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대책’ 환영한다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대책 환영한다

‘부채탕감’ 기조의 정책 발표 고무적, 보다 적극적인 채무 조정 필요

적극적인 채무조정, 인적 자본 훼손을 방지하는 성장정책으로 봐야

정부는 최근(11/29) 관계기관 합동으로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발표된 대책은 원금 1천만 원 이하 ‘생계형 소액채무’를 10년 이상 상환하지 못한 국민행복기금 내·외부의 장기소액연체자(약 159만 명 추정)를 대상으로 상환능력 심사 후 상환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면 즉시 추심을 중단하고 유예기간(최대 3년 이내) 후 해당 채권을 소각하는 절차를 골자로 하고 있다. 실제 지원규모는 신청여부, 상환능력 심사 결과 등에 따라 확정되며 재원은 세금이 아니라, 관련 시민·사회단체의 기부금, 금융권 출연금 등을 통해 마련한다고 한다. 여러 조건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정부가 ‘부채탕감’을 기조로 하는 정책을 발표한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사회양극화와 부실한 사회안전망 등 빚이 발생하는 사회구조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채권자의 회수율에 방점을 둔 기존의 정책기조와 구분되는 이번 정책을 환영한다. 취약계층에 대한 적극적인 채무조정과 부채탕감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보다 확대된 후속 대책의 적극적인 시행을 촉구한다.

부채탕감이 도덕적 해이를 야기한다는 반대여론도 존재한다. 그러나 적극적인 채무조정과 부채의 탕감을 통해 채무자가 신속하게 경제활동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방향이, 빚에 쫓겨 아무런 사회경제생활도 불가능한 상황에 고착시키는 정책기조보다 사회 전반에 훨씬 긍정적인 결과를 유도한다. 부채탕감을 포함하여 적극적인 채무조정은 큰 틀에서 경제 전반에 인적 자본을 축적하고 저축과 신규 투자가 가능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정권에서도 신용불량자 사면, 국민행복기금과 같은 채무조정정책을 제시했다. 문제는 발표된 정책이 계속 후퇴하여 도입된 정책의 실효성을 평가하기는커녕 생색내기 수준에 그쳤거나 외양만 채무조정이었을 뿐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에 있다. 예를 들어, 국민행복기금의 경우에는 2016년 수익만 1,500억 원에 달하는 등 수익률이 과도하다고 지적받으며 제도의 취지와는 다르게 채무자를 위한 채무조정보다는 채권자를 위한 채권추심에 집중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실제 장기연체채권의 경우, 원금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서 유통되어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큰 이득이 없지만 채무자에게는 그들의 삶 자체를 옭아매는 굴레가 된다. 문제는 이러한 채권의 경우, 회수가능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빚문서만 유통되는데, 이를 사회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면 별다른 긍정적 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 빚을 진 다중채무자가 390만 명(2016년 6월말 기준)에 달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1천만 원 이하의 금액을 10년 이상 연체한 채무자가 이번 정책을 통해 빚에서 온전히 벗어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책은 일정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정부가 채권자 중심의 기존 정책기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번 대책에서 부채를 탕감 받을 수 있는 기준이 회수 가능한 재산이 없고(생계형 재산 제외), 중위소득의 60%(1인 가구 월소득 99만 원) 이하로 정해져 있어 아직도 상당히 제약적이다. 보다 확대된 채무조정제도의 적극적인 시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7년 9월말 가계부채는 가계신용 기준 1,400조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반면 금융기관은 사상 최대의 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이자 장사에 몰두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용불안정·저임금 등 노동조건은 악화되고, 주거·의료·교육 등 복지제도가 부족한 우리 현실에서 많은 가계가 부채를 통해 주거권·건강권 등 기본적인 권리를 추구하고 있다. 또한, 과도한 대출을 집행한 금융기관의 책임은 묻지 않은 채, 채무불이행에 대한 모든 책임과 비난은 채무자에게만 향했다. 다행히 최근 개인회생 변제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채무자회생법이 통과되었다. 채무자의 조속한 사회·경제적 회생을 가능하게 하는 법·제도의 변화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한계 가구에 대한 적극적인 ‘부채탕감’ 없이는 거시정책도, 성장정책도 어렵다. 이번 정책을 시작으로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채무조정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논평[원문보기/다운로드]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