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04-08-06   2741

변호사 월수 500만원 보장 위해 500∼700명만 뽑자?

국민들의 원성에 귀막은 변호사단체의 주장

법조인 양성시스템 개혁의 일환으로 사법개혁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로스쿨 도입에 반대하는 변호사단체들의 주장이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특히 변호사단체들은 법조인 양성 시스템의 개혁이라는 로스쿨 제도의 본래 취지보다는 ‘적정 변호사 배출 규모’만을 중심에 두고 사고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이상한 수임료 계산

대한변협은 지난 7월말 사개위 논의 과정에서 ‘법조인 양성제도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해 로스쿨 도입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데 이어, 변협 구성원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난 3일 ‘로스쿨 도입 반대, 법조인 정원 500∼700명 적정’ 등의 주장을 대법원에 제출했다.

이런 주장을 담은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의견서는 이 단체가 매달 발행하는 <시민과변호사> 3월호 별책 ‘적정 변호사 수에 관한 연구’에 기초하고 있다. ‘변호인 대량 증원론’을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춘 이 연구서는 ‘적정 변호사 수의 산출’ 부분에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치고 있다.

“변호사가 전문 인력으로서 의사, 건축사, 공인회계사 등과 비슷한 수준인 월 500만원의 순수입을 올리기 위해서는 결국 월 1400만원 내지 1700만원 정도의 총수익을 올려야 하는데, 월 1500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건당 수임료가 250만원일 경우에 월 6건, 연 72건 정도의 사건을 수임하여야 한다.”

이 연구서는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수임 건수가 4건에도 미치지 못해 상당수 변호사들이 폐업 위기에 있다”면서 법조인 축소 및 증원 반대 논리의 근거의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변호사의 이 같은 주장은 법률 서비스 이용 경험이 있는 대다수 국민들의 인식이나 통상 관념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먼저 변호사 평균 수임료를 1건당 250만원으로 잡은 것부터 설득력이 떨어진다.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총무이사를 맡고 있는 오욱한 변호사는 이에 대해 “그 무렵의 재경원 발표 자료가 있었는데 그것을 참고했고, 또 우리 회원들이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수입내역을 신고하지는 않지만 대략 말하는 금액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장유식(참여연대 협동처장) 변호사는 “250만원은 연수원을 막 나와서 개업한 변호사의 평균 수임료로는 대충 맞을 것 같다”면서 “그러나 세금신고를 100% 하는 변호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수임료 평균을 산출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장 변호사는 “현재 변호사의 수입은 의사들보다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서 연수원 출신 변호사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수입도 있다”고 밝혔다.

결국 변호사 수입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불가능한 상황인데, 각종 불법 브로커 사건, 수임료의 5배에 이른다는 형사사건 성공보수 등 법률서비스 시장에서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변호사 비용은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주장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최근 대검 중앙수사부가 적발한 브로커 사건만 보더라도 수임료 평균 250만원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21차례에 걸쳐 수임료의 20∼30%인 6520만원을 브로커에게 건넨 부장판사 출신 조 아무개 변호사의—” 기사에서 나타난 숫치를 연역하면 이 변호사의 경우 1건당 수임료가 1000만∼1500만원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변호사가 먹고사는 게 힘들어지면 변호사 권위 잃는다?

그러나 변호사단체의 더 본질적인 문제는 변호사 수입이 얼마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적정 변호사 규모를 산출하는 그 인식에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이미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는 현행 법률가 양성 시스템의 개혁이라는 취지로 접근해야 할 로스쿨 제도를 변호사단체는 ‘적정 변호사 규모’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변호사 증원 문제에 대해 오욱한 변호사는 “변호사가 굶어죽든 말든 그것은 당신들 알아서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안될 말”이라며 “법조인 양성에는 국가적으로 개인적으로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요하는 일인데 그것을 도외시하고 나와서 안되면 죽어라 하는 것은 전체 질서를 깨뜨리는 일”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또한 “한 사회에는 누가 이런 저런 말을 하면 수긍할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할 집단이 있어야 하는데, 변호사가 먹고사는 게 힘들어지면 누가 변호사 말에 귀기울이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오 변호사는 또한 “로스쿨 제도는 미국 정도의 경제력이 되어야 하고, 교육받는 계층 역시 일정한 재력이 되는 사람들이 입학하는 것이라 로스쿨 도입은 서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제도 자체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 각 지역과 대학의 요구가 빗발쳐 최소 30개 정도의 로스쿨이 설립되어야 하는데 봉급, 시설, 기재, 연수과정 비용 등을 생각하면 학생들이 지금보다 좋은 교육을 받을 수가 없다”면서 로스쿨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대한변협이 7월말에 사개위에 제출한 ‘법조인 양성제도에 관한 의견서’는 서울지방변호사회처럼 로스쿨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내지는 않았지만, 역시 변호사 단체의 기득권 유지 차원에서 로스쿨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의견서는 현행 사법시험 제도를 자격시험으로, 사법연수원을 독립 변호사연수원으로 개선하는 것을 1안으로 제시하면서, 2안으로 제시하는 로스쿨에 대해서는 ‘로스쿨 설립인가 및 정원책정에 관해 대한변협이 인가권 보유, 정원 1년 1200∼1300명, 변리사 법무사 등 법률관련자격의 로스쿨로의 일원화, 로스쿨 교수 임용시 교수진 70% 이상 법률실무경력자 채용 등을 제시하고 있다.

임지봉 교수는 이에 대해 “로스쿨 제도의 목표는 법조인 양성 확대가 목적이 아니라 성숙한 예비법조인을 양성한 후 선발하자는 것이고, 양성의 내용에 있어서 급변하는 21세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양질의 법조인을 양성하자는 것”이라며 “기존 법조인 양성시스템과 비교했을 때 교육내용을 가지고 개혁의 초점이 맞춰져야지 로스쿨 제도개혁 이야기하면서 1년 정원을 못박고 가는 것은 국민의 눈에는 그야말로 밥그릇 싸움으로밖에 비치지 않을 것”이라며 변호사단체들의 주장을 비판했다.

임 교수는 또한 “대한변협이 2안으로 미국식 로스쿨 도입을 거론하고 있지만, 가장 큰 하부조직인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로스쿨 도입에 반대 의견을 제출하는 것만 봐도 변협은 로스쿨 제도 도입을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면서 “변협이 로스쿨 도입의 전제조건으로 내놓은 주장 역시 여론에 밀려 로스쿨로 가더라도 그 변화를 자신들이 주도해 나가겠다는 계산”이라며 변협의 의견서를 강하게 비판했다.

“변호사단체의 주장은 직역이기주의”

임지봉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의 변호사단체 주장 반박

임지봉(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건국대 법대 교수는 변호사단체의 주장을 전형적인 ‘직역 이기주의’라고 비판했다. 변호사단체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임지봉 교수와의 전화 인터뷰를 질의응답식으로 정리했다.

-변호사단체는 대륙법 체계인 우리 나라 법체계가 판례 중심인 미국 법체계와 다르다는 것을 로스쿨 도입 반대 근거의 하나로 주장하고 있다. 설득력이 있는 주장인가?

“영미법계는 판례를 많이 알아야 하므로 변호사 없이는 안 된다? 그것은 성문법체계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현대사회는 판례보다 성문법이 더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대륙법 체계와 영미법 체계의 차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판례 중심의 영미법계도 많은 성문 법률을 제정하고 있고, 대륙법체계 역시 선판례 구속원칙에 따라 판례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륙법체계와 영미법체계 차이는 로스쿨 도입 반대 근거가 될 수 없다.”

“저렴하고 양질의 법률 서비스는 오히려 로스쿨 도입으로”

-변호사단체는 로스쿨이 변호사의 공공성보다 자유경쟁에 기초한 제도로서 법률가의 보수화를 가져올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또 학생들에게 과도한 비용부담을 지우고 이로 인해 법률서비스 수요자에게도 비용부담을 증가시킬 것이란 주장도 하고 있다.

“고액의 학비부담은 일면 타당성이 있다. 로스쿨 제도가 실패할 우려가 있는 가장 큰 문제가 학생들의 비용부담 문제다. 그런데 이것은 장기저리융자 제도, 빈곤층 학생에 대한 장학제도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 현실을 보자. 현행 제도 아래서 공익소송에 매달리는 등 주로 공적 법률서비스 활동에 매진하는 변호사가 얼마나 되는가? 소수다. 자유경쟁이라고 말하는 미국은 오히려 공익소송을 담당하는 변호사가 많고, 변호사의 사회적 공공성을 가르치는 공익법 과목도 가르친다.

고액의 학비부담 주장은 현행 제도 역시 마찬가지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사법연수원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평균 연령이 29세다. 법대 졸업 이후 여러 해에 걸쳐 사법시험을 준비하는데, 고시학원 등록, 독서실 비용, 서적 구입 등 현재도 상당한 비용부담 없이는 법률가가 될 수 없다. 오히려 학부 졸업생 중에 로스쿨 입학자를 선발해 교육시키면 20대 중후반에 졸업이 가능할 것이다. 더 나아가 로스쿨제 도입으로 국가적 비용부담, 즉 인적 자원배분의 왜곡도 시정할 수 있다.

로스쿨 도입이 법률 수요자의 비용부담을 증가시킬 것이란 주장은 근거가 없다. 법률 소비자가 느끼는 비용부담은 오히려 지금이 높다. 로스쿨을 통해 제대로 교육받은 인재가 배출되고, 전관예우와 같은 인적 커넥션이 아니라 교육의 질, 실력에 의해 평가받는 관행이 정착된다면 수요자의 부담이 지금보다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변협은 현행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현행 사법시험을 자격시험으로 전환하고, 사업연수원을 독립법인 변호사연수원으로 전환하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사개위에서 로스쿨 도입 논의가 나온 배경과 취지는 무엇이고, 변협 주장은 어떤 문제가 있는가?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는 핵심 취지는 학부과정을 마친 다양한 배경의 성숙한 학생들을 선발해 법조인으로 양성하자는 것으로, 현행 선발 후 양성 과정을 양성 후 선발로 바꾸자는 것이다. 변협의 주장은 선발제도만 고치자는 것이며 양성과정의 중요성은 간과하고 있다. 현재의 사법연수원은 예비 판사, 예비 검사뿐만이 아니라 많은 수의 예비 변호사까지 도맡아 교육을 시키고 있는데, 정작 교육내용은 판결문이나 소장작성 중심으로 판사나 검사양성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는데에 문제가 있다.”

-변호사단체는 로스쿨이 법조인 대량 양산의 수단이 될 것이란 우려가 큰 것 같다.

“로스쿨 제도개혁을 이야기하면서 1년 정원을 못박고 가는 것은 그렇게 해야 할 이유도 없고, 로스쿨 논의 진척에 장애가 된다. 이야말로 밥그릇 싸움이다. 로스쿨 도입을 이야기하면 어떤 분들은 ‘그래서 1년 정원을 몇 명으로 하자는 것이냐’고 고쳐 묻는다. 분명한 것은 로스쿨 제도는 법조인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성숙한 예비법조인을 양성한 후에 선발하자는 것이고, 양성의 내용에 있어서 급변하는 21세기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양질의 교육을 시키자는 것이다. 따라서 로스쿨 제도 도입은 정원 문제보다 교육 내용에 개혁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1년 정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사법개혁을 밥그릇 싸움의 문제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1년 정원에 초점 맞추는 것은 사법개혁을 밥그릇 싸움으로 전락시키는 일”

-변협은 2안으로 ‘철저한 미국식 로스쿨 제도’를 말하면서 그 내용에 있어 1년 정원 1200∼1300명, 법무사·세무사 등 법률관련 자격제도의 로스쿨로의 일원화, 로스쿨 교수진의 70%는 법률실무경력자 채용 등의 주장을 하고 있다. 설득력이 있는 주장인가?

“정원을 1200∼1300명으로 하자는 것은 합격률을 고려했을 때 현재 1000명 수준의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더 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인 셈이고, 법률관련 자격의 일원화는 지금껏 변호사가 누려온 법무사, 세무사, 변리사 등의 자동자격 부여 혜택을 계속해서 누리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변협 주장을 보면 ‘변호사 아닌 사람이 어떻게 변호사 가르칠 수 있는가?’라는 문구도 나오는데, 이것은 로스쿨교육의 내용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나오는 주장일 수 있다.

미국은 좋은 로스쿨일수록 그 교수진 중에 로스쿨 졸업 경력이 없는 정치학, 경제학 등 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 공학 박사 출신들이 많다. 그 이유는 현대법학은 법학만으로는 학문, 실무의 발전에 제약이 있어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인접학문에 대한 폭넓은 식견이 법학연구나 법학교육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변협의 주장은 결국 변호사 일자리는 더 넓히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식 로스쿨 제도를 오해하고 있다. 그야말로 여론에 밀려 로스쿨로 가더라도 그 변화를 변호사단체가 주도하겠다는 뜻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1년에 배출하는 적정 변호인 수를 500∼700명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 근거로 법조인 증원론의 주장과 달리 1년에 사법시험 합격자를 1000명으로 늘렸어도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사법시험 합격자를 1000명으로 늘린 게 몇 년이나 됐는가? 지금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다. 오히려 아직도 염가의 양질 서비스가 부족하기 때문에 합격자 수를 다시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법률서비스 시장에도 서서히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권위의식을 벗고 서비스 정신을 발휘하는 변호사들이 출현하고 있다. 로스쿨이 도입되면 이런 긍정적 변화가 더 확대되리라고 본다. 변호사 수가 증원되면 오히려 실력 있는 변호사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연수원 갓 졸업한 변호사나 부장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브로커를 끼고 영업을 하는 법조 내부의 고질적 병폐가 더 큰 문제이지 인력 확대가 문제는 아니다.”

-전체적으로 서울지방변호사회, 대한변협의 주장을 평가한다면?

“그야말로 ‘직역 이기주의’라는 말이 생각난다. 변호사의 직역은 더 넓히고, 현재 독점하고 있는 업무영역은 하나도 안 내놓겠다는 것이다.그러면서 변호사 숫자를 줄이자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변협의 주장은 또한 짧은 주장 안에도 자기 모순을 안고 있다. 앞에서는 시험제도를 개선하자고 하고, 뒷부분에서는 현행 사법시험 제도를 찬양하고 있다.”

장흥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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