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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개혁/경제민주화
  • 2020.06.16
  • 849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지난 6월 10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https://bit.ly/2C3y230). 이번 공정거래법 입법예고안은 공정경쟁 질서 확립과 경제력 집중의 억제를 실현하기 위해 일부 진전된 방안을 담고 있지만, 법 개정의 취지를 실현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 따라서 정부는 입법예고 기간 만료(2020.7.21.)까지 재벌개혁과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을 실질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제21대 국회 역시 반드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우선 이번 공정거래법 입법예고안에는 지주회사의 자회사 의무보유 지분율을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기존의 20% 이상에서 30% 이상으로, 비상장회사의 경우에는 40% 이상에서 50% 이상로 상향해 기준이 강화된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의 지분율 기준을 상장회사와 비상장회사 모두 20% 이상으로 일원화한 것 역시 적절했고,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20% 이상인 회사가 50% 초과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를 사익편취 규제 대상으로 포함한 것 역시 기존 규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경성담합 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제도를 폐지하고 유형별 과징금 부과기준율 상한을 2배 상향하는 방안 역시 불공정거래 행위 발생 여부를 밝히고, 대기업 갑질의 유인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법원에게 자료제출명령 권한을 부여한 것은 피해사실 입증을 가능하게 해 불공정거래행위 피해기업의 구제 가능성을 높이는 규정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경제력 집중과 불공정 해소 위해 더 보완돼야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강화, 공익법인 의결권 원칙적 폐지 필요

 

그러나 이번 공정거래법 입법예고안에는 수정 및 보완되어야 할 사항도 많다.  특히 적은 지분으로 여러 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 현상을 더욱 심화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우려가 크다. 2018년 8월 입법예고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가 11월에 발의된 공정거래법에 포함된 벤처지주회사 관련 규제 완화 법안은 반드시 삭제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벤처투자 활성화를 이유로 벤처지주회사를 자회사 단계에서 설립하는 경우에 지분보유 요건을 20% 이상으로 유지해 일반지주회사보다 완화한 기준을 적용하고, 특히 비계열사 주식취득 제한을 폐지하는 특혜성 규정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이미 각종 자원이 집중된 재벌의 투자를 받은 벤처기업만의 성장을 촉진하여, 우리 사회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욱 심화시키고 재벌의 입맛대로 벤처산업계를 구성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내용으로 반드시 삭제되어야 한다. 추가적으로 재벌의 경제력 집중 현상 견제를 위해서는 자회사뿐만 아니라 손자회사도 의무지분율을 하향해 기준을 강화하고, 지주회사 부채비율 상한을 200%에서 100%로 낮춰 지주회사의 행위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금융·보험사 및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에 대해서도 보다 엄격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금융·보험사와 공익법인은 특수관계인 합산 15% 지분 한도 내에서 계열사의 주요 결정사항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고객이 금융·보험사에게 예탁한 자금이 총수의 지배력 강화에 이용되도록 허용해서는 결코 안 되며, 공익법인 역시 공공의 이익과 사회적 가치 추구 등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따라서 특수관계인 의결권 포함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제한 기준은 더욱 강화되어야 하며, 특히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선 안 된다.

 

중소기업의 교섭력 강화 위한 공동행위 허용돼야

불공정거래행위 입증 책임 전환 및 징벌적손해배상제도 도입 필요

 

불공정거래 관행을 근본적으로 뿌리뽑기 위해서는 경제적 약자인 중소하청기업의 교섭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나, 이번 입법예고안에는 이와 관련된 사항이 포함되지 않아 아쉽다. 현행 공정거래법 상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과 거래조건의 합리화 등을 목적으로 할 경우, 공정위의 인가를 받아 공동행위가 가능하나 사실상 제대로 운영이 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공동행위는 부당행위로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공동행위 인가제도를 수정해,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과 거래조건의 합리화를 목적으로 할 경우에 공동행위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편, 거래거절, 구속조건부 거래 등 불공정거래행위 정황이 발견되어도 그 입증 책임이 공정위에게 있어 사실 여부 확인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거래상 우위에 있는 사업자가 불공정거래행위를 했다면 정당성 입증의 책임을 해당 사업자에게 부여하도록 규정을 손질해야 할 필요도 있다. 아울러 거래상 우월한 위치를 남용해 악의적으로 하청기업에 손해를 입힐 동기를 차단하고, 피해자 구제를 강화하기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역시 도입되어야 한다. 공정거래법 상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것과 동시에 현행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상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 역시 적용 범위 확대 및 배상금액 상향과 더불어 손해액 추정규정 도입 등  실효성있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공정거래법 입법예고안은 분명 현 공정거래법에서 일부 진전된 내용이 포함된 것이 사실이나 재벌 경제력 집중 억제와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이라는 법 개정 취지의 실현을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사항이 여전히 많다. 정부는 40년만의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을 마련함에 있어 만전을 다하고 보다 강화된 법안을 국회에 제안해야 할 것이다. 공정한 시장경제의 확립과 건강한 산업생태계 구축은 사회정의 실현을 넘어 향후 한국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조건인 만큼, 이번 제21대 국회는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 다수의 민생, 경제법안을 좌초시켰던 지난 제20대 국회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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