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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별기업이슈
  • 2020.10.23
  • 370

 

재벌 총수일가의 전횡과 사익편취를 방지하기 위한 이사회 지배구조 개선과 상법 개정이 사회적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법무부가 지난 6월 ‘기업의 건강하고 투명한 성장’을 내세우며 정부의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제1야당의 비대위원장이 공정경제3법의 처리 가능성을 비추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상법 개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최근 금융권도 앞다투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후 등 사회적 환경을 고려한 경영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4대 금융그룹 등 대다수의 금융회사가 지주사 편제로 운영되면서 황제 경영과 장기집권 등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는 금융권에서 가장 활발하게 기업지배구조가 거론되는 일은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금융권 채용비리나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에 따른 금융소비자들의 절규 역시 결과적으로 금융회사의 비정상적인 지배구조에 뿌리가 있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최근 들어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집권을 제어하기 위해 금융사지배구조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다. 문제는 결국 사외이사다. 금융지주사 최고 경영자는 사외이사들로 구성한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선출되지만, 사외이사 선임 자체에 기존 경영진의 입김이 강력히 작동하는 것이 현실이라 ‘회전문’ 인사 논란을 면하기 어렵다. 이렇듯 후진적인 지배구조 형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결국 금융권이 앞다퉈 홍보하고 있는 ESG경영은 사실상 빛 좋은 개살구라고도 볼 수 있다. 

이 같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 9월 말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은 KB금융그룹 이사회 사무국에 사외이사 추천을 위한 주주제안서를 접수했다. 다음달 열리는 임시주주총회를 맞아 회사의 장기 발전과 사회 기여를 위한 경영을 유도할 사외이사를 노동자들의 힘으로 뽑겠다는 취지다. KB금융그룹은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이사회 내에 ‘ESG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지만 정작 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에 관한 전문가가 전혀 없어 ‘무늬만 ESG’라는 비판을 사왔다. 만약 KB금융그룹이 우리사주조합의 주주제안을 적극 수용한다면 이는 스스로 표방하는 ‘ESG경영’에 정확히 부합하는 일이 될 것이다. 나아가 산업의 혈맥인 금융권에서 경제 민주화의 초석을 깐 것으로 다양한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물꼬를 틀 수 있다. 그동안 금융그룹의 이사회에 제 역할을 하는 사외이사가 있었다면 금융권에서 불거진 채용비리나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등 금융소비자 방조 행위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참여연대와 양대 노총 등 시민사회노동단체는 지난 8일 기획재정부가 관장하는 공공기금 중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 코드)’을 미도입한 곳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계획을 질의한 바 있다. 국내 공적 자금 운용기관이 사회적 책임 투자를 실천하고 있는 외국과는 달리 기업의 재무적 성과만을 고려해 주주총회와 이사회가 형해화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만약 KB금융그룹의 최대주주이자, 국내 연기금 운용사 가운데 스튜어드십 코드를 선도적으로 도입한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여 노동자 추천이사와 같은 주주제안을 추진한다면 ‘견제와 균형’이라는 이사회의 본래 기능을 되살리는 데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대다수 민간기업에서의 사외이사제도가 매우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가운데, 금융권에서 사상 최초로 주주제안을 통해 노동자가 추천하는 사외이사 선출이 이뤄진다면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이는 경제 민주화를 바라는 시대적 열망에 부응하는 것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물꼬를 튼 역사적인 의결권 행사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11월 20일 열리는 KB금융지주 임시주총이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넘어 우리 전체 기업의 구시대적인 지배구조를 정상화하는 첫 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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