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재계는 왜 또 나서는가?

최근 재계는 계속 논란이 되어왔던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계좌추적권부활에 대한 반대는 말할 것도 없고, 재벌기업의 소유지배구조 공개방안에 대해서도 거센 반대를 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장개혁 로드맵 추진을 어렵게 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재벌기업의 소유지배구조 공개방안은 매년 재벌 계열사에 대한 친익척 및 계열사의 출자현황을 매트릭스 형태로 표시하여 공표하는 것이다.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은 지분공개로 재벌총수와 그 친인척들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고, 지분공개의 실익이 없으며, 공정거래법상 비밀준수의무와 상충되며, 계열사를 적대적 M&A에 노출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공개를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지분공개는 결국 재벌들의 소유,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에 때문이며, 재벌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가 소유와 지배관계에 따라 대기업지정을 하고 출자총액제한 제도 등 재벌에 대한 중요한 정책을 집행하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 스스로도 정책집행의 투명성과 정당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대기업집단의 지분공개는 필요한 것이다.

재벌기업들은 계열회사끼리의 순환출자와 재벌총수일가의 거미줄같이 얽힌 지분소유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소유, 지배구조는 더욱 더 불투명한 구조조정본부나 회장비서실에 의해 운영이 되고 있다.

재벌기업의 소유, 지배관계는 지배주주일가가 소유하는 비상장계열사가 상장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로 되어있다. 최근 불법대선자금 수사에서 나타났듯이 구조조정본부 임원에 의해 재벌총수가 모르는 총수자금의 집행이 이루어질 정도로 불투명한 의사결정구조를 가지고 있는 구조조정본부가 상장계열사나 우량계열사의 경영판단을 좌지우지한다.

특히 재벌총수 일가들은 불투명한 비상장기업의 불법적인 주식거래를 통해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 유지해왔다.

삼성에버랜드 전직 임원들은 이재용씨에게 삼성그룹 지배력의 핵심인 에버랜드의 지분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인수하게 하였다는 이유로 법원의 심판을 받고 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도 자신과 친척들이 직접 소유하고 있는 비상장회사를 통해 SK주식회사와 SK텔레콤을 지배하고 있으며, SK(주)의 지분을 늘리기 위해 그 비상장자회사와 불법적인 주식거래로 형사처벌을 받기도 하였다.

또한 재벌총수일가들은 회사의 경영에 대한 보상과 배당으로 이익을 얻는 것보다는 지배를 통해 자신들이 소유하는 비상장계열사가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내부거래와 주식거래 등을 통해 이익을 얻어왔다.

이같은 내부거래나 주식거래를 통해 재벌총수일가가 불법적인 이익을 얻거나 경영권의 편법적인 상속을 간접적으로나마 차단하고 감시하기 위해서는 비상장계열사를 포함한 재벌계열사의 전체적인 지분구조가 공개되어야 하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최태원 회장이 소유하는 SK C&C와의 거래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안겨다 주다가 소액주주들에 의해 비판을 받았고, 현대모비스는 정몽구회장 일가가 소유하는 회사를 흡수합병하려다가 주주들의 비판을 받아 합병계획을 철회하기도 하였다.

재벌계열사의 지분공개는 지난 참여연대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출자총액제한 현황에 대한 정보공개소송에서 행정법원에 의해 그 적법성이 확인되었으며, 현재 시행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구체적인 지분공개방안도 사생활침해 위험이 없고, 직접적인 제재도 아니기 때문에 불투명한 재벌의 소유, 지배구조를 감시하는 최소한의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헌법이 추구하는 평등은 상대적 평등이며, 같은 것은 같게 취급하고,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라는 합리적인 차별은 헌법의 기본이념에 합치된다. 재계는 지분공개를 비롯해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정책을 역차별적인 규제라고 비판하기 이전에 왜 자신들이 차별을 받고 있는지 먼저 반성해야 할 것이다.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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