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검찰개혁 2014-03-14   3347

[칼럼] 본회의 통과한 상설특검법은 대국민 사기법

 

본회의 통과한 상설특검법은 대국민 사기법

정치권 야합으로 물건너간 검찰개혁

 

하태훈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상설’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시설이나 설비 등을 항상 갖추어 둠”이다. 그래서 언제든지 이용하거나 찾아갈 수 있는 상태에 두는 것을 말한다.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은 특별검사가 상설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것이 아니므로 ‘상설’특검법도 아니고 ‘특별검사’법도 아니다. 그저 특별검사’임명절차’법일 뿐이다. 여·야가 상설특검으로 부르고 언론도 그렇게 쓰고 있지만, 특별검사를 임명하기 위한 요건과 절차를 정한 법률에 불과하다. 법률 제안 이유에 등장하는 ‘상설특별검사제도’라는 명칭은 특별검사가 기구로서 항상 설치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명칭 사기’다. 특검도입을 위한 특검법 제정을 놓고 여야가 치열한 정쟁과 정치적 줄다리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발동요건이 다수 여당의 동의에 좌우되도록 할 게 아니라 국회의원 3분의 1의 동의 정도로 완화했다면 이전 특검법과 조금은 달라졌다고 평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특검임명법은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과반 찬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상황에서는 의결정족수를 채우기 쉽지 않다. 특히 검찰수사를 옹호할 가능성이 농후한 집권여당이 다수당이면 특검 발동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실효성 없는 법률로 생색만 냈다는 평가다.

 

어느 당이든 일단 다수당이 되면 검찰이 정상으로 보이고 검찰수사가 공정해 보인다. 정치적 중립성도 유지하고 편파적이지 않다고 착각한다. 그런 국회에서 특별검사를 임명하기 위한 절차는 험난하다. 지금까지 대통령 측근이나 고위공직자 등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대형 비리사건에서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성 논란이 증폭될 때마다 여러 차례 특별검사 제도를 도입 운용했지만 특검법을 제정하기 위한 여야의 정치적 공방이 끊이질 않았다. 이런 소모적 대립을 줄이기 위해 특별검사제도의 발동 경로와 수사대상, 임명 절차 등을 미리 법률로 제정했다는 것이 입법 이유다. 그러나 검찰권이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고 있지 못하다는 이유로 특별검사를 임명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집권 다수당과 협상하고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이런 무늬만 ‘상설’이고 허울뿐인 ‘특검’에 여야가 합의한 이유는 당리당략 때문이다. 검찰개혁을 말하지만 어떤 형태의 특검법이 자기 당에 유리할지 머리를 굴려 계산한 결과로 보인다.

 

이번 특검임명법의 최대 수혜자는 법무부 장관이다. 느닷없고 뜬금없이 법무부 장관에게 특검발동 권한이 주어졌다. 법률 제2조 제1항에 의하면 국회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본회의에서 의결한 사건과 법무부 장관이 이해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이 특별검사의 수사대상이다. 국회의 의결정족수에 의한 특검발동과 법무부 장관의 특검발동을 동일시 한 것이다. 이번 특검임명법으로 법무부 장관은 지위가 대폭 격상되는 특혜를 누리게 되었다. 대통령이 임명한 행정부의 일개 장관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와 동격으로 놓은 것이다.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법 규정이다.

 

넌센스의 극치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 수사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여 특별검사의 수사대상으로 하려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규정(제2조 제2항)이다. 수사에 책임을 져도 모자랄 검찰총장의 의견에 따라 특검발동 여부가 결정되도록 한 것은 이 법률이 얼마나 허울뿐이고 무늬만 상설특검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지휘하에 있는 검찰의 수사를 문제 삼아 특검을 임명해달라고 할 리가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도 그렇거니와 국회의 동의라는 견제를 받지 않아 권한 오남용의 위험성이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규정이다. 법무부 장관이 특검발동의 칼날을 편파적으로 야당 정치인에게만 겨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제 어떤 사건에 대해서 특별검사가 임명될 것인지는 국회와 법무부 장관에게 달려있다. 일정한 직위 이상 고위공직자의 뇌물사건처럼 수사대상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검임명법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운 ‘상설’특검보다도 후퇴한 특검법이다. ‘상설’도 아닐 뿐 아니라 특별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낯간지럽다. 상설특검의 핵심은 집권세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된 특별수사기구를 설치하는 것이다. 권력의지에 맞춰 상명하복에 충실하면 영전과 승진의 혜택을 누리지만 법과 양심을 외치다가 밉보이면 좌천되는 조직에서는 공정하고 중립적인 수사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특별검사를 두자는 것이다. 상설적 수사기구로서의 특검제도가, 평소에 임기가 보장된 특별검사를 임명하고 사안이 생기면 바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는 특검제도로 축소되더니 이제 그보다도 더 물러서 특별검사 임명 절차만 정해두고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국회 의결로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사안별 특검으로 검찰개혁을 ‘퉁치고’ 있다. 이로써 이제 검찰개혁은 물 건너간 셈이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처럼 정말 특별검사의 공정한 수사가 요구되지만 다수당인 여당이 반대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을 보면 특검법이 어때야 하는지 분명해진다. 당장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은 국정원의 간첩 증거 조작 사건을 특검으로 진상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특검임명법은 6월에 시행되기 때문에 그때까지 특검이 임명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지금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다수당인 여당의 특검발동 동의를 얻어내기도 쉽지 않다. 실효성 있는 특검임명법이 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3분의 1의 동의로 발동요건을 완화해야 한다. 당장 법무부 장관의 발동권한도 삭제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어느 정치세력이 집권하더라도 정권과 다수여당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독립적인 특별수사기구인 상설특검을 설치해야 정규 검사와 기존 특검과 다른 특별성과 차별성을 살리면서 검찰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국민이 원하는 검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이 칼럼은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에도 실렸습니다.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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