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 대법관 공백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

“대법원이 국민이 흘리는 눈물 닦아줄 인적구성 이루었나”

 

민변・참여연대 공동좌담회 “대법관 공백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

“의혹 해소 안된 후보자, 직권상정으로 임명동의안 처리해선 안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오늘(7/25) “대법관 공백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공동좌담회를 개최하였습니다.

한상희 교수(참여연대 운영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는, 현재 보름 이상 계속되고 있는 대법관 공석사태에 대한 문제점과 원인을 진단하고,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되었습니다. 세부주제로는 △대법관 공석사태와 국회임명동의안 처리의 바람직한 방향 △현재 대법관 인선시스템의 문제점 △누가 대법관이 되어야 하는가(대법관의 자질) △대법원의 개혁방향(정책법원화 vs. 권리구제형 법원) 등이 다루어졌습니다. 이날 좌담회에는 이석태 참여연대 공동대표와 장주영 민변 회장, 정미화 변호사(민변 사법위원회 위원)가 패널로 참석하였습니다. 

아래 좌담회에서 나온 내용을 정리하여 올립니다. 내용을 자세히 풀었으니 이날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갔는지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날 좌담회는 아프리카TV를 통해 생중계하였으며, 아래 동영상을 통해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토론회 내용을 간단하게 알고 싶으신 분은 보도자료를 참조하세요.
JW20120725_보도자료_대법관공석사태좌담회.hwp

좌담회 개요

 

제목 : [민변・참여연대 공동좌담회] 대법관 공백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

일시 : 7월 25일 (수) 오전 11시 ~ 오후 1시

장소 : 민변 대회의실

 

참석자 : 

 – 이석태 변호사, 참여연대 공동대표

 – 장주영 변호사, 민변 회장

 – 한상희 교수(사회),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 정미화 변호사, 민변 사법위원회 위원

 

순서 :

 – 제1부. 대법관 공석사태와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의 바람직한 방향

 – 제2부. 대법관 인선시스템의 문제점

 – 제3부. 누가 대법관이 되어야 하는가

 – 제4부. 대법원 어디로 갈 것인가

민변, 참여연대 공동좌담회 "대법관 공백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사진] 참여연대와 민변은 25일, 대법관 공석사태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을 모색하는 공동좌담회를

가졌다. 사진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석태, 한상희, 장주영, 정미화(왼쪽부터, 직함생략)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한상희 : 오늘 민변과 참여연대가 공동으로 “대법관 공백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좌담회를 진행하겠습니다. 저는 사회를 맡은 한상희라고 합니다.

우선 현안부터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법관 공석이 보름 정도 되었는데요. 대법원 쪽에서는 4명 대법관의 공석으로 인해 하루 33건의 사건이 지연되고 업무부담이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아무리 업무처리가 급하다고 해서 제대로된 대법관이 임명되어야지 자격미달의 후보자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대법원은 물론 여야간 다툼이 많은데요, 이 사태 어떻게 봐야 할까요.

 

대법원 공백 vs. 자격없는 대법관 임명

참여연대 공동대표이석태 : 대법관의 임명절차는 대법원장 제청과 국회의 임명동의, 대통령의 임명으로 이루어지는데, 마지막 대통령의 임명은 일종의 국가의 대표로서의 지위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보면 국회 임명동의가 가장 중요한 절차입니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이기 때문에 이 절차는 너무나 중요한 거죠. 대법원이 추천한 대법관의 실질적 심사는 국회에서 이루어진다고 보는데, 이렇게 시간이 걸리는 것은 국회의 임명동의라는 성격상 자연스러운 면이 있고, 그걸 통해 걸러질 수 있는 것이죠. 지금 보면 대법관이 한 분도 아니고 네 분이기 때문에 자연히 절차에 일정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사법부와 관련된 문제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데, 오늘 아침 신문에 보니까 심지어 사법부 내에서도 지금 대법관 후보자들에 대해서 부적격자다,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국회가 임명동의를 허술하게 하는 것 자체가 문제이지, 지금 부적격자가 있다는 것이 거의 확실해진 만큼 국회가 할 일을 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이 드네요.

 

민변 회장장주영 : 대법관 임기는 6년입니다. 이번에 국회에서 동의가 돼서 임명이 되면 향후 6년 동안 대법관의 직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그런데 6년이라는 장기간 동안 대법관직을 수행할 분을 적격자로 임명해야 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처음 임명할 때 적격자를 임명하지 않고 자질이나 흠이 있는 분을 임명해서 그런 분이 6년 동안 대법관이 되어 판결을 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런 분이 주심 대법관으로서 판결한 것을 사건 당사자나 일반 국민들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요. 부적격자가 대법관으로 임명되었을 때 대법원에 대한 국민 불신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따라서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을 통해서 자질이나 적격여부에 대해서 철저하게 검증이 되어야 하고요. 바로 그걸 위해서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가 있고 국회 임명동의를 헌법에 규정한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물론 대법관 임명이 조금 지연이 되면서 사건처리가 지연되는 등 우려스러운 점이 없지 않지만, 이번에 임명된 분이 6년 동안 대법관으로 재직한다는 것을 고려할 때 적격자를 뽑기 위한 불가피한 지연이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상희 : 네 명의 대법관 후보 중에서 반드시 검찰 몫이 들어가야 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런 규정이 있는 건가요, 아니면 관례적인 것인가요?

검찰 몫 대법관 있어야 하나

 

이석태 : 저는 그런 규정은 찾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런 규정을 넣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일종의 관례나 관행 같은 것인데요. ‘대법관 인적 구성의 다양화’나 여러 분야의 법률전문가들이 대법관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고, 그동안 누차 강조되어 왔습니다. 경험적으로 볼 때도 대법의 인적 구성이 다양화 되었을 때, 훨씬 국민들의 호응을 받고 사회 개선에 적절한 판례들이 나왔던 것 같아요. 만약 검찰 중에서 대법관을 선임하는 관례를 인정한다면, 당연히 그에 준해서 다른 부문의 대법관 인선도 이루어져야 되지 않느냐 라고 봅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은 관례화 되지 않고 대체로 경시된다면, 이번에 검찰 몫 대법관이 문제가 된 만큼 차제에 이런 관행을 되풀이 할 것인가 검토해야 된다고 봅니다. 

 

한상희 : 대법관을 어떻게 뽑느냐, 대법원을 어떻게 구성하느냐는 문제는 하나하나의 사건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의 문제를 넘어서서 우리나라의 법질서를 어떻게 잡아나갈 것인가, 사회 운영을 어떤 식으로 할 것인가, 라는 아주 중요한 나라의 뼈대를 확립하는 작업일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대법원장의 전권에 맡겨지다시피 해서 국민들이 어떤 사람이 뽑히고, 왜 뽑히는지에 대해 알거나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실제 과정은, 대법관 결원이 생기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게 됩니다. 10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요. 여기서 대법원장뿐 아니라 사회 여러 부문에서 추천을 받고 심사를 해서 3배수로 후보를 추천하게 됩니다. 그중에서 대법원장이 한 명을 제청을 하게 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누가 추천을 하였는지, 왜 추천을 받았는지 국민들은 알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추천받았다는 사실이 공개되면, 그 사람은 심사명단에서 제외하겠다, 이런 식으로 철저하게 비공개주의로 일관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말 국민들을 위해서 법 판단을 해줄 수 있는 사람, 사회의 발전이나 민주주의의 성취를 위해서 법적인 판단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제대로 선임할 수 있는 것인지, 이런 것을 판단하기 상당히 어려운 실정이죠. 왜 이런 제도가 만들어지고, 어떻게 바뀌어야 할 것인지 고민해봐야 할 시기인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의 ‘대법관 파동’이죠, 네 명의 대법관 공석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은 큰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 파동의 가장 큰 원인은 후보자의 인선과정에서 뭔가 투명하지 못했고, 제대로 인사검증이 되지 못했던 데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에서는 국회의 임명동의 지연으로 업무공백이 심하다고 불평을 하고 있습니다만, 그 업무원인의 근본 원인은 잘못된 사람을 잘못 추천한 대법원장에게 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고쳐나갈 것인가 하는 부분일 텐데요.

 

누가, 왜 추천했는지 국민들도 알아야

장주영 : 어느 분이 대법관을 하느냐는 것은 국민들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대법원에서 판결을 내리면 그것이 하급심을 기속합니다. 말하자면 하급심이 대법원 판결을 따라서 유사한 사건에 대해 동일한 결론을 내려야 됩니다. 그래서 대법원이 어떤 사안에 대해서 어떤 시각을 가지고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가 곧바로 국민들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어느 분이 대법관으로 임명되느냐는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가령 집회나 시위 할 때, 그것이 법을 위반한 집회시위냐 하는 것도 대법원에서 결정을 하고요. 노동자의 권리가 현행 노동관계법상 보장이 되는 것이냐, 안되는 것이냐에 대한 법해석도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됩니다. 따라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법관 구성이 얼마나 중요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떤 분이 대법관이 되느냐에 대해 사전에 국민이 좀 알아야 되고요, 대법관 후보자가 추천되고 제청될 때부터 국민들이 알아야 되는 것이거든요.

 

이번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대법원에서 제대로 검증 못했다라는 비판을 받고 있잖아요. 그러면 추천과정에서 공개적으로 후보자들이 추천이 됐다면, 공개됐을 때 아마 여러 가지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들의 의견이 표시가 됐을 겁니다. 예를 들면 저 분은 훌륭하다든지, 적격 또는 부적격이라든지, 문제가 있다든지, 이런 국민들의 여론이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이 됐을 겁니다. 그런데 비공개로 추천이 되다 보니까, 국민들이 모르잖아요. 어떤 분이 추천이 됐는지 국민들이 모르다보니까, 국민들이 본인이 직접 경험했던지 또는 들었던지 여러 가지 다양한 내용들이 인사제청과정에 전혀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에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됐었고요.

대법원장이 후보자에 대해서 ‘저렇게 문제가 있는지 몰랐다’ 이런 식의 발언을 하는 것은, 그럼 차라리 추천과정에서 공개를 하고 제청단계에서 국민들의 의사도 들어보고 더 철저히 검증을 했어야 하는데, 자신들의 직무유기를 시인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몰랐다’는 얘기가 안 나오려면 추천이나 제청할 때 공개해서 국민들의 의사를 얼마든지 수렴할 다양한 방법이 있거든요. 그런 절차를 거쳤어야 됐고요. 현재 대법관 후보 추천과정에서 철저하게 비공개로 하는 이유는 결국 대법원장이 인사권을 독점하겠다, 라는 의사의 반영이라고 생각됩니다.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제청하는 데 있어서 국민의 의견을 듣지 않겠다, 시민단체의 의견을 듣지 않겠다, 라는 의사표시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 결과 지금 국회에서 이런 인사파동이 나오게 된 것이죠. 이런 것들을 줄이기 위해서는, 또는 정말 적격자를 제대로 추천하고 제청하기 위해서는 공개적으로 대법관 추천이나 제청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각합니다. 

 

제청해놓고 ‘저런 사람인 줄 몰랐다’면 직무유기

한상희 :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보면 후보자들의 위장전입이라든지, 다운계약서를 작성한다든지 하는 범법이나 탈법적인 행위들이 많이 나옵니다.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그런 일이 나오면 안 되지만, 법을 집행하고 법을 선고하고 법으로 생활하는 법관에 있어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거든요. 그런데 그런 일들이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고르고 또 심사하고 제청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걸러질 수 있었을 텐데요. 그게 전혀 걸러지지 않은 채 그냥 제청이 되고 그러다 보니까 기어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새삼 드러나서 사회문제로 되는, 그래서 대법원이나 법조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신뢰도까지 떨어뜨리는 이런 상황이 온 것 같습니다. 왜 이런 부분들이 걸러지지 않는지 좀 이해가 안 되는데요. 

 

이석태 : 대법관 인사추천과 관련해서 그 기준이랄까, 저변에 있는 생각을 검토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사법의 민주화와 관계가 있다고 보는데, 사법의 민주화가 또 뭐냐 하면, 우리가 흔히 법원에 대해서 어려움을 느끼고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시다시피 법원의 구성원이 우리 국민이 뽑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거든요. 국가가 마련한 일정한 시험을 통과해서 임명된 사람들인데, 그건 국민의 의사에 의해 대표자를 뽑는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있는 겁니다. 모든 것을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거지만, 그러나 여기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민주주의에서 국민이 직접 뽑고, 검증하고 하는 이상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거죠. 현재 구조상 사법부의 구성원들을 국민이 직접 선출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국민의 의사를 반영해야 하는 것입니다. 

 

가까운 예를 들면, 국민배심제가 있지 않습니까. 제일 중요한 국민들 자신의 재판에 국민들 스스로가 참여하지 않고 소수의 법률전문가가 재판하는 것을 개선해보자 해서 배심제를 하게 됐고, 이 배심제는 상당히 사법민주화에 기여하는 바가 많다 검증이 되고 있죠. 또 그동안 일제시대의 잔재이긴 하지만 사법부가 만든 판결문이 어렵고 한자투성이고 문장이 끝나지 않는 이런 부분도 쉬운 한글로 바꾸어놓지 않았습니까. 그것이 저는 사법민주화의 진전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국민들이 쉽게 이해하고 스스로가 재판하고 이런 과정이, 사법부가 선출된 권력이 아닌 것을 극복하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저는 이런 사법민주화의 이상이 대법관 선출에도 적용된다고 봅니다. 거기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대법관 선출과정에 국민들의 얼마나 참여하게 돼있고, 알기 쉽게 돼있고, 비록 국민이 뽑진 않지만 그에 못지않게, 그와 유사하게 최고법원 구성에 반영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 추천위원회가 어떻습니까. 대부분이 법에 의해 정해진 상임위원으로 구성돼있고 아주 극히 일부만 그것도 대법원장이 위촉한 사람들이, 실제로 우리가 잘 모르는 데서 추천과정이 이루어지는 거죠. 그 폐해가 이번에 아주 잘 드러난 게 아닌가, 저는 이번에 대법관 한두 사람의 결격을 떠나서 인사제도 자체를 전면적으로 쇄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요.

국민들에게 가까이 가는 것은, 말하자면 사법이 국민 속으로, 국민의 참여를 원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추천위원회에 상임위원을 배제해야 된다고 봅니다. 법무부장관 변협회장이 고정 멤버죠. 저는 다 빼야 된다고 봅니다. 그분들은 이런 절차를 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사법부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발언권이 있는 분들이죠. 이런 분들 다 빼버리고 국민 일반으로 하고, 제가 보면 상임위원을 굳이 둬야 된다면 법학교수회 회장이나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이나 그 정도이지, 나머지는 굳이 둘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민주주의에서 ‘국민이 뽑고, 검증한다’는 이상

장주영 : 사법의 민주화를 말씀하셨는데요. 흔히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삼권분립을 이야기하죠. 입법・사법・행정 이렇게. 사법부는 국민들이 위임한 재판권한을 행사하는 것이고, 그것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민주주의사회입니다. 재판권을 행사하는 재판관 임명권한도 어떻게 보면 국민의 권한인데, 대법원장에게 위임되어 있을 뿐입니다. 대법원장은 위임된 재판관 임명권을 행사하면서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당연한 원리입니다. 그런데 비공개로 추천하겠다고 하는 것은 반민주적인 사고방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의구심을 가지게 합니다. 대법관을 추천하는 데 있어서 국민의 의사를 반영해야 된다는 이야기는 민주주의국가에서는 당연한 요구이지,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제한하려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국민들의 의사가 반영된 대법원 구성이 국민들의 신뢰를 받습니다. 신뢰받는 사법부를 만들기 위해서 오히려 대법원에서 나서서 적극적으로 그런 절차를 밟도록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자문기구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그 위원들의 구성이 너무 일방적으로 법원의 입장만 반영하도록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위원들을 보면 선임대법관, 법원행정처장 이 둘은 대법관이고, 법관이 한 명 더 들어갑니다. 전체 10명 중에 3명이 법관 출신이고,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각계 인사 3명 역시 대법원장의 의사를 반영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 임명됩니다. 그러면 10명중에 6명이 되어 과반수가 됩니다. 따라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도 상당부분 대법원장 의사에 의해서 좌우될 가능성이 높은 그런 구조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희 민변에서는 추천위원회 위원들을 좀 바꿔야 되겠다, 국민들의 의사를 좀 더 반영하는 구조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서, 예를 들면 대법원장이 일방적으로 임명하는 그런 방식보다는 차라리 국회에서 추천하는 사람으로 다수를 구성하는 것으로 임명 구성을 바꾸면 좀 더 대법관 후보자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의사가 잘 반영되지 않겠는가, 라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형식적인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대법원장의 의사가 관철되는 그런 구조로서는 원래 추천위원회를 만든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 추천위원회를 만든 것 자체가 결국 대법원장 마음대로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하지 말고, 제청과정에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라고 만든 것입니다. 그래서 법제화 한 것인데 실제로 운영을 하다 보니까 과거와 별 차이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고, 이번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봅니다. 심지어 대법원에서도 “그런 사람인줄 몰랐다” 이런 이해할 수 없는 발언까지 나오게 된 상황이니까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왜 만들었냐고 할 수밖에 없는 거죠.

 

국민 의사 반영된 대법원이 신뢰도 얻을 수 있다

한상희 : 대법관 추천 과정에서 다뤄져야 할 지점은 두 가지인데요. 가장 좋은 사람을 각 방면에서 골라서 뽑는 것과, 다른 하나는, 소극적으로 보면 후보자의 결격 사유나 문제점을 집어내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 후보자의 어떤 자질이나 생각들이 우리 사회나 법치주의를 위해서 좋은 것인지 검증하는 그런 기회이기도 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관이 추천되는 과정이 드러나지 않은 채 밀실에서 꽁꽁 숨겨가면서, 조그마한 정보라도 새어나가면 안되는 것처럼 그렇게 진행이 되어왔습니다. 이러니 국민 입장에서는 어떤 사람이 대법관이 되는지도 모르고, 왜 이런 대법원 판결이 나왔는지도 이해하지 못하고, 대법원에 대한 신뢰도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런 것이 국가 법질서에 대한 상당한 위협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석태 : 2000년대 초・중반, 시민사회단체가 모여서 시민추천위를 만들어서 추천한 적이 있죠. 제 기억에 그때 6명 정도를 추천했고, 한두 명 정도가 시민단체에 관여하거나 변호사를 하던 분이었지, 당시 추천자의 대부분은 현직 법관이었어요. 당시 추천했던 분들 중 다수가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에 임명이 되었습니다. 그런 분들을 항간에서 독수리 5형제라고 하는데 그들이 대법관으로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판결들을 남겼고, 이것은 우리 대법원 사법 역사에서 가장 훌륭한 앞으로 길이 남을 판결이 될 것입니다. 이들 중에는 물론 여성 최초의 대법관・헌법재판관도 있었구요.

 

시민들이 오랫동안 보면서 어떤 사람이 법률가로서의 자질만 아니라 국민들, 민중 노동자를 위해서 잘 일할 수 있느냐는 판단을 해서 제청한거죠. 그분들 중에서 무슨 결함이 있다는 것은 전혀 들어보지 못했어요. 대법원 내에서도 가장 탁월하고 훌륭한 법조인이라는 거죠. 저는 이런 작업을 다시 시민들이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우리가 2000년도 중반에 추천한 것처럼 그렇게 시민들이 보기에 오랜 경험을 통해서 이 사람은 믿을 만하다, 이 사람은 우리의 대표가 될 수 있다, 이 사람은 우리의 소외된 아픔을 나눌 수 있다 하는 사람들로 대법관을 추천하는 그런 움직임이 있어야 될 것 같아요. 

 

민변 사법위원회 위원정미화 : 대법관 공석으로 인해 업무공백이 생기더라도 제대로 된 사람을 임명해야 된다는 데 공감합니다. 우리나라 법원의 가장 큰 특징은 효율성을 굉장히 강조한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재판의 속도를 보면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릅니다. 그만큼 기능적으로 사건을 처리한다는 이야기고 이는 그 기능 외의 것들은 배제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건처리에 능한 행정가적인 법률가들을 법관으로 충원해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법관들의 특징은 관료적으로 잘 운영하고 판결문을 잘 쓰는 일종의 ‘서기형 법관’입니다. 미국에서는 재판이 늦더라도 당사자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어서 사건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빨리 처리하기보다는 확실하게 처리해서 억울함이 없도록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예입니다. 3~4개월의 공백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공백이 있더라도 제대로 된 사람이 임명이 되어야지 대법관들이 위법사항들을 행한 전력이 있다면 누가 그분들의 판결을 신뢰하겠습니까. 

 

두 번째로 현재의 대법관 추천시스템이 옳은가 하는 부분인데요. 현재 추천권은 거의 전적으로 대법원장에게 귀속되어 있습니다. 후보추천위원회는 자문적 기능밖에 하지 못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대법원장과 대통령 사이의 모종의 연락을 거쳐 진행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대법관이 아주 중요한 자리라는 것이고, 대법원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부분이라는 건데요. 대법원은 지금 ‘정책법원’으로 가고 싶어 합니다. 그렇게 되면 법관 수가 적어도 되고요. ‘권리구제형 법원’으로 간다면 법관 수가 많아야 하고, 전문가들로 구성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대법관 인선시스템에서는 전문가도 되기 어렵고 정책법관도 되기 어렵습니다. 사회 각계의 이해관계를 반영할 수 있는 무지개와 같은 대법관 구성이 되어야 하겠지만, 대법원장에 의해 추천된 무난하고, 법원의 행정적 통제에 순응하는 사람들이 대법관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일반인들의 상식에 맞게 판결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사건을 잘 떼는 ‘서기형 법관’으로 대법원 구성해야 할까

한상희 : 대법관 임명이 더 이상 지체되어선 안 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고,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해서 통과시키겠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치적 합의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밀어부쳐서라도 해야 된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장주영 :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해서 일방 다수의 의견에 따라서 임명동의절차를 수용한다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사청문회과정에서의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그런 상황이고 국민들도 그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정확한 검증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직권상정해서 통과시키겠다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대법관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역할도 해야 하는데, 국회가 단순히 다수결로 처리해야 할 사안은 아니라고 봅니다. 충분한 논의와 검증을 통해 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한상희 : 법원은 가장 가시적인, 다시 말해 가장 눈에 띄는 기관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권리가 침해됐다고 생각하는 사람,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법원에 가서 하소연할 수 있습니다. 법정에서 사건이 다루어지면 사회적인 문제가 되면서 모든 사람이 쳐다볼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 주기도 합니다. 갖지 못한 소수자의 권리를 최후로 보호해 줄 수 있는 기관이 법원이고, 법원의 재판이 언론에 보도되어 주목을 끌고 여론을 바탕으로 법을 만들 때 반영될 수도 있습니다. 관료적인 곳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민주적 의사를 수렴할 통로가 되기도 한다는 거죠. 참여연대가 여론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60%에 가까운 국민들이 대법원의 다양성을 위해 판사들만이 아니라 변호사나 교수도 대법관에 임명되야 한다고 답변했습니다. 현재 대법원 구성이 50대 후반에서 60대, 서울대 법대, 남자들, 가치지향에서는 보수적인 분들로만 구성된 획일적, 천편일률적 구성 아니냐는 말들이 많습니다. 서울대 법대 동창회가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실정인데도, 지금 대법원 구성은 국민의 다양성 요구에 부응하기 역부족인 것 같습니다. 

 

이석태 : 다양성 요구 역시 국민의 사법참여와 관련이 있습니다. 사법부가 제대로 서 있느냐, 정의가 실현되고 있느냐를 판단하고자 한다면 “내가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아플 때,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사법부에 가면 법관들이 그 눈물을 닦아주겠는가”라고 질문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이 드는 사람이 많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사법부의 다양한 계층구성도 요구된다고 봅니다.

한편으로는 모든 국민들이 다 눈물을 흘리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잘 살 수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열심히 노력해서 잘사는 사람들도 있는데, 국민들의 일부는 굳이 도와주지 않아도 자생력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사법부의 힘을 통해 구제해주어야 할 이유는 없는 거죠. 여성, 아동, 장애인 등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 우리 사회가 연대의 끈을 놓으면 혼자 서기 힘든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법부가 그런 사람들의 에 대해서 손을 잡아주어야 사회가 안정된다고 할 수 있는 거죠. 즉 사법부가 다양화되어야 하고, 더 적극적으로는 소수자・약자를 위한 사법부가 되도록 거기로부터 나온 사람이 사법부로 들어가서 일을 해야 된다고 봅니다.

 

한상희 : 이번에 대법관 제청됐을 때, 시민사회 분만 아니라 정치권이나 법조계에서도 너무 천편일률적인 구성이 아니냐, 친 재벌 편향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만 제청이 되면서, 가진 자 중심의 보수적인 대법원 구성이 되는 것이 아니냐, 그래서 총체적으로 제청을 다시 하라는 의견까지 나오기도 했습니다. 

 

국민의 평균적 의식성향을 반영하는 대법원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

장주영 : 사법의 민주화는 당연히 이루어야할 목표이고요. 그러면 대법원의 구성에 있어서 어떻게 사법의 민주화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냐에 초점을 맞추어 보면, 대법원 구성에 있어서 국민들의 평균적인 그런 의식성향을 반영하는 그런 구성이 되어야 한다고 우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우리 국민들의 의식성향은 진보・중도・보수가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현재의 대법원 구성이 그러한 국민들의 의식성향을 반영하고 있는가를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어떤 곳에서 발표한 것을 보니까 대법관 한명 정도가 중도성향이고 나머지는 다 보수성향이라고 분석한 것을 보았는데요. 이렇게 되면 국민들의 의식과 유리된 그러한 대법원 구성이 될 것이고, 여기서 내린 판결도 국민들의 상당수가 수용할 수 없는 그런 결과가 되고 결국에는 대법원에 대한 불신만 가중시키는 그런 결과가 된다는 것이죠. 국민들의 다양한 성향을 반영하는 대법원이 되는 것은 사법의 민주화에 있어서는 필수적인 것입니다. 

 

얼마 전 미국 연방대법원이 오바마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하던 건강보험관련 개혁법안에 대해서 심사를 했습니다. 건강보험은 미국의 진보세력과 보수세력이 첨예하게 다투었던 사안인데요, 그 당시 미국 언론에서는 대법관 구성에 대해서 분석하는 보도도 나왔어요. 그걸 보면 미국 연방대법관이 9명인데 진보성향이 4명, 보수성향이 4명, 중도성향이 1명 이렇게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것이죠. 서로 의식이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치열한 논쟁을 통해 나온 결론이라면 국민이 상대적으로 더 수용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 사건은 5대 4로 합헌 결정이 나왔는데, 만약 7대 2나, 8대 1이면 수용할 수 있겠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우리 법원에서 진보와 보수의 치열한 대립이 있는 그런 사안을 다룰 때 과연 몇 대 몇이 나오겠느냐, 현재 대법원 구조하에서는 너무 일방적인 판결이 나오지 않겠는가, 또 과연 그 판결이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겠는가, 그런 대법원을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들이 굉장히 회의적이라고 봅니다. 결국은 사법민주와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평균적인, 다양한 의식성향이 반영되는 그런 구조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한상희 :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의 업무부담이 엄청나다. 이 업무부담을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재판경력이 많은 법관이 대법관에 임명되어서 기술적이고 관료적으로 일을 해야 한다.”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과연 대법원이 그래야 하는 것 인지, 이야기 해주십시오.

 

정미화 : 우리나라 대법원의 중요한 이념 중의 하나가 ‘권리구제의 최종적 심급’이라는 것입니다. 민사소송법에서는 국민들에게 상고권을 권리로 부여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요. 다른 나라 특히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허가상고입니다. 그래서 대법원에서 보고 싶은 사건만 가져오죠.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권리상고제도가 허용이 됩니다. 이는 뭐냐면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대법원에 상고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와 관련된 사건을 심리할 수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현실주의적인 주장이고, 다양한 이해관계와 시각을 가진 사건들이 대법원에 국민들의 권리로써 갈 수 있지만, 대법원에 과연 그러한 다양한 이해관계를 심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느냐는 것이 관건입니다. 

 

이것은 사법접근권의 핵심적인 내용입니다. 사법접근권의 하나는 형식적・절차적 접근권이고, 두 번째는 실체적 접근권입니다. 국민에게 권리가 주어지더라도 법원이 이를 실체적으로 논의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그 권리는 공허한 것입니다. 현재 대법관의 구성을 보면 다양한 이해관계가 오는 것을 막고 있는 구조입니다. 사건이 대법원으로 올라가더라도 들을 준비가 안 되었고 안 듣습니다. 이런 대법원을 국민들은 외면하게 되겠죠. 사법권이 존재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권리구제인데 이는 어떻게 이루어지느냐, 사법부가 신뢰를 얻을 때 이루어집니다. 

 

민주적 정당성을 결여한 조직이 사법부입니다. 행정부는 대통령의 선출이 있고, 입법부는 국회의원을 뽑습니다. 대법원은 국민과는 무관한 지나친 특권적 조직입니다. 국민의 의사를 대변할 사람이 들어올 수도 없고, 한번 임명된 사람은 대법원장의 경력관리와 통제를 받습니다. 대법원이 특정대학 나온 사람들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권리구제의 최종적 기관으로써의 모습은 결코 아닙니다. 또한 법관경력이나 검찰경력 위주의 대법관 선출도 문제가 있습니다. 법조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국민의 눈높이에 있는 변호사들입니다. 법관이나 검찰경력이 없는 순수한 재야법조인들로 최소한 대법원의 삼분의 일 이상을 구성해야 합니다.

 

국민들의 권리구제를 위해 대법원까지 경력법관들이 재판을 해야 된다? 그런 말은 이제 그만해야 합니다. 고등법원까지 경력제 법관에 의해서 기능적으로 사건을 처리해 왔다고 한다면 대법원에서는 적어도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한 실질적인 논의가 되는 그러한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합니다. 사건을 떼고, 부담으로 생각하는 경력법관보다 사건 하나하나마다 자신의 영혼과 눈물을 담아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그런 변호사나 법조 전문가가 들어가야 됩니다. 또한 헌법을 개정해서라도 변호사 자격이 없는 사람도 대법원에 들어가게 해야 합니다. 현재와 같이 법원 내에서도 주류적 시각을 가진 주류적 법조인, 특정대학 나온 분들로 사건을 기능적으로 잘 처리하는 사람들로 계속 대법원을 구성하여 사람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잘 반영하지 못한다면, 대법원을 하나의 행정적 통제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군부시대, 유신시대의 유산을 우리가 계속 안고 가는 그런 어려운 현상에 봉착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대법원은 ‘권리구제’조차 못하고 있다

한상희 : 논의과정에서 몇 번 언급이 되었습니다만 ‘독수리 오형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죠. 실제로는 5명이었기 때문에 내부에서 판결을 뒤집는 데 어려움이 많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5명이 소수의 의견을 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수의견까지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었고요.

 

이석태 : 긴급조치에 대한 대법원의 위헌선고가 있었습니다. 저도 변호인단으로 참여했지만, 변호사들 스스로도 대법원에서 위헌이 될까 자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전원일치로 판결이 나왔고, 대법원 내에서 그분들이 떠받쳐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전원일치 판결은 굉장히 어려운 것인데, 미국 연방대법원 같은 경우, 아주 중요한 사안, 국민 전체의 권익 향상에 영향을 끼치는 쪽으로 다수 의견이 많을 때 대법원장이 소수를 설득해서 나오는 것이 전원일치입니다. 독수리 오형제가 많은 역할을 했고, 또 대법원장이 설득했을 것입니다.

 

또 하나는 파견근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인정한 판결입니다. 요새 가장 큰 문제가 비정규직 노동인데, 간단히 설명하면, 회사가 비정규직으로 고용해서 일정한 시간이 지나 내쫓으려 하는데, 그래선 안된다고 한 게 이 판결입니다. 변호사들이 노동사건 이기기가 쉽지 않은데, 특히 일반적으로는 고등법원에서 이기면 대체로는 대법원에서는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은데, 노동사건은 안 그렇거든요. 그만큼 대법원이 노동사건을 보수적으로 판단한다는 얘기인데, 제가 들은 얘기로는 기업에서 ‘이 판결이 나왔지만 대법원이 다시 보수화되면 바뀔 것이다’라고 생각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외에도 여성을 종중회원으로 처음으로 인정한 판결도 나왔고, 이는 김영란 대법관의 훌륭한 판결이었습니다. 이러한 좋은 판결들이 바로 대법관 다양성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상희 : 하소연할 것들이 많은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대법원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도록 구성되길 바랄 텐데요. 현실은 다양성과는 정반대의 방향에서 대법관 후보자들이 제청됐고, 이제 국회 동의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장주영 : 이번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국민들의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나왔습니다만 제대로 반영될지 상당히 의심스러운 상황이고요. 다수당에서 직권상정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될지 의심스럽습니다. 후보자 추천과 제청과정에 문제가 제기됐는데, 올 하반기에는 헌법재판관 임명이 있고, 내년에도 또 이런 문제가 계속 반복될 겁니다. 새로운 인사 때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그러면 대법원 구성에 있어서의 민주화, 국민들의 당연한 요구가 반영되지 않는 현실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 것인가, 이런 어려운 질문이 생깁니다. 저는 결국 국민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자각심을 갖고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이 듭니다.

 

한상희 : 87년에 절차적 민주주의가 이루어졌다면, 그것을 공고화 하는 것은 법원의 판결을 통해서인 것 같습니다. 우리사회 발전의 한 디딤돌을 만들어 내는 것이 법원의 역할이고, 또 시대적 사명을 이루어내지 못한다면 역사의 과오로 남을 수밖에 없을 텐데요.

 

정미화 : 대법원은 지금 상당한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소수의 대법관을 유지하기 위해 정책법원을 지향하면서도 순혈적 법관 충원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이 권리구제 기능을 강화하려면 대법관의 수를 대폭 늘려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많은 수의 대법관을 두고, 원 벤치를 구성하기 어려우므로 헌법재판소로 정책법원의 기능을 넘겨야 합니다. 대법원이 지금처럼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다고 한다면, 새로운 국회가 구성된 마당에 국민 입장에선 사법개혁을 논의해야 할 것입니다. 대법원이 권리구제 위주로 간다면 전문가 위주로 대법관 숫자를 대폭 늘려서 다양한 사람들이 임명될 수 있게 해야 하고, 그렇지 않고 정책법원 쪽으로 가겠다면 경력제 법관이 아닌 다양한 이념이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대법관에 임명될 수 있도록 추천제도나 선출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저는 헌법재판소의 구성 방식이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국회와 대통령이 일정 숫자를 추천해서 진행하면 일단 정파적 특색을 가진 인물이 들어가 대법원 안에서 다양한 이념들이 논의될 수 있습니다. 본격적이고 본질적인 개혁논의가 국민들로부터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며, 이런 부분을 고려한다면 대법원장은 이번 후보자들에 대한 제청을 철회하고 다시 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좌담회 동영상 1]

 

[좌담회 동영상 2] 

 

보도자료 원문

JW20120725_보도자료_대법관공석사태좌담회.hwp

보도협조요청서 원문

JW20120724_보도협조요청_대법관 공백사태 공동좌담회.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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