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검찰개혁 2014-01-20   1641

[칼럼] 상설특검, 법치국가 정상화의 열쇠

상설특검, 법치국가 정상화의 열쇠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3fc1fc76be45f1b9c1a3b02f00c96c22.JPG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는 이른바 ‘비정상의 정상화’이다. 여기서 ‘비정상’은 과거로부터 지속되어 온 잘못된 관행과 제도, 부정부패 등을 의미하고, 이걸 바로잡는 ‘정상화’의 목표는 기본이 바로 선 국가, 깨끗하고 투명한 정부, 올바른 사회 등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시급히 ‘정상화’되어야 할 가장 ‘비정상’인 분야는 어디일까?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법치’ 분야이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를 표방한다. 진정한 법치국가는 ‘법의 지배’(rule of law)가 이루어지는 나라, 곧 권력자와 공권력이 법에 구속됨으로써 자의적인 권력행사와 권력남용이 예방되는 나라다. 반면 권력자가 법 위에 군림하면서 ‘법을 도구화’하여 통치하는 체제는 진정한 의미에서 법치국가가 아니다. 이런 통치체제에서는 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주는 방패가 아니라 오히려 국가폭력을 정당화시켜주고 국민의 기본권을 억압하는 무기가 되기 쉽다.

현재 이 땅에서 ‘정의와 공평’을 핵심으로 하는 ‘법의 정신’이 제대로 구현되고 있다고 믿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기득권자를 위한 법, 가진 자를 위한 법, 승자를 위한 법이라는 냉소주의가 이 땅을 뒤덮고 있다. 한국 법치주의의 위기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그런데 이 위기의 선봉에 검찰조직이 자리잡고 있다. 검찰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법 집행 기관이다. 수사권과 기소권, 영장청구권을 한 손에 쥐고 있는 막강한 권력기관이다. 게다가 법은 검사에게 ‘공익의 대변자’라는 영광스러운 위상까지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정의와 공익의 실현에 봉사하기보다는 정권안보의 전위대 역할에 충실하고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에 골몰함으로써 법치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불신을 초래하고 있는 대표적인 원인자로 지목받고 있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개입 앞에 무기력한 검찰, 깨어진 민주주의보다 정권의 안위를 더 걱정하는 검찰, 정치권의 노골적 흔들기에도 변변한 저항조차 못하는 검찰, 약자에게는 추상 같고 기득권층의 부패에는 관대한 검찰에 법 집행의 전권을 맡기고 과연 ‘법치주의의 정상’을 말할 수 있을까?

그래서 현시점 대한민국은 새로운 검찰조직을 필요로 한다. 바로 상설특검이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상설특검은 상시적으로 집권층의 권력남용과 부패를 감시·처벌함으로써 법치국가의 건강성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현재 독점권력의 자만과 부패에 빠져 있는 검찰을 각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상설특검은 비정상인 이 땅의 법치주의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열쇠라 말할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도 상설특검의 도입을 약속한 바 있다.

지금 국회는 상설특검을 놓고 협상을 진행중이다. 새누리당은 무늬만 상설인 제도특검의 도입을 완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제도특검은 특검이 수사할 수 있는 사건의 종류와 특별검사의 임명절차를 사전에 마련해두는 것뿐이지, 정작 특검의 임명과 수사 착수 여부는 매번 여당의 동의를 받아 국회 의결을 거치게 한다는 것이어서 지금과 달라질 게 전혀 없다. 무늬만 상설인 제도특검은 명백한 대선 공약의 파기이자 국민을 속이는 제도이다. 국민의 여망은 이 땅의 왜곡된 법치주의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제대로 된 상설특검의 도입에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상설특검기구를 설립하여 거악에 대한 상시적인 감시·처벌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 법치주의가 위기에 빠진 이때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에게 한 엄중한 약속을 지킬지 주목하고 있다.

 

* 이 글은 2014년  1월 16일 한겨레신문에 기고된 글입니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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