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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 2020.09.21
  • 351

지난 9월 18일, 휘하 법관과 직원들에게 검찰의 영장청구서 등 수사기밀 유출을 지시하여 직권남용죄로 기소된, 이태종 현 수원고등법원 부장판사(당시 서울서부지방법원장)가 1심에서 무죄판결(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 김래니 부장판사, 2019고합190)을 받았습니다. 개별 법관과 재판의 독립 침해에는 눈 감은 채 사법행정 권한을 확대해석한 판결입니다. 사법농단 관여 법관에게 면죄부를 부여하며 위헌적, 위법적 사법농단 사태를 부정하는 재판부와 법원의 납득 어려운 판단에 개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또한 사법농단에 깊숙히 여러 사안에 관여한 나상훈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당시 서울서부지방법원 기획법관)에 대한 기소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의문스럽습니다. 검찰은 즉각 항소해 사법농단에 대한 법리적 쟁점을 다시 다퉈보는 한편 1심 과정에서 확인된 사법농단 관여자들에 대해 추가로 기소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사법농단에 관여한 법관들이 버젓이 재판 업무를 수행하도록 두는 반성 없는 법원에 더이상 기대할 것이 없습니다. 국회는 현직 법관인 이태종을 비롯해 사법농단 관여 행위에 대한 위헌성을 판단하고 탄핵소추에 조속히 나서야 합니다. 

 

2015년부터 서울서부지방법원장이었던 이태종 판사는 검찰이 2016년 말 서부지법 집행관 사무소 비리사건을 수사하자 서울 지역내 다른 법원으로 검찰수사가 확대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과 공모하여 검찰의 영장청구서나 진술 등 수사기밀에 해당하는 자료들을 나상훈 당시 기획법관 등을 통해 법원행정처로 유출시킨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유출된 자료들이 수사기밀에 해당하는 자료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관련 유출에 있어 임종헌과 공모한 증거가 없고 나상훈 기획법관 등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설령 이태종이 직접적으로 지시했다고 하더라도 감사의 일환으로 법원장의 직권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 등의 권한을 과잉해석하면서도 법관과 재판의 독립에는 눈을 감은 위헌적 논리입니다.

 

법원조직법상 대법원장과 각급 법원장들은 관할 내 법원에 대하여 “사법행정”을 총괄한다고 되어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법에 명확한 정의가 없는 ‘사법행정’에 대한 권한이 어디까지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또한 법률상 권한으로 헌법으로 보장된 개별 법관과 재판의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법정에서 아직 선고되지 않은 판결서 초안과 발부되기 전의 영장청구서가 소속 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에게 보고되는 것이 일상화 된다면 개별법관과 재판의 독립 보장은 허황된 구호에 불과합니다. 또한 수사기밀에 해당하는 자료 수집이 감사라는 명목으로 법원장의 직권 내에 해당하더라도 그 감사 업무를 감사 담당자가 아닌 자에게 업무지시를 한 것이 위법하지 않다는 재판부의 판단 또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누구나 감사 업무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법원 내 감사 조직으로 대법원 윤리감사관이 있는 것입니다. 

 

검찰 또한 이태종 판사의 공소장에 나상훈 법관을 공범으로 기재했으면서도 그를 기소하지 않았습니다. 나상훈 기획법관은 이 사건에서 대법원 법원행정처와 서울서부지법에서 연이어 근무하며 이른바 ‘거점법관’으로 법원행정처의 지시에 따라 영장청구서 등 수사정보를 수집해 법원행정처에 다섯차례에 걸쳐 보고했습니다. 또한 대법원 정책에 반대하는 다른 법관들을 사찰하거나 대한변협 압박 방안 관련 문건을 작성하는 등 사법농단의 여러 혐의에 연루되어 그 관여가 적지 않아 시민사회에서 탄핵 대상으로 지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이 기소하지 않아 공판 과정에서 임종헌, 이태종 등과의 공모여부에 대한 제대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는 검찰이 사법농단 수사과정에서 66명의 비위법관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의적으로 선별해 기소한 탓입니다. 검찰은 이태종에 대한 항소는 물론 추가로 위법이 드러난 법관에 대한 추가 기소도 적극 검토해야 합니다. 

 

사법농단 사태의 핵심은 재판이 아닌 행정직에 임명된 법관들이 헌법이 보장하는 개별 법관과 재판의 독립을 침해한 것입니다. 그러나 사법농단 재판에서 잇따르는 무죄판결들은 법원행정처나 기획법관, 재판연구관, 각급 법원장 등 행정직 법관들의 권한은 계속해서 확대해석하는 반면 헌법이 보장한 개별 법관과 재판 독립의 경계선은 외면하거나 무력화하고 있습니다. 법관들 스스로 행정 법관들에 의한 재판 독립의 침해를 경계하기는 커녕 판결로 용인하는 행태가 우려스럽습니다. 이태종 법관은 무죄 선고 후 재판부가 자신의 명예를 회복시켜줘 감사하다고 했지만, 사법농단을 부정하는 판결이 이어질수록 법원의 명예는 끝모르게 추락하고 있습니다.  

 

결국 국회가 사법농단 해결에 나서야 합니다. 

 

사법농단 사태에 연이은 무죄판결은 법원의 조직 중심 논리가 지배하는 재판부에만 사법농단 관여 법관들의 처벌을 맡겨둘 수 없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국회는 사법농단 사태 관여 현직 법관들에 대해 즉각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켜야 합니다. 아울러 법관들에게 위헌 위법적 지시를 내리거나 기밀누설에 해당하는 보고를 받는 등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구조적 장치였던 법원행정처의 폐지 등 사법농단 사태 해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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