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판결/결정 2010-11-23   4171

[24차 판결비평③] ‘불온’이란 말은 결국 21세기 한반도에서 종식되지 못했다

지난 2010년 10월 28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군대 내에서 국방부 장관이 정한 ‘불온서적’을 소지할 수 없도록 한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2를 합헌이라고 결정하였습니다. 헌재는 이 조항에 따라 23개의 서적들에 대해 내려진 불온서적 지정 및 반입금지조치가 장병들의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하지 않는다며 당시 군법무관 7명이 낸 헌법소원을 각하하였고, 군인복무규율 조항의 근거법률인 군인사법 제47조의2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유로 각하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2008년 10월 22일, 군법무관 7인이 국방부의 자의적인 불온서적 지정이 장병의 알권리, 학문의 자유, 양심형성의 자유,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헌법재판소로 공이 넘어간 사건입니다.

헌재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참여연대는 지난 10월 29일 “군인들의 사상의 자유를 무시한 결과이며 법적으로도 흠결을 가지고 있어 유감”이라는 내용의 논평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오동석 아주대 교수(헌법), 오병두 홍익대 교수(형법)를 비롯해 2008년 헌법소원을 제기한 군법무관 가운데 한 명인 박지웅 변호사 등 세 명의 전문가에게 헌재 결정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담은 비평을 요청하였으며 각각의 글을 소개합니다. < 편집자 주 >

[24차 판결비평①] 헌법, 군대에서는 할 일이 없다?
[24차 판결비평②] 헌법재판소의 ‘복고주의’ : ‘특별권력관계론’과 ‘복종적 정신전력론’
[참여연대 논평] 헌재의 “불온한” 결정 유감

JWe201011230a.pdf – [24차 판결비평 – 광장에 나온 판결]

박지웅 변호사 (헌법소원 제기한 전 군법무관)


 1. 들어가며

결국 한반도에서 ‘불온’이라는 말은 다시 확대 재생산의 기로에 접어들었다. 헌법재판소는 2010. 10. 28. 6 : 3으로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사건에 대하여 합헌을 선언했다. 이로서, 대한민국의 장병들은 국방부가 불온서적이라고 지정한 23권의 ‘불온서적’는 물론이고, 추가로 국방부가 불온서적이라고 지정하는 도서는 읽을 수 없게 되었다. 논리를 크게 나누어 정리하면, 다음 <표1>과 같다.

<표1> 2010. 10. 25. 선고 2008헌마638 사건의 각 쟁점별 의견

쟁점

다수의견

반대의견

군인사법 제47조의2기본권침해의 직접성 여부

부적법

위헌

이 법조항은 기본권침해에 관하여 아무런 규율을 하지 않은 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으므로 그 내용이 국민의 권리관계를 직접 규율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움.

 

이 법조항은 군인의 복무라는 광범위하고 기본권제한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분야에 관하여 아무런 한정도 하지 않은 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어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위헌임(이강국).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2 명확성 원칙 및 법률유보원칙 준수 여부

기각

위헌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은 국군의 이념 및 사명을 해할 우려가 있는 도서로 인하여 군인들의 정신전력이 저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항으로서 규범의 의미내용으로부터 무엇이 금지되고 무엇이 허용되는 행위인지를 예측할 수 있으므로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음. 또한 그 위임규정인 군인사법 제47조의2가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군통수권을 실질적으로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군인의 복무에 관한 사항을규율할 권한을 대통령령에 다소 광범위하게 위임하였다 하더라도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법률유보원칙을 준수한 것임.

위헌적인 위임규정인 군인사법 제47조의2에 근거하고 있으므로 그 자체로 위헌임(이강국).

 

이 사건 복무규율은 수범자인 군 장병들로 하여금 어떠한 도서가 금지되는 도서인지 예측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하지 않으며 집행기관의 자의적인 적용 가능성을 널리 열어두고 있는 조항으로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됨(이공현, 송두환).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2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

기각

위헌

군의 정신전력은 국가안전보장을 확보하는 군사력의 중요한 일부분으로서 그 보전을 위하여 불온도서의 소지·전파 등을 금지하는 규율조항은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며, 군의 정신전력에 심각한 저해를 초래할 수 있는 범위의 도서로 한정함으로써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지키고 있고,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으로 달성되는 군의 정신전력 보존과 이를 통한 군의 국가안전보장 및 국토방위의무의 효과적인 수행이라는 공익은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으로 인하여 제한되는 군인의 알 권리라는 사익보다 결코 작다 할 수 없으므로 법익균형성 원칙에도 위배되지 아니함.

위헌적인 위임규정인 군인사법 제47조의2에 근거하고 있으므로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를 살필 필요 없이 위헌임(이강국).

핵심적 정신적 자유인 책 읽을 자유를 제한하면서 금지대상이 되는 도서의 범위를 엄격하게 한정하거나 지정권자 및 객관적 사전 심사절차를 규정하는 등 공익의 달성을 추구하면서도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수단을 채택하지 아니한 채 자의적인 제한이 가능하도록 규정한 것으로서, 헌법상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것임(이공현, 송두환).

 

불온서적 차단 지시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 여부

부적법

적법

이 사건 지시를 받은 하급 부대장이 일반 장병을 대상으로 하여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함으로써 비로소 청구인들의 기본권 제한의 효과가 발생하므로 직접 적인 공권력 행사라고 볼 수 없음.

 

 

 

 

 

 

 

 

 

 

 

 

이 사건 지시는 군인복무규율의 규범력과 결합하여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을 가지나 군복무관계의 특수성 및 군인의 지위에 대한 헌법의 특별한 취급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들의 알권리 등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음(조대현).

위헌

위헌적인 위임규정인 군인사법 제47조의2에 근거고 있으므로 위헌임(이강국).위헌적인 복무규율조항에 근거한 불온도서 차단지시 역시 위헌이며, 국방부장관 등이 일정도서를 불온도서로 지정하여 군내에서 금지함으로써 군장병들의 기본권을 직접 침해한 위헌적 공권력 행사임(이공현, 송두환).


 2. 불온서적 사건의 발단과 사회적 반응 그리고 경과

 가. 불온서적 사건의 발단

  우선, 이 사건이 빚어진 계기는 다음과 같다. 2008. 7. 22. 대한민국 국방부는 한총련의 ‘군 도서보내기 운동’(한총련이 다음 <표2>와 같은 북한찬양, 반미․반정부, 반자본주의 도서를 군에 보내기하려 하였다는 것)정황을 포착하였기에, <표2>와 같이 23권의 도서들을 소위 불온서적으로 지정함과 동시에 해당 도서의 영내반입 및 열독금지, 장병 및 독신간부 숙소 단속을 통한 일제 수거 등의 지시를 하달했다.

<표2> 국방부가 지정한 불온서적 23권의 명단

구분

도 서 명

북한찬양

1. 북한의 미사일 전략

2. 북한의 우리식 문화

3. 지상에 숟가락 하나

4. 역사는 한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

5. 8020에 지배당하는가?

6.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

7. 통일 우리민족의 마지막 블루오션

8.

9.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10. 대학시절

11. 핵과 한반도

반정부반미

1. 미군 범죄와 한미 SOFA

2. 소금 꽃나무

3. 꽃 속에 피가 흐른다

4. 507, 정복은 계속된다

5. 우리역사 이야기

6. 나쁜 사마리아인들

7. 김남주 평전

8. 21세기 철학 이야기

9. 대한민국사

10. 우리들의 하느님

반자본주의

1. 세계화의 덫

2. 삼성공화국의 게릴라들

  나. 불온서적 지정에 따른 사회적 반응

이에 대한 사회적인 반응은 다음과 같이 전개되었다. ① 우선, 출판사와 해당 저자들은 일제히 2008. 8.경 공동 기자회견으로 국방부의 위와 같은 조치를 비난함과 함께, 국방부를 상대로 명예훼손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였다. ② 국가인권위원회는 2008. 8. 28. 군인권전문위원회의 논의와 상임위원회 의결을 통하여 이 조치를 헌법 정신에 맞게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방부 장관에게 전달하였다. ③ 불온서적으로 지정된 이후 시민들은 위 <표2>의 해당도서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책을 구입하기 시작하였고(도서들 중에서는 이미 절판된 도서들도 있었다), 그 결과 위 도서들은 많게는 10배에서 적게는 2~3배까지 팔리기 시작했다. ④ 시민들 중 일부는(예, 불놀이) 불온서적 읽기 운동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고, 불온서적 저자인 노엄촘스키 교수에게 대한민국의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담은 내용의 메일을 보냈고, 그는 ‘대한민국 시민들의 위대한 저항에 찬사를 보낸다’는 메시지를 대한민국 국민에게 보냈다. ⑤ 또 다른 불온서적 저자 중 하나인 장하준 교수는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 야당인 민주당 등의 초빙강연 자리에서 자신의 책이 불온서적이 아님을 역설하고 있다. ⑥ 문화관광부장관인 유인촌은 한 강연회에서 청중들에게 불온서적 저자 고(故) 권정생 선생의 책에 대한 독서를 권하며 그의 삶을 칭송하였다. ⑦ 국가인권위원회는 2009. 10. 재차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이 위헌성을 가지고 있으며, 장병의 알권리등 기본권을 침해하였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전달했다.

 다. 불온서적 지정사건에 따른 헌법소원제기와 군법무관 파면

2008. 10. 22. 군법무관 7인은 국방부의 자의적인 불온서적 지정이 장병의 알권리, 학문의 자유, 양심형성의 자유,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국방부는 이에 대하여, 2009. 3. 17. 헌법소원을 제기한 군법무관 7인에 대하여 징계 조치를 취하였다. 그 중 2명의 법무관을 파면하였고, 다른 5명에 대해서는 모두 감봉, 근신 등의 경징계를 감행하였다.
(<필자 주> 징계사유의 구체적인 내용인즉, ①국방부장관의 적법/정당한 명령을 따르지 않을 의사로 지휘계통을 통한 건의절차를 경유하지 않은 채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 군의 지휘계통문란, 군기단결을 저해한 법령준수의무(군인사법 제56조 제3호, 군인복무규율 제4조, 제24조 위반)이며, ② 헌법소원을 제기한 행위가 군무외의 일을 집단적으로 한 군기강 문란행위로 복종의무 위반(군인사법 제56조 제3호, 군인복무규율 제13조 제1항)이며, ③ 국방부 장관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직접 또는 대리인을 통하여 언론매체에 국방부 조치를 폄하하는 의견을 발표하여 군 수뇌부를 비방, 모욕했으며 자신의 의견, 주장내용을 군 외부에 공표한 점에 법령준수의무(군인사법 제56조 제3호, 군인복무규율 제17조, 국방홍보훈령 제22조)위반 및 품위유지의무위반(군인사법 제56조 제2호, 제3호, 군인복무규율)을 하였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2가지 징계사유가 더 있다.)

이에 대하여, 군법무관들은 반발하여 2009. 4. 서울행정법원에 징계처분의 취소를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2010. 4. 동 법원은 파면처분 및 각 징계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을 선고했다. 이 사건 역시 현재 서울고등법원에 사건 계속 중 이다.

 3. 불온서적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은 헌법재판소가 공개 변론으로 심리를 진행할 만큼 중요한 사회적인 의미를 갖는 사건이었다. 군 인권 침해의 법리상 문제점이 종합적으로, 낱낱이 드러난 사례라 할 수 있다. 또한, 사실관계와 법리적 쟁점도 모두 명확하다. 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은 이에 대한 판단을 모두 회피하였다. 이를 하나씩 분설하여 보기로 한다.

 가. 군인사법 제47조의2의 위헌성

 (1) 군인사법 제47조의2의 구조와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

군인사법 제47조의2(복무규율) 군인의 복무에 관하여는 이 법에 규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따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

우선, 군인사법에는 군인의 복무에 관하여 이 법에 규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따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군인의 복무에 관한 사항으로 신분보장(제44조), 평등취급의 원칙(제45조), 휴가(제46조), 직업보도교육(제46조의2), 복지 및 체육시설(제46조의3), 직무수행의 의무(제47조), 복제 및 예식(제47조의3), 휴직(제48조)을 규율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의 직무수행에 관한 일반적인 사항을 열거적으로 나열하는 외에 추가되는 복무수칙에 관한 사항은 모두 대통령령으로 포괄위임하고 있다. 그리고, 군인복무규율은 군인의 복무와 병영생활에서의 기본사항을 규율하고 있는 바, 군인에게 부과되는 여러 의무와 금지행위, 명령과 복종사항, 고충처리사항, 비상소집, 병영생활, 휴가 등에 대하여 규율하고 있다.

다시 말해, 군인의 복무에 관한 사항 중 핵심적인 권리의 제한과 의무부과사항에 대해서는 법에 어떠한 규율도 하고 있지 아니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규율태도는 소위 독일 19세기 외견적 입헌군주제 하 ‘특별권력관계’이론에서 비롯한 것이다. 특별권력관계이론이란, 군인, 수형자, 공무원과 국가와의 관계 같이 포괄적으로 기본권의 제한을 가져오는 관계 내부에서의 기본권이나 법률유보가 적용되지 않고 직무명령이 적용될 수 있다는 이론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론은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수형자 판결을 통하여, 수형자의 기본권도 ‘오로지 법률을 통해서 또는 법률에 근거해서 제한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 사망선고를 맞게 된다.

이 사건의 경우 군인사법 제47조의 2에서 군인의 복무에 관한 사항을 전혀 규율하지 아니하고, 대통령령인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 2에 포괄위임을 하고 있다. 이는 헌법 제75조에서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위임입법의 범위와 한계를 설정하고 있는 것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이는 ‘법률로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이라도 예측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포괄위임입법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헌재 2004. 11. 25. 2004헌가15)

비록 국방을 위한 상명하복의 체계적 구조를 갖고 있는 군조직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군인의 복무 기타 병영생활 및 정신전력등과 밀접한 영역은 넓은 재량과 전문성을 인정할 수 있더라도, 어떠한 내용도 규율하고 있지 아니한 것은 명백히 위헌이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이 사건 법조항이 군인의 복무에 관하여는 이 법에 규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따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고 규정하여 기본권 침해에 관하여 아무런 규율도 하지 아니한 채 이를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으므로, 그 내용이 국민의 권리관계를 직접 변동시키거나 법적 특히 지위를 결정적으로 정하여 국민의 권리관계를 확정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 심판청구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고 판시하였다.

앞으로, 권리를 침해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규율하는 데 있어서 법률조항의 위헌시비를 피해가려면, ‘국민의 권리침해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이 정한다’라고 규율하면 될 것이다. 국회가 일할 필요가 없다. 군이 마음대로 모든 것을 제정하면 된다. 결국, 국가안의 소국가를 만들어 준 격이다. 이는 독일 나치시대의 수권법(전권위임법)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필자 주> 전권 위임법(全權委任法, Ermächtigungsgesetz) 제1조 독일의 법률은 헌법에서 규정되고 있는 수속 외에 독일 정부에 의해서도 제정될 수 있다. 본조는 바이마르 헌법 제85조 제2항 및 제87조에 대하여도 적용된다.)
 

 나.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2와 불온도서 차단 지시(이하 ‘이 사건 지시’)의 위헌성
(<필자 주> 원래, 법령의 형식적 분류상 군인복무규율과 불온도서 차단 지시는 별항으로 분류하여 설명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나, 이 사건 대통령령과 이 사건 지시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결합되어 효력을 발휘하여 기본권을 침해하였던 것이므로 함께 논하기로 한다.)

제16조의2 (불온표현물 소지ㆍ전파 등의 금지) 군인은 불온유인물·도서·도화 기타 표현물을 제작·복사·소지·운반·전파 또는 취득하여서는 아니되며, 이를 취득한 때에는 즉시 신고하여야 한다. [본조신설 1998.12.31]

불온서적 차단 지시

가. 군인복무규율(대통령 제20282호) 제16조의2
나. 국군병영생활규정(국방부 훈령 600호) 제47조(물품반입 및 소지의 제한)
다. 공규3-200 제216조(공군보안규정)
라. 정훈․문화활동규정(국방부 훈령 제790호) 제28조(정훈․문화자료 심의위원회)
마. 군내 불온서적 차단대책 강구(장관, ‘08.7.19)

3. 대책

가. 장병 정신교육 실시
1) 불온서적 취득 즉시 지휘계통 보고 및 지원 기무부대 보고
나. 개인별 부대 반입 통제(연중 지속)
1) 휴가 및 외출․외박 복귀자 반입 물품확인
2) 우편물 반입 시 간부 입회 하 본인 개봉/확인 등
3) 불온서적 목록

다. 불온서적 반입여부 일제 점검(사무실, 분임실, 휴게실, 독신자 숙소 포함)
1) 기간: ‘08.7.28 ~ 8. 4
2) 점검 결과 다음 서식에 의거 보고(보고 기일(수거문서 없을 시 유선 보고) : ‘08. 8. 5)
*보안의 날 행사 또는 부대계획에 의거 지속 점검 실시

라. 불온서적 목록(위 표2)

 (1) 군인복무규율과 이 사건 지시의 법적 성격에 대한 판단 위법

우선,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2는 군인들로 하여금 ‘불온표현물’에 대해서는 소지와 취득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으며, 이를 취득하는 경우 신고의 의무까지 부과하고 있다. 또한, 이 사건 지시는 구체적인 불온서적내용의 지정과 함께, 불온서적으로 지정된 도서에 대한 영내의 반입금지, 영내 반입자의 물품에 대한 통제, 사무실을 비롯한 독신자 숙소에 대한 불온서적 반입여부의 일제점검을 규율 하고 있다.(<필자 주> 실제로, 2008. 10. 이 사건 지시 발령일로부터 현재까지 위 도서목록에 포함된 도서들에 대해서는 장병들이 열독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이 사건 지시는 친절하게도 그 법적 근거를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 2에서 찾고 있다.

따라서,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2와, 이 사건 지시는 결합하여(비록 법령에서 구체적인 위임은 없지만) 불온서적으로 지정된 도서들의 소지 및 취득, 영내반입을 모두 금지하는 공권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구체적인 소지 및 취득에 대한 제한을 가져오는 집행행위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대의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소지 및 취득에 대하여 행정소송이나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상상하기 어렵다. 반대의견도 이러한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헌재 1997. 8. 21. 96헌마48등) 원용하여 적법성의 근거를 찾고 있다.
(<필자 주> “그 지시의 직접 상대방인 해당 부대장들에게 그 규율내용의 즉시 집행을 명하고 있어서, 엄격한 상명하복의 군 조직원리에 따라 그대로 실시될 것이 확정적으로 예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지시내용이 그 즉시 군 장병들에게도 전달, 공지되어 구속적 효력을 발휘한 것이므로, 위 지시에 기한 별도의 하위 지시를 기다릴 필요 없이 이미 직접적인 효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이 사건 지시에 기한 소지품 조사, 내무검사 등 후속조치로서의 집행작이 예상될 수 있어서, 이 사건 지시에 대한 구제방법으로 위와 같은 집행작용에 대해 다투는 방법이 가능한 지 의문을 가질 수 있으나, 상명하복의 명령체계하에 있는 개별 군인으로서는 위와 같은 구체적인 집행작용에 대하여 행정소송 또는 헌법소원등 소송을 통하여 다투기 어려운 것이며, 위와 같은 집행행위는 성질상 즉시 집행이 완료되는 것이어서 그 집행행위가 있기를 기다려 다투는 것으로는 권리구제의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으며, 따라서 기본권 침해를 당한 청구인에게 불필요한 우회절차를 강요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지시에 대한 헌법소원은 청구적격을 갖추었다 할 것이다.”)

이에 대해서 다수의견은 “이 사건 지시 중 국방부장관이 각 군에 내린 것은 그 직접적인 상대방이 각 군의 참모총장 및 직할 부대장이고, 육군참모총장의 것은 그 직접적인 상대방이 육군 예하부대의 장으로, 청구인들을 비롯한 일반 장병은 이 사건 지시의 직접적인 상대방이 아니므로, 이 사건 지시를 받은 하급 부대장이 일반 장병을 대상으로 하여 이 사건 지시에 따른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함으로써 비로소 청구인들을 비롯한 일반 장병의 기본권 제한의 효과가 발생하므로,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 요건을 흠결하였다”고 하고 있다.

이것은 완벽한 논리적 모순이다. ① ‘군 지휘조직 내부의 행위’로서 육군 예하부대의 장에게만 그 지시가 하달되었고 구체적인 이후의 집행행위가 없는 이상, 병사들을 비롯한 하급 장교는 불온서적을 반입하고 열독하여도 무방하지만, 장성들은 지침의 수범자인 이상 불온서적을 읽을 수 없다는 뜻인가? 그러면 계급이 올라갈수록, 훨씬 더 불온서적에 노출되어 국가안보를 저해할 가능성이 높아 차단의 필요성이 제한적으로 그들에 대해서만 인정된다는 뜻인가? ② 23권의 도서를 지시로 정하여, 불온서적으로 규정한 이상 그 책은 ‘불온서적’이 된 것이므로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2에 의하여 소지 및 취득, 열독이 불가능하게 된다. 즉, 이 사건 지시는 별도의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예정하지 않고 있는 이상, 법령자체로 종국적인 처분성을 갖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소 다수의견은 ‘불온서적목록’을 영내에 게시하는 경우 행정소송을 제기하라는 뜻인가?

기존의 헌법재판소의 판시까지 거슬러 가면서, 아무런 구체적인 설시 없이 단 몇 줄로 각하시킨 의도의 저의를 알 수 없다.

 (2) 군인복무규율상 ‘불온표현물’에 대한 판단 위법

우선, 불온표현물의 소지와 취득이 금지되는 이상, 열독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이는, 군인이 된 자들의 행복추구권, 양심과 사상의 자유, 정보 수령권(알 권리)을 침해하게 된다.(<필자 주> 그 중 핵심적인 것은 당연 ‘알 권리’라 할 것이다.) 모두 정신적 기본권에 해당하는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정신적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 필요한 원리인 명확성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불온 표현물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규율해야 하는지 조밀하게 규정하지 않고서는 위헌성을 면할 수 없다.

그렇다면 ① 누가 불온표현물이라고 선언 내지는 지정을 할 수 있는 것인지(지정권자), ② ‘불온’한 표현물은 무엇인지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불온 표현물을 지정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위헌이겠지만, 불온 표현물이라고 선언 내지 지정할 수 있는 주체가 누구인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은 더더욱 이 법령이 위헌임을 확신케 한다. 단지, 군 고위관계자가 어떤 서적이 ‘불온’하다고 하면 그것이 ‘불온’이 된다는 논리다. 실제로, 국방부는 불온서적을 누가, 언제, 어떠한 절차를 통해 진행하였는지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못하였다. 밝혀진 바로는, 국군 기무사가 이적단체인 한총련이 군에 교양도서 23종을 보내는 운동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정보를 경찰청 보안과로부터 보고받았고, 이에 따라 기무사로부터 이러한 정보를 전달받은 국방부 정훈문화공보과에서는 23종의 도서가 부대 안에 반입되지 않도록 차단조치를 하였다. 그리하여, 국방부 정훈문화공보과는 정훈문화공보심의회를 열어 이에 참여한 심의위원들이 23권의 도서에 대한 불온서적 지정조치를 내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실제로 이루어졌는지도 의문이다. 우선, 심의위원의 수, 심의날짜, 심의된 책의 불온성 여부의 내용이 소송에서 대응하는 내내 바뀌었다. 예를 들어,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원래 반자본주의서적으로 분류되었다가 나중에는 반미서적으로 바뀌었으며, 심의일자에 관하여서도 처음에는 2008. 7월 말부터 8월 초였다고 하다가, 이후에는 8월 초에서 말까지 심의를 하였다고 하고, 더 황당한 것은 10명의 심의위원이 책을 2권씩 나누어서 읽고 ‘불온성’을 판단하였다는 것이다. 이 정도 되면, 불온서적의 지정이 얼마나 자의적인 기준에 의하여 이루어졌는지를 알 수 있다. 반대의견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의적인 집행가능성을 보여주는 생생한 실례(實例)’라 하겠다.

다른 한편으로, ‘불온’한 표현물이란 무엇인가? 국방부는 명백히 군의 정신전력을 훼손하는 ① 북한찬양 ② 반정부․반미 ③ 반자본주의의 내용을 담은 서적이라 하고 있다. 하지만, 「지상에 숟가락 하나」,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는 북한에 대한 내용을 전혀 담고 있지 않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저자의 표현대로 ‘1970년 대한민국의 국가주도형 중상주의 경제개발모델’에 대하여 긍정한 것으로 반정부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볼 근거가 전혀 없다. 즉 ‘불온성’는 구체적인 사안과 개별적인 사람마다의 가치관, 윤리관 및 시대적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아주 잘 보여준다. 정권의 이념적 가치관 또는 특정 집단의 가치관에 따라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는 개념적 징표에 불과한 것이다.

즉, ‘불온함’이라는 말 자체에 명확성이 없다. 그리고 이러한 추상적이고 명확성이 없는 개념을 가지고 군인이 된 자의 알권리 등을 제한하는 것은 명백히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

하지만, 다수의견은 ①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2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저해하고, 반국가 단체를 이롭게 할 내용으로서, 군인의 정신전력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의 정당성이 있다”고 한다. ② 또한, “이적 표현물 등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해하는 도서로서 군인의 정신전력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불온도서에 대한 군인의 접근을 차단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해당 도서의 소지 및 취득을 금지하는 것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며”, “군인의 정신전력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한정된 범위 내의 불온도서를 취득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그 인적인 범위 또한 군인들로 한정하고 있고”,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해하거나,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등 군인의 정신전력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내용의 도서가 군인들의 정신전력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서”, ③ 군인의 경우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보장하는 집단인 군에 속해 있기 때문에, 일반인이나 일반공무원에 비하여 상대적인 기본권 제한이 가중되어 “군인은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보장함을 직접적인 존재의 목적으로 하는 군 조직의 구성원이므로, 그 존립 목적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는 일반인 또는 일반 공무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기본권 제한이 가중될 수 있는 것이다.”는 점 그리고 “집체생활을 하는 군인들에게는 구체적인 사회적 위험성의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고, 또한 군의 정신전력을 해할 목적으로 도서를 소지, 취득하는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에서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되고 ④ “복무규율조항으로 달성되는 군의 정신전력 보존과 이를 통한 군의 국가안전보장 및 국토방위의무의 효과적인 수행이라는 공익은 이 사건 복무규율조항으로 인하여 제한되는 군인의 알 권리라는 사익보다 결코 작다 할 수 없어” 법익의 균형성이 인정된다고 한다.

결국,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은 ‘군인은 일반인과 달라, 기본권 제한이 가중된다’는 특별권력관계이론을 무비판적으로 받아 들였다. 변론에 참여하여 해괴한 이론을 편 강경근 교수의 말처럼 ‘기절해 있다가’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다시 살아났다. 달리 말하면, ‘지휘관이 결정하면 합리적인 이의제기 없이 무조건 따라라’고 이야기를 한 것과 다름없다. 군의 ‘문민통제’를 부정했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논리적 모순으로 가득하다. 다음과 같이 간단한 질문에 조차 답변할 수 없는 이상 어떻게 그것을 한 국가의 사법적 결정이라 할 수 있겠는가?

무조건 ‘불온서적’이라고 지정한 책을 읽지 못하게 하면 정신전력이 되살아 날 수 있는가? 휴가를 얻어 나가는 병사는 얼마든지 그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마지막으로, 여당 모 의원의 국회발언처럼, 한총련이 군 장병들에게 ‘도서보내기 운동’을 전개하면, 양서도 불온서적이 된다는 말인가, 한총련이 애국가를 부르면 애국가도 불온가요가 되는 것인가?

 4. 불온서적 사건의 결론과 교훈

결국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국방부의 특별권력관계이론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것에 불과하다. 군의 합리적인 지휘권 행사는 지휘권에 대한 무비판적인 복종만으로 유지될 수가 없다. 우리 사회는 더 이상 군이 자신의 특수성을 고집하여 민간과의 차별성을 확보하려함으로 자신의 기득권적, 고립적 질서를 지키려 하는 것을 방치하여서는 안된다. 그 위험성은 너무나 크다.

군의 특수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게 되면, 사회적인 관점에서 상당한 사회적 갈등과 소요비용을 가져온다. 군에 어떠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언제든지 민간은 군에 대해서 그 사건을 조사하고, 진상에 대하여 규명하여 사회적인 동요와 갈등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민간과 군의 역학관계에서 민간이 군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될 때, 민간과 군의 갈등관계는 고조된다. 민간이 군의 특수한 상황에 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없어 정보의 접근을 요구하지만, 군은 자신의 실수 등을 인정하여 처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정보를 은폐하기 쉽다. 더 나아가 왜곡 또는 조작의 가능성도 상존한다. 결국 사회는 군을 불신하고, 군은 사회로부터 더더욱 고립된다. 올 3월에 발생한 ‘천안함 침몰’과 관련된 일련의 조작 및 은폐의혹 등의 사건전개양상은 우리 사회의 이러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계속되는 많은 군의문사, 폭력, 인권침해 등을 너무나 당연히 생각하는 흐름이 있다. ‘군대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는 사고방식 때문이다.  언제까지 이러한 후진적인 군사문화의 잔재를 청산함 없이 연구도 미진한 ‘군의 특수성’이라는 거대담론의 영역에 기대어 의무를 방기할 것인가? 군에 입대한 우리의 아이들을 사회에서 누구나 읽는 베스트셀러들을 읽지도 못하는 ’바보‘들로, 휴가 나와서는 서점가에서 그 책들을 뒤척이며 불안해하는 그런 ’비겁쟁이‘들로 만들 것인가?


박지웅 변호사는 2008년 10월 22일, 본 헌법소원을 제기한 군법무관 중 1인으로 2009년 3월 국방부로부터 파면조치됨. 현재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법무법인 정평에서 근무하고 있음.

JWe2010112300.hwp– 보도자료 원문

JWe201011230a.pdf– [24차 판결비평 – 광장에 나온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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