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헌법재판관이 현직 판・검사의 승진코스인가

 

헌법재판관이 현직 판・검사의 승진코스인가

국회・대법원장 모두 ‘사회적 다양성’ 고려하지 않은 인사

안창호 추천은 대법관에서 줄어든 검찰몫을 헌법재판관으로 채우는 것

 

국회와 대법원장이 각각 헌법재판관을 추천하였다
[사진] 헌법재판관 5명의 인선이 진행되는 가운데, 대법원이 이진성 광주고법원장,

김창종 대구지법원장을, 국회가 안창호 서울고검장, 김이수 사법연수원장을 각각 추천했다.

 

오늘(29일) 새누리당이 헌법재판관 여당 추천 몫으로 안창호 서울고검장을 확정했다. 지난번 대법관 인선에서 탈락한 검찰 몫을 헌법재판관으로 채우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또한 현재까지 추천된 헌법재판관 후보들을 보면, 헌법재판소를 고위직 판・검사의 승진자리 정도로밖에 인식하지 않는 것 같다. 이는 여당뿐 아니라 야당과 대법원장도 마찬가지이다. 헌법재판의 특수성이나 사회적 다양성에 대한 고려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인사이다.

 

헌법재판소의 과반이 넘는 5명의 헌법재판관이 바뀌는 시기이다. 내년 초 임기가 끝나는 이강국 헌법재판소장과 송두환 헌법재판관을 제외하면, 이제 헌재가 이명박 정부 들어 인선한 사람들로 모두 채워지는 셈이다. 이번 정부 들어서 국가권력에 의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는 더욱 심각해졌고, 이런 상황에서 헌법재판을 담당하는 헌재의 역할과 영향은 더욱 커졌다. 가깝게는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위헌결정, 멀게는 전기통신법상 허위의 통신을 위헌으로 본 헌재의 결정들은, 그동안 국가가 개인의 삶을 자의적인 방식으로 과도하게 침해해왔음을 인정한 것이었다. 그야말로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보루였던 셈이다.

 

헌재의 과반이 바뀌는 상황에서 대법원장과 국회에 의해 추천된 인사들을 보면, 과연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대법원장과 국회가 헌법재판소의 위상과 역할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고 판단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현직 고위급 판・검사의 승진코스로만 인식하고 있는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법원장이 지명한 이진성 광주고법원장과 김창종 대구지법원장은 물론이고, 야당 몫으로 민주통합당이 추천한 김이수 사법연수원장 역시 이러한 틀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그동안 시민사회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우리나라 사법작용의 최종적 권한을 행사하는 최고법원으로서 그 구성에 있어서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하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러한 요구는 지난 5월 참여연대가 실시한 대국민 여론조사에서 국민 다수의 의견임이 확인되었고 이제는 언론이나 정치권에서도 통용되는 주장이다. 지난 대법관 인선과정에서도 이러한 기준에 따라 대법원장의 제청권 행사가 비판의 도마에 올랐고, 대법원장의 일방적 인사권을 제어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당시 민주당은 5~60대, 남성, 서울대 출신, 고위법관이라는 대법관 후보자들의 획일성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헌법재판관 인선에 있어서는 대법원장이 내정한 후보자는 물론이고, 그런 비판을 했던 야당조차 똑같은 방식으로 인사권을 행사했다. 

 

새누리당은 지난번 대법관 인사청문회에서 김병화 후보자의 심각한 결격사유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나서서 감싸주더니, 이제 대법관에서 빠진 검찰 몫을 헌법재판관으로 가지고 왔다. 작년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된 박한철 재판관이 검찰 출신이므로, 검찰 자리가 둘로 늘어난 셈이다. 안창호 고검장은 대검 공안기획관과 서울중앙지검 2차장을 거친 대표적 공안통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공권력에 의해 침해되는 개인의 자유의 적정성을 따지는 일이 헌법재판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임을 감안하면 공안기획관 출신의 안 후보자는 매우 보수적인 견해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직 판・검사의 승진과 검찰몫 챙기기로 요약되는 이번 헌법재판관 인선은 역대 최악의 인사로 평가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국가로 인해 침해당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의회가 제정한 법률의 위헌성을 심사하며, 국가기관 간의 분쟁을 다루는 기관이다. 그 위상과 역할에 걸맞게 사회적 다양성을 고려한 인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 대법원장과 국회의 인선은 납득하기 어려우며 헌법재판소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대법원과 국회는 지금이라도 인선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논평원문  JW20120829_논평_헌법재판관 인선 최악.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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