘째, 제공되는 돌봄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돌봄일자리가 노동자의 고용과 생활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로서 조건이 전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돌봄의 질과 지속가능한 돌봄노동을 위해서는 돌봄노동자의 노동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근거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장기요양요원의 처우 개선과 복지 증진, 지위 향상을 위한 노력의무를 정하고(동법 제4조 제5항), 장기요양기본계획에 장기요양요원의 처우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도록 규정(동법 제6조)한 것이 거의 유일하다.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에서 사회복지시설 및 사회복지법인의 종사자에 대한 처우개선과 신분보장에 관한 노력의무를 정하고(동법 제3조), 사회복지사업 종사자에 대한 적정인건비 기준을 마련하도록 하여(동법 제3조 제3항)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있지만, 방문형 돌봄노동을 하는 재가돌봄노동자에게는 적용되지 못한다. 

셋째, 사회보장법제에서 돌봄노동자의 고용상 지위와 노동권 확보를 위한 충분한 법적 근거를 갖지 못한 상태라면 집단적 노사관계를 통해 돌봄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한 가능성이 보장되는가도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된다.「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서 요양보험료율, 요양비·간병비 지급기준, 요양급여 비용 등을 논의하기 위해 장기요양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노동자단체도 참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동법 제45조 및 제46조). 요양보험료율에 따라 요양보호사의 인건비 등 처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장기요양위원회를 통해 장기요양요원의 처우와 지위 향상을 위한 논의가 부분적으로 가능할 수 있지만 장기요양보험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들을 다루는 장기요양위원회에서 돌봄노동자의 처우개선에 집중하여 논의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이다. 그나마 장기요양요원 처우개선 조례를 두고 지자체 산하에 처우개선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한 경우가 있지만 돌봄노동자의 자주적인 조직인 노동조합의 참여를 명시적으로 보장하지는 않아 노동자 대표성에 한계를 보여준다. 

한편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에서 사회복지시설에 종사하는 노동자에 대한 처우개선 및 복지 향상을 위해 처우개선위원회를 구성하도록 정하였으나(동법 제3조의2) 재가돌봄노동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운영위원회 구성을 통해 장애인활동지원사도 참여하여 처우개선에 관한 사항을 협의할 수 있으나, 기관별 운영위원회는 기관 내 운영사항에 국한되기 때문에(동법 제22조의2), 돌봄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필수노동으로서 돌봄노동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필수업무종사자 보호와 지원을 규정한 「필수업무 지정 및 종사자 보호·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고 필수업무지정 및 종사자 지원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필수업무 종사자 대표로서 총연합단체 노동조합이 추천한 위원의 참여를 규정하여(동법 제8조) 필수업무로서 돌봄노동자의 보호와 지원을 논의할 수 있게 되었으나 이는 지정된 필수업무를 수행하는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필수노동자에 대한 보호나 지원방안을 논의하기 때문에, 돌봄노동자의 고용 및 근로조건에 관한 일반적 기준을 다루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돌봄정책 속에서 돌봄노동자의 법적 지위와 처우에 관한 근거가 일관되게 반영되지 못하고, 돌봄노동자 지위향상을 목적으로 한 집단적 협의기구 역시 충분하지 않은 상황임을 알 수 있다. 

돌봄노동자는 어떤 돌봄 노동조건 속에서 일하고 있나

보통의 사람이라면, 직접 돌봄노동을 수행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아 생활하는 돌봄노동자를 노동자가 아니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돌봄이 필요한 사람의 돌봄 시간에 맞춰 요양시설에서 또는 돌봄이용자의 가정에서 일하는 돌봄노동자는 법상 노동자로서 권리를 인정받는데도 늘 불안정한 지위에 놓여있다. 

돌봄노동자가 제공한 급여제공 시간당 수가에 따라 제공기관에 지급된 급여비용 중에서 돌봄노동자의 몫은 기관별로 자의적으로 책정하여 지급하기 때문에, 낮은 수가는 돌봄노동자에게 더 낮은 저임금 구조로 내몰고 있다. 그나마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사회복지시설이나 사회복지법인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등 시설종사자에 대해서는 호봉승급 임금체계를 정하고 임금항목에 대한 지급기준을 정하고 있지만, 정작 실제 돌봄노동을 하는 요양보호사에 대해서는 기관 자체 기준을 별도로 정하여 임의로 지급할 수 있도록 예외를 허용해주고 있어서, 최소한의 보건복지부 임금가이드라인도 적용되지 못하는 것이 돌봄노동자의 현실이다. 돌봄제공기관들은 수가제도를 핑계로 돌봄노동자가 일한 시간에 대해서만 임금을 책정하고 그 외의 시간은 무료노동을 당연시 하고 있다. 

돌봄이용자의 자택으로 방문하는 재가돌봄노동자들은 이동시간의 임금과 교통비를 보장받지 못하고, 제대로 된 유급휴가나 진짜 자신이 필요할 때 쉴 수 있는 권리는 거의 누리지 못한다. 돌봄노동자들은 돌봄이용자가 존재하고 실제 돌봄노동을 수행해야만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돌봄노동자는 돌봄이용자와의 이용관계의 지속 여하에 따라 항상 불안한 고용상태에 있다. 이처럼 수가로 생계를 유지하는 재가돌봄노동자들은 정하여진 급여시간이 벗어나도 돌봄이용자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기 때문에 초과되는 일들을 처리해주고도 무료노동을 할 수밖에 없지만 돌봄제공기관은 이를 모른 척하여 결국 돌봄노동자에게 무료노동의 부담을 전가시킨다. 

또한 시설돌봄노동자들은 24시간 요양이 필요한 시설에서 야간근로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만 임금을 줄이기 위해 근무시간 중 휴게시간을 정하여 두거나 포괄임금약정을 통해 초과노동에 대한 임금 지급을 회피하기도 한다. 

돌봄이용자로부터 정해진 수가에 따라 지급받는 급여비용으로 운영하는 돌봄제공기관은 돌봄이용자 수가 줄어들면, 돌봄노동자에게 일을 주지 않아도 돌봄노동자에게 휴업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근로계약이 지속되고 있는 중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통보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돌봄노동자가 무료노동이나 휴업수당, 초과근로 수당 미지급, 유급휴가 미사용 등으로 체불임금이 발생하면 여타의 노동자들처럼 체불임금 진정 등을 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돌봄노동자들은 체불임금에 대한 법률대응조차도 만만치 않다. 돌봄제공기관은 폐업이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임금지급의무를 쉽게 회피할 수 있고 실제 채권추심을 할 수 있는 재산도 남아 있지 않은 경우도 많아서, 결국 먹고 살기 팍팍한 돌봄노동자들로서는 소액의 체불임금을 구하는 소송보다는 다른 돌봄이용자를 찾아 빨리 일을 시작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상은 돌봄제공기관의 관리운영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에 주목하게 한다 현행 돌봄제공기관의 설립절차는 형식적인 등록요건만 갖추면 돌봄노동에 대한 전문성이나 공공성을 검토하지 않고 쉽게 설치할 수 있다. 수가로부터 일정 수익을 노리는 개인이나 영리목적의 업체들이 무분별하게 돌봄시장에 진입하면서, 돌봄노동자와 돌봄이용자 사이에서 수수료만 챙기기 때문에 실제 돌봄의 질은 전혀 관리되지 못한다. 지금과 같은 돌봄제공기관 관리체계는 돌봄의 전문성이나 공공성을 보장할 정도의 기관운영 자질이 없는 경우를 걸러내지 못하고 사후적으로 부정수급 등을 적발한다 해도 너무 쉽게 폐업하고 또 너무 쉽게 타인의 명의로 업체등록을 반복할 수 있기 때문에 돌봄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는데도 독이 되고, 돌봄의 공공성과 전문성이 지속될 수 있는 안정적 공급구조를 기대하기도 어렵게 만든다. 

이처럼 낮은 수가제도와 영세한 영리 돌봄제공기관 등록제도는 돌봄노동자의 노동권을 좀먹는 체계일뿐 아니라 돌봄이용자의 돌봄의 질을 담보할 수 없는 구조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영세한 돌봄제공기관은 돌봄노동자의 안전보건상의 조치나 노동인권 보호에 무관심할 뿐 아니라 비영리 또는 사회서비스원을 포함하여 돌봄공공성을 기반으로 한 돌봄제공기관도 낮은 수가체계 하에서 돌봄노동권을 보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불가피하다. 일정한 돌봄의 질을 제공하기 위한 기준과 숙련을 갖추려면 돌봄노동자에 대한 고용안정과 안정적인 재정적인 기반(이른바 상당한 인적·물적 규모의 경제 확보)을 기초로 하지 않고서는 돌봄노동권 보장을 위한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하기 어렵다. 

한편 돌봄노동자는 일하는 환경의 안전과 보건상의 기본적인 권리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라면 누구나 적용될 것이라고 믿는 「산업안전보건법」이 돌봄노동자에게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산안법상 안전보건 예방조치의 핵심적인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관리체계부터 돌봄노동자가 일하는 작업장 환경에서는 적용이 불가능하다. 

사회복지서비스업 분야에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두거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에 관한 법적 의무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대부분 50인 미만의 소규모 돌봄제공기관들에서는 산업안전보건관리체계가 부재한 상태에 놓여있게 된다. 

또한 돌봄노동 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근골격계 질환, 병원체에 의한 감염 등 건강장해, 돌봄이용자와 그 가족으로부터 겪는 성폭력과 괴롭힘, 폭언·폭행, 돌봄노동자에 대한 전자감시와 직무스트레스 등 산안법의 적용대상이 되지만, 돌봄노동 특성이 반영된 안전보건조치 기준이 충분치 않아 현행 기준으로는 제대로 된 보호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올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재가요양보호사의 노동인권 보호를 위한 작업중지권과 2인 1조 근무체계, 노동인권관련 평가지침 등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환경 개선을 내용으로 한 정책권고를 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보건복지부는 작업중지권에 대해서는 유보적 태도를 취하고 2인 1조 근무체계에 대해서는 수가기준을 두고 있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좋은 돌봄의 목표, 돌봄제공자 뒤에 감춰진 돌봄노동자에 대한 보호에 직접 주목해야

국가의 돌봄정책에서 사회보장제도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민간의 역량을 활용한다는 사고는 돌봄제공기관에 대한 재정지원에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이른바 민간비영리단체가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제공자주도의 민영화(위탁계약이나 국고보조금 방식)를 중심으로 돌봄정책을 수립했을 때도, 돌봄이용자가 서비스를 선택하도록 하는 이용자주도의 민영화(바우처 방식)를 중심으로 돌봄정책을 수립한 지금에도 실제 돌봄을 수행하는 돌봄노동자는 돌봄정책의 밖에 있다. 

특히 돌봄바우처 방식이 전면화되면서, 돌봄정책이 민간업자와 돌봄이용자를 잘 연결해주기만 하면 국가의 역할이 끝난다는 생각은 돌봄의 질을 더욱 망가뜨렸다. 「사회서비스 이용 및 이용권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제공자’개념에는 돌봄노동자가 없다. 돌봄을 사업으로 영업을 하는 개인과 법인에 대한 영업양도와 상속에 관한 지위 승계(동법 제19조)와 이용권의 사업표준화(동법 제27조)에 초점이 맞춰져, 재산으로서 돌봄사업만 있을 뿐 돌봄노동자의 돌봄노동의 가치는 제공자의 서비스 품질관리(동법 제30조)라는 조약한 이름에 잠식되어 있다. 사회적 돌봄의 중요성이 커지고 돌봄의 공공성 없이 책임있는 돌봄을 구축하기 어렵다는 자명한 사실은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의 권리에 주목하지 않고서는 돌봄의 질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하게 드러내준다. 

돌봄 위기의 시대, 돌봄 재난의 시대의 해법은

저출산과 고령화, 핵가족화의 문제는 사회적 돌봄이 절실한 시대임을 더이상 외면할 수 없게 한다. 특히 고령인구 구성비가 이미 고령인구 비중이 높은 다른 나라보다도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한국사회는 노인돌봄의 증가뿐 아니라 장애나 질병, 산모와 아이돌봄 등 가족 안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돌봄이 더이상 가족 내에서 해소하기 어려운 ‘인적 자원의 감소’를 근본적으로 동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총체적인 돌봄위기, 돌봄재난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사회적 돌봄과 지원에 대해 국민적 필요가 남다른 중요성을 갖게 된 시대에서, 과연 우리는 돌봄을 실제 할 수 있고, 하고자 하는 돌봄노동자를 지속가능하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인지, 돌봄노동자를 유인할 수 있는 돌봄노동에 대한 존중과 인식전환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이러한 고민이 사회보장으로서 공공돌봄의 제도와 정책으로 투영되고 구체화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할 위급한 시점에 서 있다. 이에 돌봄노동권 보장을 위한 기본원칙을 마련하고 이를 기초로 구체적인 법제도 개선방안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먼저 돌봄노동권 보장을 위한 기본원칙을, 앞서 살펴본 돌봄노동권의 법제도적 위상과 노동법적 한계를 기초로, (1) 돌봄노동의 공공성- (2) 차별적 노동조건의 해소- (3) 초기업수준의 집단적 교섭구조의 필요성으로 압축해볼 수 있다. 

첫째, 사회적 돌봄의 안정적 제공을 위해 ‘돌봄서비스’ 공공성을 확보하려면 ‘돌봄노동’의 공공성, 즉 돌봄노동의 사회적 가치와 그에 걸맞은 존중을 돌봄정책과 제도에 담아내야 한다. 둘째, 돌봄노동자의 노동권 보호가 차별적으로 적용되지 않도록 일관되고 보편적인 제도로 정비되어야 한다. 영세한 돌봄제공기관의 난립과 돌봄사업별, 기관별, 직종별로 차별적인 인건비 기준 등은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저평가를 양산하는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에 돌봄노동자를 양성하려면 차별적 구조를 정비하는 것은 매우 중한다. 셋째, 돌봄노동권의 개선과 차별해소를 위해서는 기관단위의 접근만으로는 불충분하고, 초기업수준의 집단적인 노사와 노사정의 소통구조가 요구된다. 공급구조가 맞물려 돌봄노동조건에 대한 체계적이고 일관된 기준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개별적 근로관계에 대한 규율로는 한계가 있고 국가와 지자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국가와 지자체가 공동 사용자로서 초기업수준의 노사공동협의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돌봄노동권 보호를 위한 3대 기본원칙에 따라 노동법적 쟁점을 다시 분류하여 법제도 개선과제를 정리해보면, 돌봄노동자의 법적 지위와 노동권 보장을 위한 기본법의 내용으로서 10가지 핵심과제를 다음과 같이 선별해볼 수 있다. 

첫째, 돌봄노동의 공공성의 측면에서, ① 돌봄노동자의 노동자로서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둘째, 돌봄노동의 공공성과 차별없는 돌봄노동조건을 위해, ② 국가의 사회서비스 공급총량 관리책임제를 명시하고, ③ 보편적 통합돌봄체계를 위한 국공립 사회보장기관의 확대목표제를 구체적인 국가의 의무로 하고, ④ 원칙적으로 국공립 사회보장기관의 확대목표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되, 기관의 설립목표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매년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돌봄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해 국공립비율에 대해 사회서비스원 등의 우선위탁제를 도입하는 3가지 돌봄공급제도를 연계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셋째, 돌봄노동권의 구체적인 내용으로서, ⑤ 사회보장기관의 돌봄노동자 상시고용·직접고용 원칙을 명문화하고 ⑥ 돌봄노동자의 적정임금수준의 기준과 경력과 숙련을 보장하는 임금체계를 마련하여 월급제, 승급 및 경력관리 체계를 설계하는 세부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돌봄노동권 향상을 위한 집단적 체계로서, ⑦ 국가의 돌봄노동자 처우개선위원회 구성, ⑧ 지자체의 지역공동 운영위원회 구성 의무 및 ⑨ 돌봄노동의 특성에 부합한 산업안전보건기준과 지역공동의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수립하며, ⑩ 돌봄노동자의 지위와 처우개선을 위한 초기업수준의 단체교섭구조 및 초기업단위 노동조합 활동보장 및 지원을 위한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를 마련하도록 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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