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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12.06.05
  • 2883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한상희 교수대법원은 기어코 권력의 집행위원회에 머물고자 하는가? 이번에 추천된 13명의 대법관후보를 보면 과거 군사정권 시대에 너무도 무력하여 그 존재감도 없던 왜소한 대법원의 모습이 재생된다. 대법관을 다양화하여 우리의 아픔과 하소연을 제대로 들어줄 수 있는 대법원을 갈구하였던 시민사회의 한결같은 요청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냥 고참법관들의 승진과 자기만족을 위한 자기들만의 잔치로 끝내고 있다. 우리의 대법원을 만들기는커녕 그들의 대법원을 만들고, 자기들과 그 배후에 있는 권력의 이익에만 봉사하는 전시대의 대법원으로 황급히 회귀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번 대법원의 구성은 보수・진보라는 이념적 구도의 문제가 아니었다. 영화 ‘부러진 화살’ 현상이 잘 보여주듯, 법의 관점으로 인생을 재단하는 대법원이 아니라 삶의 다양한 모습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그 속에서 드러나는 시민들의 아우성과 원망들을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거두어나가는 대법원이 시민들의 바람이었다. 매달 백여건의 사건들을 ‘쳐내야 하는’ 업무부담 때문에 TV연속극 하나 제대로 못 본 채 승진의 사다리속에서만 일생을 보낸 “경력법관”보다는, 시민속에 뛰어들어 이런저런 삶의 애환들을 보고 듣고 경험한, 그래서 그들의 목소리에 정서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그런 대법관으로 구성되는 대법원을 원했던 것이다.


실제 ‘세상이 다 그렇다 하더라도 법적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내이는 법관은 하급심의 경우만으로 충분하다. 최후의 심급인 대법원이라면 우리의 억울함 속에서 법률의 부당함과 부정의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세상이 바뀌어 돌아가니까 법률도 다르게 해석되고 집행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대법관이 필요한 것이다. 조금 더 노련해졌을 뿐 하급심 판사와 다름없는 생각과 사고방식을 가진 대법관이 아니라 하급심판사들이 채 보지 못한 삶의 세세한 결까지도 읽어내고 이로써 법적 정의를 새로이 세워나가는 대법관을 원했다.


그러나 이번의 추천은 이런 바람을 철저히 외면하였다. 애당초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부터 문제였다. 법원행정처장과 법무부장관 등이 당연직위원으로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의사를 그대로 관철시킬 수도 있는 구조에다 대부분의 위원들이 법조인에다가 특정대학출신임은 오히려 다른 모습을 추천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여기에 대법관후보의 추천기준 하나 제대로 내지 않고 추천대상이 누구며 어떤 과정을 통해 심사하고 어떻게 평가했는지도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유유상종의 격으로 밀실에 모여 두 시간 남짓 귀엣말 몇 번 나누기만으로 이런 결정을 하였을 따름이다.


대법관후보명단을 보고 세상이 경악하는 것은 이런 ‘룸쌀롱식 추천’의 당연한 결과이다. 대법원을 다양화하고 이를 통해 권력을 통제하고 정의를 확립하는 역할을 하게끔 만들기는커녕, 고참법관들의 자리다툼의 장으로 전락시켜 단순히 하급심 판결을 감독하는 제품품질검사위원회로 만들 뿐이다. 권리를 구제하고 정의를 세우는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할 대법원이 아니라 권력과 자본과 같은 기득권이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은 채 자유롭게 활개치고 다닐 수 있는 터전만 마련한 것이다. 이것은 우리 대법원의 위상을 군사정권시절로 되돌리는 역사적 퇴행에 다름 아니다.


이에 우리는 이런 대법원을 거부한다. 추천된 대법관후보명단은 그대로 폐기하고 처음부터 새로이 시작할 것을 요구한다. 시민들이 참여하고 시민들과 인식을 공유하는 가운데 시민의 대법원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글은 한겨레(2012.6.5.자)에 함께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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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이런 대법원 필요없다. 한상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의 글. 추천된 후보명단은 그대로 폐기하고 시민들이 참여하고 인식을 같이하는 대법원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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