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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연대위원회    국경을 넘어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함께합니다. 아시아레터 구독하기

  • 칼럼
  • 2013.04.16
  • 1707

 

* 한국은 아시아에 속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한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 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권, 민주주의, 개발과 관련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태국 여당, 개헌으로 탁신 복귀 도모하나

태국의 헌법 개정 논란에 드리운 탁신의 그림자


김홍구 부산외국어대 교수

 

지난해 7월 태국 헌법재판소는 집권 여당인 프어타이당이 주도했던 현행 헌법 개정에 대한 위헌 고소 사건을 기각한 바 있다. (☞관련 기사: 태국의 정치 안정은 요원한가?) 위헌 결정이 내려져 프어타이당이 해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씻기기는 했으나 헌법재판소는 향후 헌법 개정 추진에 까다로운 조건을 달아 두었다. 헌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 위헌은 아니지만, 2007년에 만들어진 현행 헌법이 국민투표를 거쳤기 때문에 헌법 전면 개정을 위해서도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헌법 개정을 위해 프어타이당 등 여당이 취할 수 있는 정치적 선택은 세 가지였다. 헌법재판소 결정 전까지 여당은 헌법 전면 개정을 위한 헌법초안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헌법 291조 '헌법 개정' 조항 개정안을 만들어 두 차례 독회를 마치고 마지막 3차 독회를 추진 중이었다. 따라서 첫 번째 선택은 3차 독회를 예정대로 실시하는 것이다. 둘째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헌법 개정의 찬성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먼저 시행하는 것이다. 셋째는 헌법의 전면 개정을 피하고 일부 조항을 개정하는 것이다.

 

세 가지 중 여당은 일부 조항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민투표 없이 3차 독회를 진행한다면 위헌이 될 소지가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2011년 선거에서 프어타이당은 과반수 의석을 차지했다고는 하지만 정당 명부 비례 대표 선거에서는 가까스로 제1야당인 민주당과 기타 야당을 이긴 바 있기 때문에 국민투표에서 꼭 승리하리라고 자신할 수 없어 국민투표안을 포기했다.

 

프어타이당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과 일부 임명직 상원 의원들은 올해 4월 초 헌법 일부 조항 개정을 추진해 헌법 개정안 심의를 위한 상하 양원 합동회의를 개최하고, 1차 독회를 마쳤다. 현재 개정을 추진 중인 일부 조항은 헌법 68조, 190조, 237조 및 상원 의원 선출과 선거 관련 조항이다.

 

개정 헌법 68조는 입헌군주제를 위협하는 행위에 관해 일반 국민이 헌법재판소에 직접 심의 요청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신에 검찰에서 조사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조항은 입헌군주제 전복 행위 금지, 이 같은 행위를 고지했을 경우 검찰 고발과 헌법재판소에 행위 중지 심의 동의안 제출, 헌법재판소의 정당 해산 명령권과 해당 정당 대표와 간부들에 대한 5년간 정치 활동 금지 명령권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190조는 모든 국제 조약 체결 시 국회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조항에 대해 사례별로 국회 승인을 요구한다는 내용이다. 현행 조항은 정부의 조약 체결 권한을 크게 제한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237조는 정당 간부들이 선거법을 위반했을 때 소속 정당을 해산한다는 조항에 대한 개정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현행 헌법상 특정 정당의 간부가 법원으로부터 선거법 위반 판결을 받으면 헌법재판소는 해당 정당의 해산을 명할 수 있고, 해당 정당간부는 5년간 (피)선거권이 정지된다.

 

이외에 일부 상원 의원을 직선이 아닌 선임위원회에서 임명하고 있는 조항을 개정해서 상원 전원 선출 방식을 직선으로 하고 상원의 수를 늘리며, 현재 한 번으로 제한하고 있는 상원의 임기를 연장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현행 헌법상 상원 의원은 76개 주에서 각 1명씩 총 76명을 선출하고, 74명은 직능 단체 등의 추천을 받아 선임위원회에서 임명하고 있다. 결국 이번 헌법 개정은 사법권(헌법재판소) 제한과 상원 직선제를 추진해 관료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데 목적을 두었다고 볼 수 있다.

 

태국 민주당은 헌법 개정 시도 자체를 반대하고 있기는 하지만 위 개정 조항 중 특히 68조 개정을 반대하고 있다. 68조 개정은 헌법재판소의 권한 약화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탁신계 정당인 타이락타이당과 팔랑쁘라차촌당이 각각 2007년 5월과 2008년 12월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해산된 적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벌써부터 민주당은 절차상의 문제점을 들어서 헌법 개정안 1차 독회 국회 통과는 위헌이기 때문에 재상정되어 다시 논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일부 상원 의원은 국회에서 심의 중인 헌법 개정안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심의 중지 명령을 내려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68조 개정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의해 중지된 291조 개정을 재추진하려는 시도이며, 일반 국민이 헌법재판소에 직접 심의 동의안을 제출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참정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민주당과 외곽 지지 세력인 '옐로 셔츠'는 291조 개정은 전체 정치 프레임인 입헌군주제를 바꾸려는 의도이고, 이는 68조 위반이라고 하여 헌법재판소에 심의 동의안을 제출한 바 있었다.

 

현재 국회는 태국의 설날 격인 '송끄란' 축제 연휴를 요구하는 의원들의 주장에 따라 헌법 개정안 2차 독회를 연기 중이다. 여당은 1차 독회를 통과한 헌법 개정안 심사를 15일 이내에 진행해 이번 회기 안에 2차 독회를 추진하려 하고, 민주당은 헌법 개정안 심사 기한을 60일로 늘리자고 맞서고 있다. 이번 국회 회기는 4월 18일 재개되며 20일까지 계속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회기 내 2차 독회 시행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며 8월 초 열리게 되는 다음 회기에 가서나 가능할 것 같다.

 

헌법 개정을 둘러싼 여야 간의 갈등이 첨예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궁극적인 개정 목적이 2006년 쿠데타 후 축출된 탁신 전 총리의 정계 복귀를 위한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헌법 개정을 통해서 쿠데타 후인 2007년 만들어진 현행 헌법의 부당성을 인정받아 탁신에게 씌워진 정치적 족쇄를 일거에 풀어보자는 의도로 야당 측은 의심하고 있다. 탁신은 2008년 대법원의 부정부패 공판에 참여하지 않고 해외 도피 중인데 2년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탁신

▲ 2011년 7월 3일 실시된 태국 총선에서 이른바 '탁신당'의 승리가 확실시되자 4일 두바이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기자회견을 한 탁신 전 태국 총리. ⓒAP=연합뉴스

 

앞으로도 헌법 개정을 두고 지루한 정치적 줄다리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헌법 개정이 비록 부분 개정이라고는 하지만 헌법 전체의 틀을 개정하려는 시도로 비쳐 위헌 시비가 발생할 가능성은 항상 도사리고 있다. 헌법 개정 논쟁의 당사자는 여야 외에도 직접 핵심적인 개정 대상이 되고 있는 헌법재판소가 될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프레시안 기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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