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판결/결정 2010-03-11   2937

[판결비평 좌담] 전교조 시국선언 엇갈리는 판결, 어떻게 볼까①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지난 8일, 최근 법원의 1심 판결에서 지난해 전교조 시국선언에 대해 엇갈리는 판결이 나오고 있는 부분에 대해 판결비평 좌담을 진행했습니다.

판결비평이 된 대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주지법 2010.1.19선고 2009고단1119, 2009고정1105(병합) 판결 *무죄
인천지법 2010.2.4선고 2009고단4623, 2009고단6734(병합), 2009고단6958(병합) 판결 *유죄
대전지원 홍성지원 2010.2.11선고 2009고단606, 2009고정512(병합), 2009고단873(병합) 판결
  *국가공무원법 위반은 무죄, 집시법 유죄
대전지법 2010.2.25선고 2009고단2786, 2009고정2259, 2009고단4126(병합) 판결 *무죄

좌담 내용을 세 번에 걸쳐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전교조 시국선언 엇갈리는 판결, 어떻게 볼 것인가>
일시  2010년 3월 8일(월)
사회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패널  장철준 (한동대 법학부 교수), 동훈찬 (전교조 정책실장)


임지봉 : 각자 이 판결들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는지 간단히 말해달라.

장철준 교수장철준 : ‘시국선언 정치학’이라는 제목으로 전주지법과 인천지법에서 각각 다른 결론이 나온 판결에 대해 칼럼형식의 글을 썼다. 두 판결문을 읽고 뚜렷하게 느꼈던 것은 일단 ‘희망적’이란 점이다. 물론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판결이라는 것이 엇갈리면 걱정들을 많이 한다. 똑같은 사안을 두고 결과가 다르면 법적안정성이란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법원’이라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인 집단 중 하나라고 간주되는 곳에서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특히 그것이 젊은 생각을 가진 판사들에 의해 나올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 상당히 고무적으로 본다.

그렇다고 해서 사법질서가 훼손될 정도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은, 삼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사법질서 속에서 이제 1심 판결이 나온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이 언제든지 상급심에서 수정되고 보완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느꼈던 것은, 제가 헌법적 기본권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연구하는 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소위 ‘시국선언’에 대해서 상당히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판결들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표현의 자유’라는 주제를 상당히 비껴가는 판결문을 썼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사안은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정치활동 금지’라는 면에 집중하면서 논점을 교묘히 비껴나가는 듯한 걱정이 들었다.

기본적인 저의 생각은, 물론 공무원 혹은 교사라는 특수성에서 발생하는 지위가 있고,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법적으로도 특별 권력관계라는 입장에서 이루어졌던 국가와 교사와의 관계 속에서 이제는 좀 더 시민의 일원으로서의 기본적인 자유권은, 직무를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폭넓게 인정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런 측면에서 이 시국선언에 대해 무죄를 선언한 판결에 동조하는 입장이다.

동훈찬 전교조 정책실장동훈찬 : 개인적으로는 시국선언 기획을 기획했다고 할 수 있다. 그 여파로 해임이 된 상태이다. 학교를 쫓겨난 것도 서러운데 교과부가 해고자라는 이유로 일체의 상대를 해주지 않기 때문에 전교조 활동도 거의 봉쇄된 상태이다. 전교조 입장에서는 이 시국선언이라는 것이 조직 내부의 질서를 엄청나게 흩뜨려 버렸다. 시국선언을 이렇게 가혹하게 탄압하리라고 예상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시국선언의 개괄적인 경과와 배경, 그리고 교과부가 이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2009년 6월 18일의 1차 시국선언의 주요동기는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정국이라는 특수성도 있었지만, 교사들이 가지고 있던 학교현장의 비민주화에 대한 답답함이 컸다. 3일 만에 만칠천여 명의 교사들이 동참했다. 그 동인은 현 정국의 일방적 국정운영에 대한 답답함과 그것이 학교현장에 동시에 투영되고 있는 데 대한 답답함이 같이 있었다고 본다.

시국선언을 준비하고 있을 때 교과부에서 이를 중징계 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고, 1차 시국선언이 진행된 이후 이에 대한 가혹한 탄압을 중단해 달라는 요구와 1차 선언의 내용을 다시 반복하면서 2차 시국선언이 진행됐다. 2차에서는 1차보다 많은 3만 명 정도가 동참했다. 이로 인해 현재까지 88명이 징계를 받았고 그중 25명이 해직되었다. 88명의 대부분이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시국선언에 대한 탄압이 부당함은 역사적으로 봐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이와 같은 시국선언은 여러 번 있었지만 유독 이번과 지난 2004년, 그 두 번만 문제 삼고 있다.

공무원의 집단행위를 어떻게 볼 것이냐는 부분에 대해 논의가 이어지겠지만 이 자료를 꼭 참고하길 바란다. 저희가 시국선언을 진행할 때 교과부가 자체 검토한 내용으로, 단순한 시국선언에 대해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와 있다. 이미 전주지법이나 대전지법 재판에서도 인용된 바 있다.

임지봉 교수임지봉 : 쟁점별로 들어가 보자. 먼저 검찰이 이 사건에서 기소하고 있는 혐의인 국가공무원법 66조의 ‘집단행위 금지’ 조항에 대해 말해 보자. 과연 이 시국선언이 법이 금지하고 있는 ‘집단행위’에 해당하는가.

동훈찬 : 공무원의 집단행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수십년간 논란이 되어왔다. 정부 입장에 따라서 동일한 집단행위에 대해서 문제 삼지 않기도, 과도하게 문제 삼기도 했다.

단적인 예로 저희와 유사한 단체인 교원단체총연합이 있는데 상대적으로 노무현 정부와 대립각을 많이 세웠다. 당시 선언이란 명칭을 달고 ‘네이스’ 같은 부분에 대해 집단의사를 많이 표출했다. 그때는 그에 대해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 집단행위에 대한 논란이 있어왔고 저희도 시국선언을 할 때 나름대로 이 부분에 대한 검토를 거쳤다.

이미 대법원과 헌재 판례에도 나와있듯이 집단행위가 공익에 어떻게 위배되는가가 판단의 핵심이다. 이 부분이 판결과정에서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된다고 생각한다. 소통을 통한 국정운영을 해달라는 공무원들의 요구가 현 정부에 대해서 충분히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보면 공익이 되는 거고, 정권에 대해 비판한다고 과도하게 해석하면 공익에 반한다고도 본다.

집단행위에 대해 교사나 공무원 내부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직무전념의 의무를 해태하였는가’이다. 이 서명행위가 예를 들어 집단적으로 학교를 비운다던가 한다면 일부 그렇게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교과부 검토에서 5초 이내에 이루어지는 공무원의 서명운동을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최근 한 야당의원이 발의한 공무원의 정치활동 보장에 관한 법안에는 직무상의 범주에 해당하지 않는 개인의 활동은 업무시간 외에 자유롭게 해주자는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직무전념의 의무에 대해 복종의 의무로 연결되는 부분은 나중에 말씀드리겠다.

장철준 : 현재 공무원노조나 교원노조가 합법화된 상황에서, 그 본질이 집단행위라는 성질을 갖고 있는 마당에 국가공무원법 66조 1항을 문헌상 그대로 해석해버리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지금 말씀하신 그 논점, ‘공익에 반하는가’ 여부와 ‘직무전념의무를 충실히 하였는가’로 한정시켜서 평가하고 있다고 본다.

임지봉 : 아까 말씀도 나왔지만 직무전념의무가 공무원으로서 복종의 의무의 성격으로 확대되었다고 했는데 그렇게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동훈찬 : 행안부나 교과부가 공무원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일반적인 방식이 이렇다. 직무전념의무에 대해서는 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집회나 시국선언에 참여하지 말라는 공문을 사전에 보낸다. 이렇게 해서 법적인 판결을 받기 전에 소속 공무원으로서 기관장의 지시를 불이행했다, 복종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먼저 징계를 한다.

말씀하셨지만 국가공무원법은 교원노조나 공무원노조가 합법화되기 전에 만들어졌다. 이것을 지금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게 되면 사실은 전교조나 공무원노조의 합법성을 인정할 수 없게 된다. 모든 활동이 집단행위로 표출되기 때문이다. 명백하게 법원에서 직무전념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는 사안에 대해 국가가 일방적으로 지시를 하고 그 지시에 불응하면 복종의무 위반으로 처벌하는 사례가 먼저 발생한다.

한 가지만 덧붙이면 법원에서 계속 논란이 되고 있는 지점이 2차 시국선언 관련해서 당시 민중대회라는 것을 했다. 1부가 교사・공무원 대회고 2부는 민중대회였는데 공무원으로서 야 4당과 집회를 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공무원들이 국가정책에 반하는 집회에 참석했다는 것을 가지고 집단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다.

임지봉 : 상관에 의한 명령에 복종하지 않았다고 해서 유죄근거를 삼을 수 있나.

장철준 : 우리 조직문화가 아직까지 경직된 것은 사실이다. 더구나 국가일을 한다는 공무원 조직이나, 자라나는 학생들을 담당하는 교육공무원 조직 내에서는 국가의 일을 더 원활히 진행한다는 측면에서 상명하복의 관계를 더욱 중요시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생각도 해봤다. 국가에서 공무원을 뽑을 때는 공식적인 절차로서 어느 정도의 교양 수준에 있는 사람들을 선별하는 절차를 거친다. 그런 인재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무비판적 복종하라고 하는 것은 국가행정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뭔가 국가행정에 자신없어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 주제를 위해 몇몇 논문을 참고했는데 독일의 사례를 든 것이 있다. 나치를 경험하면서 국가권력, 공무원・군인들에 의해 체계적으로 이루어진 크나큰 국가범죄를 경험하고 나서, 과연 공무원에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느냐는 문제를 생각해봤을 때, 그들이 내린 결론은 단호하게 “공무원들도 생각할 수 있는 자유를 주어야 한다”였다고 한다. 그들의 경우는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을 철저히 구별해서 사적인 측면에서 시민으로서 정치활동의 자유는 폭넓게 부여하고 있다.

우리 문화는 어떨까. 공무원과 교사들의 ‘말’에 대해 막연한 공포가 있지 않나.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행정체계에서 윗사람들, 정치인들의 말 자체가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여서 집단적으로 하는 의사표현 자체에 두려움이 있지 않나 싶다.

제가 교수협회에서 한 시국선언에 참여했을 때도, 그 문구를 읽어보고 이 정도면 나의 생각과 일치한다고 생각하는 데 긴 시간이나 노력이 드는 건 아니었다. 선생님들이나 공무원들도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정도의 의사를 형성할 때 걸리는 시간은 몇 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홍성지원 판결에서는 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생각 없이 서명한 게 아니냐, 그런 시국선언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까지 했다. 그건 너무 공무원・교육공무원을 폄하하여 생각하는 게 아닌가. 권위주의 정부와 행정체계를 극복한 이 마당에 과연 우리 공무원・교육공무원에게 기계적인 업무만을 강요하는 체제로 계속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심각한 문제제기 필요하다.

동훈찬 : 공무원들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다소 높을 수도 있고, 일부 이해는 한다. 어쨌든 교육공무원의 집단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법 취지가, 그로인해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간다거나 하는 부분을 방지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렇다면 그 핵심은 교원들에 부과하고 있는 직무가 무엇인가이다. 어디까지 직무로 볼 것인가에 대해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어 논란이 된다. 교원이 교실 내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수업에 대한 부분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밖에 근무시간 외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권리까지 과도하게 제한해선 안 된다. 유죄로 인정되는 두 가지 판례는 대체로 교사의 직무범위를 포괄적으로 보고, 교사의 모든 행위가 학생들에게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과도하게 기본권을 제한해야 된다는 의식이 깔려 있다.

(2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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