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반성 대신 법질서 우롱하는 재벌총수의 사면·복권, 절대 안 돼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근 법무부는 신년 특별사면 대상자를 선정하기 위한 실무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오늘(12/20)쯤 사면심사위원회가 개최되고 대략 12월 28일까지는 사면·복권이 단행될 것으로 관측한다. 연례행사처럼 이번에도 일부 재벌총수의 사면 여부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황제보석’ 논란을 야기했던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현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상 취업제한 대상이면서도 이를 어기고 있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사면·복권 여부가 문제가 되고 있다. 그동안 재벌총수의 전횡을 견제하고 소수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 온 우리 시민단체들은 이들 재벌 총수들이 ▲과거 보석 기간 중에 수준 미달의 행동을 보여 주었다는 점, ▲아직도 수많은 범죄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당한 상태라는 점, ▲법무부의 취업제한 통보를 무시하고 계속 위법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절대로 사면·복권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죄를 뉘우치고 반성하는 죄인을 상대로 신중하게 행사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들 재벌 총수는 지은 죄를 반성하기는커녕 아직도 현행 법률을 어기고 있거나 새로운 범죄 혐의로 고발 중에 있는 자들이다. 따라서 이들을 사면·복권해 주어야 할 그 어떤 정당한 명분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 재벌 총수에 대한 사면은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에 해당함이 명백하다. 윤 대통령은 위 재벌 총수에 대해 결코 사면권을 결코 행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불법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회사 자금 400억원을 횡령하고, 골프 연습장 헐값 매각 등으로 회사에 97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2011년 1월 구속 기소됐다. 이 전 회장은 2012년 6월 간암 수술 등 사유로 2심 재판부로부터 보석을 허가받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중, 2018년 10월 간암 환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음주와 흡연을 하고, 거주지와 병원 이외의 장소에 출입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이른바 ‘황제 보석’이란 논란을 야기했다. 대법원은 2019년 6월 이 전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 등 혐의에 대해 징역 3년, 조세 포탈 혐의에 대해 징역 6개월·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21년 10월 만기 출소했지만, 특정경제범죄법상 5년간 취업제한 규정을 적용받고 있다.


문제는 이 전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요구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2022년 7월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와 금융정의연대는 티브로드 지분 매각 과정에서의 2,000억원 편취 의혹과 김치·와인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한 141억원 편취 의혹을 이유로 이 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이정섭)에 배당됐지만, 아직 수사가 착수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이 전 회장에 대해 대통령의 사면권이 행사된다면 이는 이 전 회장의 잔존 범죄 혐의를 더 이상 추궁하지 말라는 무언의 수사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태광그룹은 연말 특별사면을 일주일 앞두고 12조원의 투자를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이 발표는 공시내용조차 부실해 총수의 사면복권을 위한 공수표가 아닌가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사면복권을 놓고 재벌 총수가 대통령을 상대로 흥정을 하자는 것으로 대단히 부적절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현재 명실상부하게 특정경제법상의 취업제한 규정을 어기고 있다. 박 회장은 2018년 11월 대법원에서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등으로 징역 3년·집행유예 5년형을 선고받았고 따라서 취업제한 조치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박 회장은 2019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금호석유화학의 대표이사 회장(등기이사)으로 재선임되어 취업제한 규정을 위반하였으며, 2020년 1월경 법무부로부터 취업제한 통보를 받은 후, 법무부장관에게 취업승인을 신청했으나 불허되었다. 이에 불복해 박 회장은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으나, 2021년 2월 행정소송 1심에서 패소하였다. 그 후 박 회장은 미등기 회장으로 신분을 바꾸기는 했으나, 최근까지도 계속 막대한 금액의 보수를 수령하여 계속 취업제한 규정을 위반하고 있는 중이다.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는 비록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기는 하지만, 범죄 행위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과 범죄의 결과에 수반되는 법률상 제한을 사후적으로 뒤집는다는 점에서 매우 신중하게 행사되어야 마땅하다. 현재 언론에 등장하는 재벌 총수는 과거 죄를 깊이 뉘우치는 반성의 모습도, 앞으로 법제도를 잘 준수하겠다는 민주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의지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재벌총수에 대한 사면·복권을 해야만 풀 수 있는 사회적 갈등이나 시대적 문제는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 재벌 총수에 대한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는 적절하지 못하며, 매우 예외적으로만 이 권한을 사용하도록 한 헌법적 명령을 실질적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우리 시민단체들은 이들 문제 많은 재벌총수의 사면·복권을 반대하며, 윤석열 대통령이 사면권을 헌법의 명령에 따라 엄격하고 신중하게 행사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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