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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결/결정
  • 2018.05.17
  • 70

2015년 6월 23일 국회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을 공개해달라고 참여연대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3년만에 공개 결정을 내렸습니다. 국익과 원활한 업무수행이라는 추상적인 명목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방해해온 그간의 관행에 경종을 울린 이번 대법원 판결의 의미를 유성진 이화여대 교수가 짚었습니다. 

 

국회 특수활동비 공개, 열린 국회 향한 중요한 한 걸음

[광장에 나온 판결] 국회특활비 사용내역 공개 판결(대법원 3부 2018두31733, 재판장 김창석 대법관)

유성진 이화여대 교수,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부소장

 

2018년 5월 3일 대법원은 국회사무처가 거부한 국회 특수활동비의 세부지출내역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최종적으로 취소처분을 내렸다. 이로써 국회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국회 일반회계의 4개 세항(의정지원, 위원회운영지원, 의회외교, 예비금) 각각의 특수활동비의 세부지출내역에 대한 정보를 청구된 대로 공개하여야 한다.

 

이번 판결은 참여연대가 지난 2015년 5월 국회에 특수활동비 지출내역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국회사무처가 이에 대해 비공개결정을 통지했고, 이에 참여연대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2017년 9월 8일 서울행정법원이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결정을 내렸고 고등법원의 항소기각을 거쳐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원심을 확정한 것이다.

 

그간 국회는 특수활동비가 공개될 경우 의정활동이 위축되고 국회운영에 차질을 초래하는 등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며 공개를 거부해왔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특수활동비의 지출내역 비공개 이유가 합당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의 공개가 '국민의 알권리'를 실현하고 국회 활동의 투명성과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 같은 대법원의 판결은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다시금 상기시켰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우선, 이번 판결을 통해 정보공개법상 비공개대상정보의 내용을 현실에 맞추어 명확하게 구체화되었다.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에 규정되어 있는 비공개대상정보에는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거나,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경우, 그리고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등이 포함된다. 

 

문제는 그동안 권력기관이 명확한 설명 없이 정보공개를 회피하는 데 이 조항을 활용하였다는 점에 있다. 사실 이 조항은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공개한다"고 규정한 정보공개법 제3조에 대한 예외를 규정한 것인데 내용이 모호한 까닭에 상황에 따라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번 판결은 비공개대상정보의 범주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헌법 21조에 규정된 '국민의 알권리'를 강조함으로써, 권력기관의 편의보다 공익적 필요에 따른 국민의 권리 보장을 우선시하여 민주주의의 근간인 '국민주권원칙'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국민의 알권리' 강조와 '국민주권원칙'의 확인은 이후 다른 권력기관의 비슷한 상황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선례가 된다는 점에서 파급력을 갖고 있다.

 

둘째,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은 스스로의 권리와 안전의 보장을 위해 납세의 의무를 기꺼이 수행한다. 국회의 예산은 국민의 세금으로 구성된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은 그 지출내역을 알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은 당연히 예산의 활용을 공개할 의무를 갖는다. 이번에 문제가 된 특수활동비 역시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진 예산 항목이기 때문에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그동안 국회는 '국가의 이익과 업무의 공정한 수행'을 위해서라는 추상적인 명목으로 특수활동비의 지출내역을 공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국민들의 공개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더욱이 국회는 정보공개를 결정한 1심 판결에 불복, 항소와 상고를 거쳐 대법원까지 이르게 하였다. 이는 세금을 예산으로 하는 공공기관으로서 당연히 지녀야 할 의무를 방기한 것에 다름 아니다. 이번 판결은 공공기관으로서 국회가 의무를 다하도록 강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마지막으로 이번 판결은 앞으로 국회 활동의 투명성을 한층 더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대의제민주주의의 핵심기관으로서 국회는 다른 어떤 권력기관보다도 유권자들과 이해와 요구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함에도 그러한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했다. 국회는 기관신뢰조사에 있어서 거의 꼴찌를 다투고 있을 뿐 아니라 행정부와 사법부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신뢰도를 보이고 있다. 유권자들이 국회에 대해 갖고 있는 불신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이해관계의 충돌과 이에 따른 갈등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정치의 장(場)이라는 제도적 특성에서 기인한 것이지만, 실제 국회 운영상에 나타난 파행과 국회의원의 특권적 행태가 국회에 대한 불신의 정도를 더욱 증폭시켰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만일 국회가 이번 판결에서 결정된 바와 같이 그간 실질적인 증빙없이 사용되어 온 특수활동비의 지출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한다면, 국회는 스스로의 활동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고 정당성을 부여하는 성과를 얻게 될 것이다. 이는 결국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대의제민주주의의 핵심기관으로서 국회의 위상을 한층 더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대의제민주주의의 성패는 유권자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정책결정자들이 책임있는 태도로 스스로의 역할에 걸맞는 결정을 내리고 그것이 수반하는 결과에 책임을 지는 과정에 달려 있다. 그 과정에서 유권자들은 권한을 위임한 '주권자'로서 '대리인'들이 위임된 권력을 올바르게 행사하는지 감시하고, 이에 따라 처벌 혹은 보상을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번 판결로 국회는 대의제민주주의의 핵심기관으로서 당연히 의무를 다함으로써 스스로의 위상을 되찾을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한 가지 우려는 그간의 행태에 비추어 국회가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실무적인 행정처리를 이유로 정보공개를 차일피일 미룰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만일 그런다면 이는 입법을 책임지고 기관으로서 더욱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주권자의 엄중한 눈으로 국회가 적극적인 정보공개에 나서는지 지켜볼 일이다.

국회특수활동비 공개,이동통신요금 원가공개, 다스비자금 검찰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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