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다수 피해자 구제 취지 살리지 못한 증권집단소송법 여야 합의안

과도한 남소방지 장치로 법안 실효성 떨어뜨려



– 자산규모 기준에 의한 시행시기 구분 및 지연도 평등원칙에 위배

1.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어제(23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증권관련집단소송법안을 통과시켰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입법청원 3년, 정부법안 제출 2년만에 증권집단소송법안이 여야정 합의에 이르게 된 것을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여야와 정부가 6월 국회 통과를 공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상 7월 국회에서조차 불투명해진 것에 대해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소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이 그렇지 않아도 과도한 남소방지 장치를 담고 있다고 비판받아온 정부안에 비해서도 오히려 더 후퇴하여 제도 도입의 취지를 무색케 했다는 점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2. 일단 합의안에서 한나라당이 주장했던 원고의 담보제공 의무나 금융감독기관의 전심절차 등 자칫 소 제기 자체를 불가능하게 할 조항이 삭제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법안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몇몇 조항은 여전히 남아 있다.

첫째, 최근 3년 동안 3건 이상 소송에 관여한 대표당사자와 소송대리인의 소제기를 제한하는 것은 아무런 합리적 근거 없는 지나친 규제조치이다. 재계와 일부 의원은 상습적, 악의적인 소송꾼의 출현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이는 결국 증권집단소송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전문로펌의 출현을 억제하고, 증권집단소송제도 자체를 활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결과만을 낳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조항은 근본적으로 원고의 재판권과 소송대리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위헌의 소지가 있다.

둘째, 소송허가 요건과 관련하여 원고 구성원을 50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정부안에 지분율 요건을 추가한 것 역시 이유가 없는 것이다. 특히 주주대표소송 등 소수주주권 행사를 위한 최소요건이 지분율 0.01%임을 근거로 소제기 요건에 지분율 충족을 명시하는 것은 주주의 직접적인 손해에 대한 소송과 회사법상 주주의 경영감시를 위해 인정되는 소수주주권을 혼동한 것이다.

비록 합의안에서 지분율 0.01%나 보유 주식총액이 1억원 이상 중 한가지를 충족하면 되는 방식으로 절충이 이루어지긴 했지만, 이러한 조항은 증시불공정행위로 인한 소액다수의 피해자 구제라는 입법 취지를 근본적으로 위배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셋째, 시행시기를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은 내년 7월, 자산 2조원 미만 기업은 2005년 7월로 구분하는 것 역시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다. 증권집단소송법 도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만큼 법 시행은 법원의 세부규정 마련 등에 필요한 최소한의 준비기간 후에는 모든 적용대상 기업에 대해 즉시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정부 관계자가 제도 정비를 위한 시간을 고려하여 내년 4월 시행이 가능하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최대 2년의 유예기간을 또다시 설정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특히 같은 위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자산규모에 따라 차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평등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3. 결국 여야 합의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증권집단소송법의 도입 그 자체에 의의를 둘 수 있을 뿐 법안의 실질적인 효과는 거의 기대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지난 2000년부터 증권집단소송법 입법운동을 활발히 펼쳐 온 참여연대는 법안 시행 후에도 위헌소지가 있는 대표당사자와 소송대리인의 소제기 횟수 제한과 대표당사자 보유 지분율 조건 등에 대한 헌법소원 제기를 비롯하여 법안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4. 아울러 참여연대는, 최근 이른바 ‘경제 살리기’라는 명분 하에 세율인하와 추경편성 등 재계의 요구를 반영한 경기부양 조치에는 여야 구분 없이 기민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증권집단소송법안 및 회계제도개혁법안 등 한국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한 제도개혁 입법에는 태업에 가까운 소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는 정치권에 대해 각성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대표자로서 진정 한국경제의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진지하게 고민해 줄 것을 당부한다.


경제개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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